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은퇴 앞두고 통장에 '이 금액' 모았다면 딱 평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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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앞둔 대한민국 60대의 통장 잔고 현실

퇴직 후 통장을 처음 들여다보는 순간, 생각보다 적다는 것을 실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평생 일했는데 막상 은퇴 앞에서 숫자를 확인해보면 막막해진다.

KB금융그룹이 지난해 5월 30일부터 6월 18일까지 전국 주요 도시에 거주하는 25~74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KB골든라이프보고서 설문조사에 따르면 노후 준비 필요성에는 77.8%가 공감했지만 실제로 준비가 잘 돼 있다고 답한 가구는 19.1%에 그쳤다. 특히 노후 행복의 핵심 요소로 꼽힌 경제력의 경우 충분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21.1%에 불과해 준비 정도가 가장 미흡한 항목으로 나타났다.

60대 여성이 노후 자금이 담긴 통장 잔고를 보고 걱정하는 모습. (AI 생성 이미지) / 위키트리
60대 여성이 노후 자금이 담긴 통장 잔고를 보고 걱정하는 모습. (AI 생성 이미지) / 위키트리

알고는 있지만 준비가 안 된 것이 한국인의 노후 현실이다. 그렇다면 60세 은퇴 시점에 통장에 얼마가 있어야 평균일까. 국가데이터처·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실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수치를 기준으로 확인해봤다.

60세 은퇴 시점, 평균 자산은 얼마일까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25년 3월 말 기준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 6678만 원, 부채는 9534만 원으로 순자산은 4억 7144만 원이었다. 60세 전후 가구가 이 수준에 근접한다면 평균에 해당한다. 다만 이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어 당장 쓸 수 있는 돈과는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짐이 가득 담긴 박스를 들고 회사를 퇴직하는 60대 남성. (AI생성 이미지) / 위키트리
짐이 가득 담긴 박스를 들고 회사를 퇴직하는 60대 남성. (AI생성 이미지) / 위키트리

실제로 당장 동원 가능한 금융자산만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같은 조사에서 50대의 금융자산 평균은 1억 6507만 원이었다. 하지만 이 평균은 자산이 많은 소수가 끌어올린 숫자다. 실제로 50대 절반은 금융자산이 8100만 원을 밑돌았다. 60세 은퇴를 앞두고 통장에 8100만 원이 있다면 그나마 평균 수준이지만, 이 금액으로 노후를 버틸 수 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노후 생활비, 실제로 얼마나 필요할까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은퇴 후 부부의 월 적정 생활비는 336만 원, 최소 생활비는 240만 원이었다. 전년 대비 각각 11만 원, 9만 원 올랐다. 물가가 오를수록 필요한 생활비도 함께 올라간다.

60세에 은퇴해 9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30년, 360개월의 생활비가 필요하다. 월 336만 원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12억 960만 원이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면 실제로 필요한 금액은 더 커진다. 금융자산 8100만 원으로는 약 2년 치 생활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주택연금 등으로 채워야 하는데, 이를 충분히 준비한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 수치가 말해주는 현실이다.

노후를 걱정하는 부부의 모습. (AI생성 이미지) / 위키트리
노후를 걱정하는 부부의 모습. (AI생성 이미지) / 위키트리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민연금 월평균 수령액은 약 65만 원이다. 부부 합산으로 130만 원 안팎이다. 적정 생활비 336만 원과 비교하면 월 200만 원 이상이 여전히 부족하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으로 이 부족분을 메워야 하지만 충분히 준비된 사람은 많지 않다.

희망보다 9년 빠른 은퇴, 준비할 시간이 없다

2025 KB골든라이프보고서에 따르면 은퇴 가구의 평균 실제 은퇴 나이는 56세로, 희망 은퇴 나이 65세보다 9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56세에 은퇴하면 국민연금 수령 시작까지 최대 9년의 소득 공백이 생긴다. 이 기간을 버텨낸 뒤 60세에 도달할 때 통장에 얼마가 남아 있느냐가 노후의 출발점이 된다.

같은 보고서에서 경제적 노후 준비를 시작한 평균 연령은 48세였다. 50~54세가 16.1%로 가장 많았고, 노후 준비 계획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도 15.2%에 달했다. 50대에 준비를 시작해 56세에 은퇴하면 실질적인 준비 기간은 채 10년이 되지 않는다.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66세 이상 은퇴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39.8%에 달했다. 은퇴 후 노인 열 명 중 네 명이 빈곤선 아래에 있다는 뜻이다. 준비 없이 맞이한 은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평균보다 중요한 것, 매달 들어오는 돈이다

평균 자산과 내 자산을 비교하는 것은 출발점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매달 얼마가 들어오고 나가는지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으로 월 200만 원이 확보된다면 부족한 130만 원 안팎을 금융자산 인출로 충당하면 된다. 금융자산 8100만 원을 월 130만 원씩 인출하면 약 5년 2개월을 버틸 수 있다. 65세가 되면 금융자산이 바닥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부부가 노후 준비를 위해 은행에서 상담을 받는 모습. (AI 생성 이미지) / 위키트리
부부가 노후 준비를 위해 은행에서 상담을 받는 모습. (AI 생성 이미지) / 위키트리

이 계산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주택연금 가입을 검토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주택연금은 공시가격 12억 원 이하 주택을 소유한 만 55세 이상이라면 가입할 수 있다. 60세에 시세 5억 원 주택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월 약 100만 원을 종신으로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퇴직연금·주택연금을 합산하면 월 300만 원 이상을 만들 수 있다.

60세 은퇴를 앞두고 통장에 8100만 원이 있다면 딱 평균이다. 하지만 그 금액만으로 노후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도 수치가 말해준다. 평균에 안도하기보다 매달 얼마가 들어오고 나가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노후를 지탱하는 것은 통장의 잔고가 아니라 꾸준히 들어오는 수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