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졸업식에서 '입틀막' 당했던 청년, 6월 지방 선거 '이 지역'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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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항의 사건의 주인공, 청년 정치인으로 거듭나다

한국과학기술원 졸업식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항의했다가 경호 인력에 의해 강제로 끌려 나갔던 이른바 ‘입틀막’ 사건의 당사자가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당시 장면이 전국적인 논란으로 번졌던 만큼, 이번 출마 역시 정치권과 지역사회 안팎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정의당 신민기(29) 유성구의원 후보는 지난 20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는 “무도한 대통령에게 맞섰던 용기를 이제 유성구민 여러분과 함께하고자 한다”며 “언제나 주민 편에서, 대통령 앞에서도 거침없는 구의원이 되겠다”고 밝혔다.

신 후보는 과거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으로 활동했으며, 청년 정치와 과학기술 정책 문제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KAIST 졸업식 항의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16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졸업식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항의하자 경호원들로부터 제지를 당하고 있다. (대전충남공동취재단) 2024.2.16/뉴스1
16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졸업식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항의하자 경호원들로부터 제지를 당하고 있다. (대전충남공동취재단) 2024.2.16/뉴스1

논란이 된 사건은 지난해 2월 대전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원 학위수여식에서 벌어졌다. 당시 졸업생 신분으로 행사에 참석한 신 후보는 축사에 나선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과학기술 정책과 관련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었고, 행사장 내부는 졸업생과 가족, 학교 관계자들로 가득 찬 상황이었다. 신 후보는 객석에서 큰 소리로 “R&D 예산 복원하라”는 취지의 항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통령경호처 경호관들이 즉각 움직이며 신 후보를 제압했고, 그의 입을 손으로 막은 채 행사장 밖으로 끌어내는 모습이 영상과 사진으로 공개됐다. 해당 장면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언론 보도까지 이어지며 정치권 전반의 논쟁으로 번졌다.

특히 ‘입을 틀어막았다’는 표현이 온라인에서 급속히 퍼지며 이른바 ‘입틀막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야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 공권력 행사”라고 비판했고, 일부에서는 “졸업식장에서 벌어진 과잉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16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졸업식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항의하자 경호원들로부터 제지를 당하고 있다. (대전충남공동취재단) 2024.2.16/뉴스1
16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졸업식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항의하자 경호원들로부터 제지를 당하고 있다. (대전충남공동취재단) 2024.2.16/뉴스1

반면 대통령실과 경호처 측은 국가 주요 행사에서의 돌발 행동에 대응하기 위한 안전 조치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경호처는 당시 “경호 안전과 행사 질서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사건의 배경이 된 연구개발 예산 문제도 당시 사회적 쟁점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2024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국가 연구개발 예산을 대폭 조정했고, 이에 따라 과학기술계 내부에서는 우려가 커졌다.

특히 대학원생과 젊은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연구 과제 축소와 미래 연구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이 이어졌다. 일부 과학기술계 단체와 교수들은 기자회견과 성명을 통해 정부의 예산 삭감 방침 재검토를 요구하기도 했다.

KAIST 내부에서도 당시 사건 이후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일부 학생들은 신 후보 행동에 공감하며 과학기술 정책 논의를 촉구했고, 반대로 “졸업식이라는 공식 행사 분위기를 고려하지 못한 행동이었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신 후보는 이후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의 행동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연구개발 예산 삭감 문제를 현장에서 직접 알리고 싶었다”는 취지로 말하며 과학기술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이번 지방선거 출마 역시 그러한 문제의식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 후보는 청년 정치 확대와 과학기술 연구 환경 개선, 지역 연구 생태계 강화 등을 주요 의제로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민기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 19일 오전 대전 서구 전교조 대전지부에서 '카이스트 졸업식 폭력사태 윤석열 대통령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민기 대변인은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R&D 예산 복원을 촉구하다가 경호원에게 분리조치 됐다. 2024.2.19/뉴스1
신민기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 19일 오전 대전 서구 전교조 대전지부에서 '카이스트 졸업식 폭력사태 윤석열 대통령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민기 대변인은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R&D 예산 복원을 촉구하다가 경호원에게 분리조치 됐다. 2024.2.19/뉴스1

대전 유성구는 대덕연구개발특구와 여러 연구기관, 대학이 밀집한 지역이다. 한국과학기술원을 비롯해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벤처기업 등이 모여 있어 과학기술 정책과 연구개발 이슈에 대한 지역 관심도 높은 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출마가 단순한 지방의원 선거 이상의 상징성을 가진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윤석열 정부 시절 대표적 논란 장면의 당사자가 직접 제도권 정치에 도전하면서, 당시 사건 자체가 다시 정치적 의미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KAIST 졸업식 장면은 이후 국회와 정치권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됐다. 야권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의 발언을 물리력으로 막은 사건”이라고 비판했고, 여권에서는 “국가 주요 행사 질서 유지 차원의 대응이었다”고 반박했다.

신 후보는 이번 출마 선언에서 다시 한 번 “권력 앞에서도 침묵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실제 선거 과정에서 당시 사건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지역 유권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