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최고 영예' 받았다...한국이 아닌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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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감독 최초 프랑스 최고등급 훈장 수상, 그 의미는?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박찬욱 감독이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등급 문화예술공로훈장인 ‘코망되르(Commandeur)’를 받았다.

세계 영화계에서 오랜 시간 인정받아온 그의 작품 세계와 국제적 영향력이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감독은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칸 영화제 기간 중 프랑스 문화부로부터 문화예술공로훈장을 수훈했다. 박 감독이 받은 ‘코망되르’는 문화예술공로훈장 세 등급 가운데 가장 높은 단계다.

영화감독 박찬욱 / 뉴스1
영화감독 박찬욱 / 뉴스1

프랑스 문화부는 1975년 문화예술공로훈장(Ordre des Arts et des Lettres)을 제정했다. 예술·문학 분야에서 뛰어난 창작 활동을 펼쳤거나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다. 단순한 인기나 흥행 성과보다 문화예술적 영향력과 국제적 공헌도가 중요하게 평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훈장 등급은 슈발리에(Chevalier), 오피시에(Officier), 코망되르(Commandeur) 순으로 올라간다. 코망되르는 장기간에 걸쳐 세계 문화예술계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에게 주어지는 최고 예우에 해당한다. 해외 예술인에게도 수여되지만 실제 수훈 사례는 많지 않다.

한국인 가운데 코망되르를 받은 인물은 극소수다. 2002년 김정옥 당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 2011년 지휘자 정명훈, 2025년 소프라노 조수미에 이어 박찬욱 감독이 네 번째다. 영화감독으로는 사실상 한국 영화계의 국제적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화감독 박찬욱 / 뉴스1
영화감독 박찬욱 / 뉴스1

1963년생인 박찬욱 감독은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뒤 영화 평론 활동과 영화 관련 동아리 활동 등을 거쳐 영화계에 입문했다. 1992년 영화 달은... 해가 꾸는 꿈으로 감독 데뷔했지만 당시에는 흥행과 평가 면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후에도 한동안 상업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자신만의 연출 스타일을 구축하며 점차 존재감을 키워갔다.

전환점은 2000년 개봉한 공동경비구역 JSA였다. 남북 분단 현실을 인간적인 시선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당시 한국 영화 흥행 기록을 새로 쓰며 큰 성공을 거뒀다. 박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후 박 감독은 복수와 인간 본성을 탐구한 이른바 ‘복수 3부작’을 통해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로 이어지는 작품들은 강렬한 영상미와 독창적인 서사 구조, 인간 내면에 대한 집요한 탐구로 호평받았다.

특히 ‘올드보이’는 박찬욱 감독 경력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영화는 2004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을 수상했다.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공개적으로 작품에 대한 강한 찬사를 보내며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올드보이’는 이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컬트적 인기를 얻었고, 한국 영화의 국제적 위상을 크게 끌어올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박 감독은 이후에도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다. 박쥐는 2009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공동 수상했고, 스토커를 통해 할리우드 영어권 영화 연출에도 나섰다. 이어 아가씨는 국내외에서 작품성과 흥행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 영화는 영국 작가 세라 워터스의 소설을 한국적 배경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정교한 미장센과 치밀한 연출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영화감독 박찬욱 / 뉴스1
영화감독 박찬욱 / 뉴스1

2022년 작품 헤어질 결심은 다시 한번 박 감독의 연출 역량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이 작품으로 그는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칸 감독상은 세계 영화감독들에게 가장 권위 있는 상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헤어질 결심’은 미국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한국 출품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박 감독의 작품 세계는 흔히 강렬한 미장센과 섬세한 감정 연출, 장르적 실험성으로 설명된다. 폭력과 복수, 욕망 같은 인간 본성을 다루면서도 특유의 유머와 미학적 스타일을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한 한국적 정서를 유지하면서도 세계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서사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박 감독은 올해 제79회 칸 영화제에서 한국인 최초 심사위원장으로도 선정됐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은 세계 영화계에서 상징성이 매우 큰 자리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이번 코망되르 수훈과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 선정이 박찬욱 감독 개인의 영예를 넘어, 지난 수십 년간 성장해온 한국 영화 산업 전체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