故 이어령 교수가 말한 가장 부유한 삶 1위, "똑같은 시간 살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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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교수가 남긴 3가지

암 투병 중에도 끝까지 글을 썼던 고(故) 이어령 교수는 생전 인터뷰에서 "가장 부유한 삶"의 기준을 직접 밝혔다.

'시대의 지성'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별세.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어령 이화여자대학교 명예석좌교수가 암 투병 끝에 89세를 일기로 지난 2022년 2월 26일 별세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 / 뉴스1
'시대의 지성'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별세.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어령 이화여자대학교 명예석좌교수가 암 투병 끝에 89세를 일기로 지난 2022년 2월 26일 별세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 / 뉴스1

평생 열심히 일하고 어느 정도 이뤘는데도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하는 40·50대가 적지 않다. 이어령 교수는 그 이유를 재산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았다.

살면서 쌓은 경험과 기억, 그것을 이야기로 꺼낼 수 있는 삶이 진짜 풍요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해당 발언은 2021년 출간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 담겼다. 그가 말한 부유한 삶의 조건을 살펴본다.

1위. 이야기가 있는 삶

이어령 교수는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 "가장 부유한 삶은 이야기가 있는 삶"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토리텔링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럭셔리"라면서 "똑같은 시간을 살아도 이야깃거리가 없는 사람은 산 게 아니야"라고 강조했다.

'이어령의 서'. 지난 2024년 2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故 이어령 1주기 추모 특별전시 '이어령의 서'에 고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책상이 전시돼 있다. / 뉴스1
'이어령의 서'. 지난 2024년 2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故 이어령 1주기 추모 특별전시 '이어령의 서'에 고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책상이 전시돼 있다. / 뉴스1

같은 하루를 살아도 무언가를 느끼고 경험하고 기억으로 남긴 사람과, 그냥 흘려보낸 사람은 결국 다른 인생을 산 셈이라고도 했다.

나이가 들어 뒤를 돌아봤을 때 꺼낼 이야기가 있는지 없는지가 결국 삶의 무게를 결정한다는 게 이어령 교수의 생각이었다.

2위. 흔들리지 않는 자기 기준

이어령 교수는 같은 책에서 "그대에게 오는 모든 지식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그 사람만의 생각, 그 사람만의 말은 그 사람만의 얼굴이자 지문"이라면서 "용기를 내서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지난 2014년 5월 9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한국언론문화포럼(회장 임철순) 창립 1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언론과 문화는 어떻게 만나야 하나'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 뉴스1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지난 2014년 5월 9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한국언론문화포럼(회장 임철순) 창립 1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언론과 문화는 어떻게 만나야 하나'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 뉴스1

누구나 똑같은 뉴스를 보고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건 생각하는 게 아니라 따라가는 것이라고 이어령 교수는 지적했다.

평생 기성 권위에 맞서 자기 목소리를 낸 그였기에, 이 말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그가 살아온 방식 그 자체였다.

3위. 죽음을 삶의 한가운데 두는 것

이어령 교수는 같은 책에서 "죽음이 생의 한가운데 있다"고 했다.

2017년 암 진단을 받은 뒤 수술과 항암 치료를 거부하고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는 "죽을 때까지 글을 쓰고 말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죽음은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헌 옷을 벗고 새 옷으로 갈아입는 과정"이라고도 표현했다.

이어령의 말의 힘, 글의 힘, 책의 힘. 지난 2023년 2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故 이어령 1주기 추모 특별전시 '이어령의 서'에 고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대표저서 초판본, 저서들이 전시돼 있다.  / 뉴스1
이어령의 말의 힘, 글의 힘, 책의 힘. 지난 2023년 2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故 이어령 1주기 추모 특별전시 '이어령의 서'에 고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대표저서 초판본, 저서들이 전시돼 있다. / 뉴스1

부모 세대를 떠나보내거나 자신의 노년을 준비하기 시작하는 40·50대에게 죽음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언젠가 끝난다는 사실을 똑바로 바라보는 순간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가 달라진다고 이어령 교수는 말했다.

이어령 교수는 2022년 2월 별세했지만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은 지금도 꾸준히 읽히고 있다. 죽음을 앞두고도 흔들리지 않았던 그가 남긴 말들은 무엇을 쌓고 어떻게 살 것인지를 다시 묻게 한다.

home 김태성 기자 taesung1120@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