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인데 왜?… 호텔 예식장 ‘이것’에 부가세 폭탄 떨어진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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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꾸며진 예식 공간이라는 취지

호텔 예식장에 설치된 생화 꽃장식이 과세 대상인 장식 용역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생화 자체는 농산물이지만, 결혼식장에서 고객이 구매한 건 꽃의 소유권이 아닌 꽃으로 꾸며진 공간이라는 취지다.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Utoimage-shutterstock.com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Utoimage-shutterstock.com

대법원 제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16일 조선호텔앤리조트가 남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등 부과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조선호텔앤리조트 측은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신랑·신부에게 결혼예식 용역을 제공하면서, 생화·화기·잡화 도소매업을 하는 A 사업장을 통해 예식장에 생화 꽃장식을 설치했다. 다만 A 사업장이 예식장에 설치한 꽃장식이 농산물 공급에 해당한다고 보고 2018년 관련 부가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그러나 남대문세무서는 2023년 해당 꽃장식이 부가세 면세 대상인 농산물 공급이 아니라 과세 대상인 '용역의 공급'이라고 보고, 조선호텔앤리조트에 2018년분 부가세 1억5446만 원을 부과했다. 부가가치세법은 가공되지 않은 농산물과 축산물, 수산물 등에 대해 부가세를 면제한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예식장 꽃장식이 생화 판매인지, 예식 공간을 꾸미는 장식 용역인지였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일반 소비자에게 생화를 공급하는 경우에도 꽃다발이나 꽃바구니 등 장식 행위가 수반되지만, 이를 부가세 면세 대상인 생화 공급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즉 예식장 꽃장식의 본질도 생화 공급이므로 부가세를 물릴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세무 당국은 꽃장식이 고객에게 직접 공된 것이 아니라 예식장을 꾸미는 데 사용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예식장 장식을 위해 플로리스트 등 전문 인력이 투입됐고, 예식이 끝난 뒤 하객들이 생화를 가져가더라도 신랑·신부가 하객에게 꽃을 나눠주기 위해 꽃장식을 선택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신랑·신부가 꽃다발이나 꽃바구니 단위로 생화를 산 것이 아니라, 무대·테이블·단상·신부대기실 등 설치 장소별로 꽃장식 비용을 산정해 계약했다고 봤다. 통상적인 생화 판매와 달리 예식장 공간을 장식하는 데 거래의 초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꽃장식 계약의 목적은 생화 소유권을 고객에게 이전하는 데 있다기보다, 고객이 꽃장식이 설치된 예식장을 이용하게 하는 데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생화 꽃장식 가격이 약 200만 원에 이르고, 조선호텔앤리조트 측이 전문 지식을 갖춘 직원 35명을 두고 예식장을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장식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조선호텔앤리조트가 항송했지만, 2심도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고객들이 2000만 원 상당의 생화를 사들인 뒤 곧바로 하객에게 무상으로 나눠주기 위해 계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또 A 사업장의 꽃장식 공급이 조선호텔앤리조트의 결혼예식 용역과 독립적으로 이뤄진 거래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부가가치세법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