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때문에 경찰까지 출동… ‘추적 60분’ 부모와 아이의 끝없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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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칩 변경·새로 고침까지 공유
아이들 사이 퍼지는 스마트폰 우회법
자녀의 스마트폰을 막으려는 부모와 어떻게든 뚫고 쓰려는 아이들. KBS1 ‘추적 60분’이 대한민국 가정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스마트폰 전쟁의 현장을 들여다본다.

22일 방송되는 KBS1 ‘추적 60분’ 1457회는 ‘모두가 자식의 폰과 싸우고 있다’ 편으로 꾸며진다. 방송은 스마트폰과 SNS가 청소년의 일상과 학습, 가족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고 가정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까지 짚는다.
세계적인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책 ‘불안세대’에서 스마트폰과 SNS가 성장기 아이들의 뇌와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세계 여러 나라는 청소년의 디지털 사용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호주는 16세 미만 SNS 가입 금지법을 도입했고, 프랑스는 13세 미만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검토 중이다. 한국에서도 2026년 3월 새 학기부터 전국 초·중·고교 수업 중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이 법적으로 금지됐다.

하지만 학교 밖 현실은 더 복잡하다. 제작진이 만난 부모들은 하나같이 가정 내 스마트폰 관리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사용 시간 제한 앱을 깔고 가족 규칙을 정해도 아이들은 이를 우회해 몰래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갈등이 커진 일부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녀의 다툼이 몸싸움으로 번져 경찰이 출동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삼 남매를 키우는 전미경 씨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자녀들이 어릴 때는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양육에 힘써왔지만, 스마트폰을 사준 뒤 상황이 달라졌다.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은 식사 중에도, 방에서 혼자 쉴 때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성적이 상위권인 둘째 딸 역시 유튜브로 스트레스를 푼다. 미경 씨는 아이들이 사회생활을 연습할 기회조차 잃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크다고 말한다.

방송은 이른바 ‘스크린 타임 양극화’ 문제도 들여다본다. 최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스마트폰을 멀리한 학생들의 공부법이 화제가 됐다. 제작진은 서울대 의대 재학생 등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며 공부와 바깥 활동에 집중한 사례를 소개한다. 반대로 미국 조사에서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고소득층 아이들보다 하루 평균 스마트폰을 2시간 더 사용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디지털 사용 시간이 학습 환경과 계층에 따라 달라지는 현상은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는 학부모와 학생들을 만나 스마트폰 관리법을 들어본다. 입실 전 스마트폰을 제출하고 공부 시간까지 관리받는 ‘관리형 독서실’이 인기를 끌고 있고, 부모를 대신해 사춘기 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을 관리해주는 교육회사까지 생겼다. 스마트폰 관리가 이제 가정 안의 훈육을 넘어 하나의 교육 서비스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든 장치를 금세 뚫어낸다. 제작진이 만난 청소년들은 부모가 설치한 스마트폰 관리 앱을 우회하는 방법을 직접 설명한다. SNS에는 ‘새로 고침’, ‘유심칩 변경’ 등 다양한 회피 방법이 공유되고, 아이들 사이에서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부모는 막고 아이는 뚫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 반복되는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책임을 아이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만 돌리기 어렵다고 말한다. 빅테크 기업들이 설계한 알고리즘과 플랫폼 구조가 청소년들을 스마트폰에 오래 붙잡아두도록 만들어졌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 중학교 2학년 학생은 스마트폰을 그만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은 계속 휴대전화를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스마트폰은 더 심각한 위험으로도 이어진다. 방송에는 스마트폰을 통해 사이버 도박에 빠진 19살 상준이의 사연도 등장한다. 친구 권유로 시작한 사이버 도박은 일상을 무너뜨렸고, 상준이는 현재 청소년 센터에서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상준이의 아버지는 가정 안에서만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통제하는 데 한계가 크다며 정부 차원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틱톡 포인트 현금화 이벤트가 학교폭력으로 번진 사례도 다뤄진다. 포인트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청소년 사이에서 가입과 영상 시청을 강요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된 뒤 틱톡은 현금 보상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빅테크 기업을 규제할 수 있는 강력한 법과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는 더 이상 한 가정의 고민에 머물지 않는다. 부모와 아이가 매일 충돌하는 현실, 계층에 따라 벌어지는 스크린 타임 격차, 알고리즘이 만든 중독 구조까지. KBS1 ‘추적 60분’ 1457회 ‘모두가 자식의 폰과 싸우고 있다’는 22일 오후 10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