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대형 사고 터질 뻔...원인은 '보조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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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객실서 보조배터리 연기 발생, 대형사고 위험 경고
리튬이온 배터리 열폭주 현상, 항공기 반입도 제한하는 이유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을 지나던 열차 내부에서 승객이 소지하고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보조배터리에서 연기가 발생해 승객들이 긴급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 휴대용 전자기기 사용이 급증하면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사고도 잇따르는 가운데, 보조배터리의 위험성과 항공기 반입 규정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18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25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에서 강남역 방향 외선순환 열차 내부에서 연기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연기의 원인은 승객이 소지하고 있던 보조배터리로 추정됐다. 열차 내 승객들은 즉시 하차했으며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열차는 회송 조치됐고, 이후 일부 열차 운행이 지연됐지만 후속 열차부터는 정상 운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는 대형 화재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밀폐된 지하철 객실 안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 객실은 수백 명이 밀집하는 경우가 많아 연기와 화염이 빠르게 확산될 경우 대피 과정에서 압사나 호흡기 피해 등이 발생할 위험도 존재한다.
최근 보조배터리와 전자기기 화재 사고는 국내외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은 리튬이온 배터리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 때문으로 분석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태블릿, 무선이어폰, 전동킥보드, 전기차, 보조배터리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작은 크기로도 많은 전력을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충격이나 과열, 내부 손상에 매우 취약하다는 단점도 있다.
배터리 내부에는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이 들어있는데 외부 충격이나 제조 결함, 과충전 등이 발생하면 내부에서 단락(쇼트)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급격한 발열이 발생하고, 내부 온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연쇄 반응이 일어나 배터리 전체가 폭발적으로 타오르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한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일반 화재와 달리 한번 시작되면 순식간에 수백도 이상의 고온으로 치솟는다. 내부에서 산소가 자체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단순히 산소를 차단한다고 쉽게 꺼지지 않는 특징도 있다.
전문가들은 값싼 비정품 보조배터리나 인증되지 않은 제품의 경우 화재 위험이 더욱 높다고 경고한다. 배터리 셀 품질이 낮거나 과충전 방지 회로, 온도 제어 장치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 보조배터리를 주머니나 가방 속에 넣은 상태에서 열쇠나 동전 같은 금속 물체와 접촉하면 단자가 쇼트될 위험도 있다. 여름철 차량 내부처럼 고온 환경에 장시간 방치하는 것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항공 안전 위험물로 관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 항공사들은 보조배터리 기내 반입 규정을 엄격하게 운영 중이다.
현재 대부분 항공사 규정상 보조배터리는 반드시 기내 휴대 수하물로만 반입할 수 있다. 위탁수하물로 보내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화물칸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즉각적인 초기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배터리 용량 기준도 엄격하다. 일반적으로 100Wh(와트시) 이하 제품은 별도 승인 없이 기내 반입이 가능하다. 대부분 시중 스마트폰용 보조배터리는 여기에 해당한다.
100Wh를 초과하고 160Wh 이하인 제품은 항공사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반입 개수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160Wh를 초과하는 대용량 배터리는 일반 승객이 사실상 반입할 수 없다.
보조배터리 표면에 용량 표시가 없으면 공항 보안검색 과정에서 반입이 거부될 수 있다. 일부 저가 제품은 mAh 표기만 있고 Wh 표시가 없는 경우도 있는데, 항공사 직원이 계산을 통해 용량을 확인하기도 한다.
항공사들은 보조배터리 단자를 절연 테이프로 막거나 개별 파우치에 보관하도록 권고한다. 기내 좌석 틈새에 끼이거나 압력이 가해질 경우 발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기내에서 보조배터리가 폭발해 객실에 연기가 가득 차거나 승객들이 긴급 대피하는 사고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항공기 내 리튬배터리 관련 화재·연기 사고 보고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보조배터리를 사용할 때 △KC 인증 제품 사용 △고온 환경 방치 금지 △충격 주의 △과충전 방지 △침수 제품 사용 금지 △부풀어 오른 배터리 즉시 폐기 등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배터리가 비정상적으로 뜨거워지거나 팽창, 타는 냄새, 연기 등이 발생할 경우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사람들과 떨어진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물을 뿌리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완전히 진화됐다고 판단해선 안 되며 즉시 119 신고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초기에는 작은 연기처럼 보여도 갑자기 폭발적으로 번질 수 있다”며 “밀폐 공간에서는 특히 위험하므로 이상 징후가 보이면 즉시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대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