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이런 곳이?... 외국 감성 제대로 터진다는 ‘알록달록 포구’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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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항구에서 감성 명소로 재탄생한 부산 명소
부산 사하구 장림포구는 과거 어민들의 삶이 치열하게 녹아있던 평범한 항구에서 전 세계 관광객이 주목하는 감성 명소로 탈바꿈했다. 형형색색의 건물 외관이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무라노 섬을 연상시킨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마치 외국에 와 있는 듯한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랑하는 부산의 베네치아를 소개한다.

장림포구는 단순한 미관 개선을 넘어 철저한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재탄생했다. 과거 김 생산지로 이름을 떨치며 번성했던 이곳은 주변에 대규모 공단이 들어서고 해수 오염과 퇴적물이 쌓이면서 어항으로서의 기능을 점차 상실해갔다. 낙동강 하류의 끝자락에서 악취와 오염으로 고통받던 포구는 2012년 부산시의 ‘창조길 조성사업’을 통해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이했다.
기존 어민들의 작업 공간과 창고를 보존하면서 그 외관에 화려한 색채를 입히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항구 본연의 거친 매력과 현대적인 색감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장림포구만의 독특한 아우라가 완성됐다. 현재는 어선들이 드나드는 삶의 현장과 관광객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공존하는 독특한 문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부네치아를 수놓는 형형색색의 건물

장림포구에 들어서면 수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다채로운 색깔의 창고 건물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짙은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등 강렬한 원색으로 칠해진 건물들은 수면에 투영돼 데칼코마니 같은 장관을 연출한다. 이 건물들은 실제 어민들이 어구 등을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되고 있어 살아있는 생동감을 전달한다.
건물 2층으로 올라가면 ‘맛술촌’이라 불리는 상업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선 부산의 대표 먹거리인 어묵과 각종 간식거리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장림포구는 예로부터 어묵 공장이 밀집해 있던 지역적 특색을 살려 신선하고 쫄깃한 어묵의 맛을 그대로 전한다.
장림포구는 다대포항과 가까워 갓 잡은 생선을 수급하기 좋은 환경이었으며, 민물이 풍부해 어묵 반죽을 치대고 씻어내는 데 유리했다. 이러한 이유로 1980년대부터 장림동 일대에는 중소 어묵 공장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고, 현재는 부산 어묵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노을이 머무는 시간, 포구의 진면목을 발견하다
장림포구의 백미는 해가 넘어가는 일몰 시간대다.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이 포구의 알록달록한 건물들과 만날 때,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수로 중간중간 배치된 작은 어선들과 그 위로 내려앉는 금빛 햇살이 어우러져 압도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관광객들은 수변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감상할 수 있다.
야간에는 건물 외벽을 따라 은은한 조명이 들어와 낮과는 또 다른 야경의 묘미를 제공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장림포구는 일직선으로 길게 뻗어 있어 입구 쪽보다는 수로 중간쯤에 있는 다리 위에서 포구 양옆을 바라보며 사진을 남기는 것이 좋다. 건물의 색감과 노을을 한 화면에 가장 풍성하게 담을 수 있는 구도다.
부네치아 찾아가는 길
장림포구는 부산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사하구에 위치하고 있다. 부산 지하철 1호선 장림역에서 내린 뒤 마을버스로 환승해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차를 이용할 경우 포구 내부에 마련된 공영주차장을 활용하면 편리하다. 다만 공휴일에는 방문객이 몰려 혼잡할 수 있으니 평일 방문을 권장한다.
포구 전체를 둘러보는 데 약 1~2시간 소요되며, 산책로가 평탄하게 조성돼 있어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에도 큰 불편함이 없다. 다만 실제 어업 활동이 이뤄지는 구역에서는 어민들의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햇빛이 강한 낮 시간대에는 양산이나 모자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연계 추천 명소: 다대포 꿈의 낙조분수와 해변공원

다대포 해수욕장은 장림포구에서 차로 10분 내외면 도착할 수 있다. 대부분의 부산 바다는 해안선이 짧고 주변이 산이나 건물로 막혀 있지만, 다대포는 낙동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이라 넓은 백사장이 특징이다. 특히 '한국의 우유니 사막'이라 불리는 이곳은 물이 빠지면 끝도 없이 펼쳐지는 단단한 모래사장 덕분에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해수욕장 옆에는 습지 생태공원이 있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갈대밭 사이를 가로지르는 나무 데크 길이다. 발밑으로는 작은 게들이 구멍을 드나드는 모습을 구경하고, 양옆으로는 사람 키만 한 갈대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를 들으며 산책할 수 있다.
아울러 아파트 10층 높이까지 솟구치는 물줄기를 감상할 수 있는 분수 쇼도 펼쳐진다.낮에는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체험 분수로 운영되고, 밤에는 화려한 공연이 이어진다. 공연이 끝난 뒤 분수 안으로 들어가 직접 물줄기를 맞으며 기념사진을 찍는 시간도 마련된다.
부산의 맛과 멋


장림포구 인근 과 사하구 일대에는 부산의 역사를 상징하는 돼지국밥과 밀면 맛집들이 즐비하다. 돼지국밥은 과거 배고픈 이들의 허기를 달래주던 음식으로, 이곳에서는 유독 진하고 묵직한 국물 맛을 자랑하는 노포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부산 돼지국밥은 크게 맑은 국물의 밀양식과 뽀얗고 진한 국물의 대구식(부산식)으로 나뉘는데, 최근에는 이 두 방식이 조화롭게 섞여 담백하면서도 구수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뚝배기에 가득 담긴 야들야들한 돼지 수육에 부추무침(정구지)을 듬뿍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맞춰 먹는 방식은 부산 사람들에게는 불문율과 같다. 포구의 짠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다 마주하는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여행자의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는 최고의 보약이 된다.
여름철에 부산을 방문한다면 밀면을 빼놓을 수 없다. 냉면의 주재료인 메밀을 구하기 힘들었던 시절, 밀가루에 전분을 섞어 면을 뽑아낸 것이 밀면의 시초다. 메밀보다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의 밀가루 면은 부산 사람들의 입맛을 단숨에 사로잡았고, 오늘날 부산만의 독보적인 면 요리로 자리 잡았다.
밀면의 핵심은 각종 한약재와 소뼈를 넣고 오랜 시간 우려내어 살얼음이 동동 뜨게 만든 시원한 육수다. 여기에 매콤하고 달콤한 특제 양념장과 편육, 삶은 달걀이 고명으로 올라가 한여름 무더위를 날려버리는 강력한 한 방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