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 올인했던 SK하이닉스 결국 손절했습니다" 192층 직장인의 뼈아픈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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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모에 쫓긴 개미, 고점 추격 매수 후 손절

SK하이닉스 주식을 주당 192만 원에 전 재산을 쏟아부었다가 적지 않은 손실을 입고 시장을 떠난 직장인의 사연이 투자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 뉴스1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 뉴스1

지난 18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하이닉스 강 다 손절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A씨는 "평생 주식 안 하다가 주위에서 주식 얘기밖에 안 해서 하이닉스 192층에 물렸는데, 강 다 팔고 나갑니다. 간이 콩알만 해서 일에 집중도 안 되고, 인생 공부 수업료 냈다 치고 예금 적금만 할게요"라고 털어놨다. 해당 글은 조회 수 4만 회, 댓글 158개가 달리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A씨가 언급한 '192층'은 SK하이닉스 주가가 정점을 찍었던 주당 192만 원대를 뜻하는 투자자들의 표현이다. 코스피는 5월 6일 7000선을 돌파한 지 불과 9일 만에 장중 8000선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단기 과열 부담이 컸던 탓에 지수는 곧 하락세로 전환해 장중 한때 7300대까지 폭락했고, 5월 15일 488.23포인트(6.12%) 내린 7493.18로 마감했다.

A씨가 작성한 게시글. / 온라인 커뮤니티 'FM코리아'
A씨가 작성한 게시글. / 온라인 커뮤니티 'FM코리아'

고점에서 전 재산을 투입한 A씨에게 이 하락은 곧바로 패닉으로 이어졌고, 반등을 기다리지 못한 채 시장을 떠났다. 그런데 A씨가 손절한 지 사흘 만에 상황이 뒤집혔다. 5월 21일 SK하이닉스는 19만 5000원(11.17%) 오른 194만 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엔비디아의 실적 호조와 삼성전자 노사의 극적인 파업 합의 소식이 투자심리를 끌어올린 영향이었다.

이 사연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산 것은 A씨의 행동이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3월 미·이란 전쟁으로 한때 5000선을 위협받기도 했던 코스피가 4월 들어 순식간에 하락분을 만회하고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자, 개인 투자자들의 '포모'(FOMO·소외 공포)에 불이 붙었다.

포모는 기회·유행·사회적 상황에서 소외될까 봐 느끼는 불안감과 두려움으로, 투자 시장에서는 매수하지 않은 주식이 급등해 수익을 놓칠까 봐 생기는 심리를 가리킨다. A씨도 주변의 주식 대화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아무런 경험 없이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스스로 밝혔다.

댓글에는 공감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현생에 지장이 가면 주식을 안 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누리꾼들도 "진입 시기가 안 좋았네요", "일상에 지장 줄 정도면 그냥 안 하시는 게 좋을 수도", "일상생활에 지장 가면 파는 게 맞음, 무조건임", "처음부터 많은 금액 주식에 투자하면 누구나 일이 손에 안 잡힐 듯", "하나 몰빵하면 워런 버핏도 간 떨릴 듯"이라고 했다. A씨 본인도 "지난주에 꽤 많은 금액을 넣었는데 떨어지고 멘탈 나가니 월요일 아침부터 업무 태도로 혼났다"고 댓글로 답했다.

A씨가 남긴 답변. / 온라인 커뮤니티 'FM코리아'
A씨가 남긴 답변. / 온라인 커뮤니티 'FM코리아'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 개인투자자의 단기 매매 증가에 따른 변동성 확대에 우려를 표명하고, 빚투(신용융자) 증가로 증시가 하락할 경우 반대매매 손실이 커질 수 있다며 선제적 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내 10대 증권사가 올해 1분기 신용거래융자로 벌어들인 이자수익은 6000억 원에 달했고, 이는 1년 전보다 56% 가까이 늘어난 규모였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올해만 각각 111%, 144% 폭등했고, 증권사들은 일제히 목표 주가를 50만 원, 300만 원까지 끌어올리며 상승 기대감을 키웠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는 등 단기 과열 부담이 상존하는 만큼 추격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나만 소외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은 멈추지 않았다.

A씨의 사례는 포모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종목을 분석하지 않고, 리스크를 계산하지 않은 채 주변의 분위기에 끌려 전 재산을 단번에 투입했다. 하락이 시작되자 버틸 여력도, 추가 매수할 자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사상 첫 고점을 찍은 당일 외국인과 기관이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7조 원가량 순매도하면서 시장은 급락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8%대, 7%대 넘게 동반 하락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열광했던 그 시점이 외국인 매도의 타이밍이었다.

A씨는 "인생 공부 수업료 냈다 치고 예금 적금만 할게요"라며 시장을 떠났다. 사상 최고 증시 속에서도 포모에 쫓겨 뛰어든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A씨의 사연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코스피, 8.42% 급등 마감…7,800선 회복.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시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606.64(8.42%) 포인트 상승한 7815.59로 장을 마감했다. / 뉴스1
코스피, 8.42% 급등 마감…7,800선 회복.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시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606.64(8.42%) 포인트 상승한 7815.59로 장을 마감했다.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