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칼럼] 고유가 지원금보다 필요한 것…“일할 맛 나는 경제”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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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현금 지원, 청년들의 피로감 증폭
구조적 문제 외면한 일시적 대책의 한계

최근 국제 유가 급등과 물가 상승으로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졌다. 정부는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3조 원 규모의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신청 이틀 만에 1,000만 명이 몰렸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단돈 10만 원이라도 절실한 현실이라는 점에서, 이번 현상은 지금의 팍팍한 민생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정작 20대인 나는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다”며 안도하기보다,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현금을 뿌릴 건가”라는 냉소가 먼저 터져 나온다. 지금 내가, 그리고 우리 청년 세대가 느끼는 피로감은 반복되는 현금 지원 정책 자체를 향하고 있다.
가장 먼저 논란이 되는 건 지원 기준이다. 정부는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기준으로 소득 하위 70%를 선정했지만,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부모와 따로 살아도 서류상 기준 때문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월세와 학자금 대출 이자에 허덕이는 사회초년생이 ‘상위 30%’로 분류되는 일도 벌어진다. 숫자만 보면 괜찮아 보일지 몰라도, 실제 청년들의 통장은 이미 바닥난 경우가 많다.

문제는 단순히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는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온라인 신청에 익숙한 나와 같은 청년층은 스마트폰으로 몇 분 만에 끝내지만, 복잡한 절차와 오프라인 신청 방식 때문에 혼란을 겪는 노년층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내가 우려하는 건, 위기 때마다 반복되는 단기 현금 지원 중심의 정책 방향이다. 물론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일정 수준의 지원은 필요하다. 하지만 국제 유가 상승과 물가 불안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단순 소비 지원으로만 대응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정책의 굴레 속에서 청년들이 더 크게 느끼는 건 상대적 허탈감이다. 치솟는 집값과 월세, 불안정한 일자리, 무거운 대출 부담 속에서도 어떻게든 버티며 일하고 있지만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그런데 위기가 닥칠 때마다 반복되는 현금 지원 정책을 보고 있으면, 성실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의 가치가 점점 흐려지는 기분이 든다.
물론 지원금 자체를 비난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 생계가 막막한 누군가에게 10만 원은 절실한 돈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점점 ‘근본 대책’처럼 굳어지는 분위기다.
결국 지금 필요한 건 일회성 지원금 이상의 방향성이다. 내가 원하는 건 단순히 통장에 꽂히는 10만 원이 아니다. 노력한 만큼 정직하게 보상받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으며, 반복되는 지원금을 기다리지 않아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안정적인 경제 구조다. 지금 필요한 건 잠깐의 진통제가 아니라, 다시 “일할 맛 나는 사회”를 만드는 근본적인 처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