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일점선도(一點仙島) 남해 망운산 망운사… 성각스님이 밝힌 ‘마음의 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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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초 선화(禪畵) 분야 부산시 문화무형유산 보유자… 수행과 예술로 남해 산사 지켜온 큰스님
- “AI 시대 와도 마음은 가장 깊은 우주… 빈자일등 정신으로 자신부터 돌아봐야”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남해안 중심에 자리한 보물섬 남해. 예부터 ‘일점선도(一點仙島)’라 불릴 만큼 신선이 머무는 섬으로 전해지는 이곳 망운산 자락에는 제비집처럼 아늑하게 자리 잡은 산사 망운사가 있다.

해발 786m 망운산 중턱에 자리한 망운사는 사방으로 절경이 펼쳐진다. 동쪽으로는 사천만과 통영만을 잇는 강진 바다가 열리고, 서남쪽으로는 광양만과 여수 앞바다가 이어진다. 북쪽으로는 지리산 천왕봉까지 한눈에 들어와 사방사유(四方四維)의 비경을 품고 있다.
불기 2570년 부처님오신날인 25일 새벽, 망운사에는 깨달음의 연등을 밝히려는 불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산사에는 독경 소리가 울려 퍼졌고 형형색색 오색 연등은 부처님의 탄생을 자축하는 은은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두 손을 모은 신도들은 저마다의 간절한 소원을 발원했고, 산사는 잠시 세속의 번뇌를 내려놓는 수행과 기도의 공간으로 변했다. “머무르지 않는 마음이 가장 깊이 머무는 곳.” 이날 망운사를 찾은 이들은 저마다 그런 고요함을 마주했다.
이날 봉축법요식의 중심에는 망운사 주지 성각스님이 있었다. 성각스님은 단순한 사찰 주지를 넘어 한국 선서화(禪書畵)의 맥을 이어온 수행자이자 예술가, 학승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국내 최초로 ‘선화 제작 분야’ 부산광역시 문화무형유산 선화 보유자로 지정·인정된 인물로, 한국 불교계에서는 독보적인 선서화 예술의 대가로 불린다.
그의 붓끝은 단순한 그림을 넘어 수행의 세계와 맞닿아 있다. 번뇌를 덜어내는 간결한 선과 여백 속에는 수행자의 고요함과 깨달음의 울림이 스며 있다. 수용자 교화활동부터 선화 수행까지 이어지는 삶 역시 자비와 무욕의 세계를 향해 흐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각스님은 위키트리와 인터뷰에서 “선서화는 단순한 글과 그림이 아니라 선법(禪法)의 도구이자 수행과 깨달음의 길”이라며 “붓 한 획에도 수행자의 마음과 깨달음이 담긴다”고 말했다.
30대에 출가한 성각스님은 고산대선사에게 법맥(선맥)을, 화엄대선사에게 화맥을 전수받은 뒤 40여 년 동안 망운사에서 선필과 선화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연등을 밝히는 것은 부처님께 광명의 빛을 올리는 동시에 자신의 무명업장을 걷어내고 밝고 맑은 광명지를 얻기 위한 수행”이라며 “스스로의 내면 자유를 찾고, 이타행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행복을 함께 나누기 위한 의미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사람들은 몸보다 마음이 더 많이 지쳐 있다. 그만큼 세상의 삶이 고통스럽다는 뜻”이라며 “절은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쉬어갈 수 있는 힐링과 선 명상의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화도 기도도 결국 마음을 맑고 명징하게 만드는 수행”이라며 “남을 이기려는 마음보다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온화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화과동체(和過同體)의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봉축법요식에는 장충남 남해군수를 비롯해 지역 기관장과 문화계 인사, 불자 등이 참석했다. 성각스님은 법문에서 “부처님오신날의 참뜻을 되새기며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일체개고 아당안지(一切皆苦 我當安之)’의 주인공이 돼야 한다”고 설파했다.
망운사를 찾은 한 방문객은 “성각스님이 계신 망운사는 단순히 풍광 좋은 절이 아니라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이라며 “남해 바다를 바라보며 기도하니 복잡했던 마음이 흔적 없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부처님오신날의 망운산 망운사는 단순한 종교행사를 넘어 지친 일상 속 사람들에게 위로와 쉼을 건네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수행과 예술로 오랜 세월 산사를 지켜온 성각스님의 묵직한 선적(禪的) 존재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성각스님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AI 시대가 오고 기계가 인간의 생각을 대신하는 세상이 와도 마음은 여전히 가장 깊은 미지의 우주입니다. 우리는 결국 그 안에서 길을 찾고 삶의 방향을 정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