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루마니아인 한국생활] “따봉이 포르투갈어였다고?” 한국어 속 유럽 언어들에 외국인이 놀란 이유

작성일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나는 대부분의 단어가 순수 한국어이거나 한자어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생활할수록 예상치 못한 순간마다 익숙한 유럽 단어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한쿨 한국 보컬 플래쉬 카드, 동아시아 외국어 학습 개념  / 셔터스톡
한쿨 한국 보컬 플래쉬 카드, 동아시아 외국어 학습 개념 / 셔터스톡

한국어 속에 숨어 있던 익숙한 유럽 단어들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면서 가장 신기해하는 순간 중 하나는 예상하지 못했던 단어를 발견할 때다. 처음에는 완전히 새로운 언어처럼 느껴지던 한국어 안에서 갑자기 유럽 언어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하면 묘한 친숙함이 느껴진다.

나 역시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그런 순간들을 여러 번 경험했다. 특히 가장 충격적이었던 단어 중 하나는 바로 “따봉”이었다.

처음 이 단어를 들었을 때 이상하게 어디선가 들어본 느낌이 났다. 그리고 나중에 알고 보니 브라질 포르투갈어 “Tá bom”에서 유래한 표현이었다. 원래는 “좋아”, “괜찮아”, “오케이” 같은 의미인데, 한국에서는 한때 “최고”, “엄지척”, “굿” 같은 느낌의 유행어로 사용됐다.

전혀 다른 나라의 표현이 한국에서 자연스럽게 인터넷 밈과 유행어처럼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다.

한국 사람들이 매일 쓰는 “알바”도 사실 독일어였다

또 하나 놀랐던 단어는 바로 “알바”였다. 처음에는 당연히 한국어라고 생각했다. 워낙 일상에서 자주 들리는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알바”는 “아르바이트”의 줄임말이고, 이 단어 자체가 독일어에서 온 표현이었다.

독일어 “Arbeit”는 원래 “일”, “노동”을 의미하는 단어다. 이 표현이 일본을 거쳐 한국에 들어오면서 “아르바이트”라는 형태로 자리 잡았고, 지금은 대부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알바”라고 짧게 사용한다.

흥미로운 건 이제 한국에서는 이 단어가 너무 익숙해져서 외래어라는 사실 자체를 의식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어? 이거 유럽 단어인데?” 하는 순간이 꽤 재미있게 느껴진다.

한 사람이 밝은 사무실 공간에서 영어와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로 된 홀로그래피 글로브를 보여주는 스마트폰과 상호작용한다. / 셔터스톡
한 사람이 밝은 사무실 공간에서 영어와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로 된 홀로그래피 글로브를 보여주는 스마트폰과 상호작용한다. / 셔터스톡

“담배” 역시 해외에서 건너온 단어였다

가장 신기했던 건 “담배”라는 단어의 역사였다.

현재 한국어의 “담배”는 원래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 “tabaco”에서 시작된 단어로 알려져 있다. 16세기 후반 포르투갈과 스페인 상인들이 일본에 담배 문화를 전파했고, 일본에서는 이것이 “타바코”라는 발음으로 자리 잡게 됐다.

이후 임진왜란 시기 일본을 통해 담배가 조선에 전해졌고, 당시 “담파고”처럼 변형된 발음이 시간이 지나며 지금의 “담배”로 바뀌었다고 한다.

단어 하나 안에도 여러 나라와 시대의 이동 경로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신기하게 느껴졌다.

이제는 반대로 한국어가 세계로 퍼지고 있다

더 흥미로운 건 이제는 반대로 한국어 단어들이 세계 여러 나라 언어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라면”, “먹방”, “노래방” 같은 표현들이다.

예전에는 외국인들이 이런 단어들을 자기 언어로 번역해서 설명하려 했다면, 이제는 그냥 한국어 자체를 사용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특히 “먹방”은 단순히 “먹는 방송”이라고 번역하는 것보다 한국식 인터넷 문화의 분위기를 더 정확하게 전달하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노래방” 역시 단순한 가라오케와는 조금 다른 한국 특유의 공간 문화가 담겨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해외에서도 그대로 “노래방”이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생들은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습니다. 선생님은 손에 태극기를 들고 계신다 / 셔터스톡
학생들은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습니다. 선생님은 손에 태극기를 들고 계신다 / 셔터스톡

한국어는 이제 세계 문화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과거에는 한국어가 해외 언어의 영향을 받는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상황이 조금 달라지고 있다.

K-pop과 K드라마, 한국 음식, 인터넷 문화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한국어 자체가 새로운 글로벌 문화 언어처럼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라면 먹으러 가자” “먹방 봤어?” 같이 한국어 단어를 섞어 쓰는 경우도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너무 익숙하게 사용하는 표현들이 이제는 해외에서도 그대로 소비되고 있는 셈이다.

시간이 지나며 느낀 건 언어는 절대 완전히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사람과 문화가 이동하면 단어도 함께 이동한다. 그리고 그 단어들은 각 나라 안에서 새로운 의미와 감정을 가지게 된다.

“따봉”처럼 포르투갈어가 한국 유행어가 되기도 하고, “먹방”처럼 한국어가 세계 인터넷 문화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어쩌면 언어는 단순한 소통 수단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고 섞여온 기록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