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m 꽃길에 수국 1만 6000본… 초여름 충남에 열린 ‘무료 꽃대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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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 3000㎡에 달하는 거대한 꽃대궐로 변신한 '색동수국정원'

초여름이면 국화처럼 풍성한 꽃망울을 틔우는 수국. 형형색색의 화려한 색상을 자랑하는 수국 명소는 어디일까? 중부권 최대 수국 정원으로, 1km 구간에 약 1만 6000본이 심어진 충남의 숨겨진 계절꽃 명소가 관광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유구 색동수국정원. / 공주시 공식 블로그, AI
유구 색동수국정원. / 공주시 공식 블로그, AI

충남 공주시 유구읍 유구천 일대는 매년 초여름이면 4만 3000㎡에 달하는 거대한 꽃대궐로 탈바꿈한다. 유구 색동수국정원은 수천만 송이의 수국이 천변을 따라 끝없이 펼쳐져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섬유 산업의 영광을 꽃으로 피워낸 수국정원

색동수국정원. / 공주시 공식 블로그, AI
색동수국정원. / 공주시 공식 블로그, AI

유구 색동수국정원의 탄생은 과거 유구읍의 찬란했던 섬유 산업 역사와 깊은 궤를 같이한다. ‘색동’이라는 명칭에서 유추할 수 있듯 유구는 과거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쳤던 자카드 직물의 본고장이었다. 1980년대까지 섬유 산업으로 번성했으나, 산업 구조의 변화로 활기를 잃어갔다. 그러던 중 공주시는 2018년 유구천 수변 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이곳에 수국을 식재하기 시작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

주민들은 과거 비단과 색동 천을 짜던 정성을 담아 꽃을 심고 가꾸기 시작했다. 버려졌던 하천 부지가 주민들과 지자체의 노력으로 인해 연간 수십만 명이 찾는 생태 정원으로 재탄생한 셈이다. 유구천의 수국은 단순히 예쁜 꽃을 넘어 유구읍의 옛 영광을 되찾아주려는 주민들의 염원이 담긴 상징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구 색동수국정원은 중부권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압도적인 면적을 자랑한다. 유구천을 따라 조성된 정원의 총 면적은 약 4만 3000㎡로, 성인 걸음으로 정원 전체를 둘러보는 데만 한 시간 이상 소요된다. 평지 위주로 조성된 산책로 덕분에 노약자나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큰 불편함 없이 꽃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색동수국정원. / 공주시 공식 블로그, AI
색동수국정원. / 공주시 공식 블로그, AI

정원의 구조는 유구천을 끼고 길게 뻗은 형태를 취하고 있다. 구간마다 각기 다른 테마로 수국이 배치돼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정원 입구에 들어서면 시작되는 화려한 꽃길은 마치 동화 속 세상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넓은 부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포토존과 쉼터를 곳곳에 배치함으로써 방문객들이 여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한 설계가 돋보인다.

유구 색동수국정원은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매력을 잃지 않는다. 최근 공주시는 정원 전 구간에 경관 조명을 설치하여 야간 개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조명을 받은 수국은 낮과는 또 다른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밤공기를 마시며 은은한 조명 아래 수국길을 걷는 낭만적인 경험은 연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정원 내에는 '유구'라는 지명과 섬유 산업의 역사를 형상화한 조형물과 감성적인 문구의 가랜드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 축제 기간에는 지역 예술인들의 버스킹 공연과 수국 가요제, 지역 특산물 판매장 등이 열려 풍성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동시에 제공한다.

카멜레온 같은 매력을 지닌 수국

수국. / ilona.shorokhova-shutterstock.com
수국. / ilona.shorokhova-shutterstock.com

수국정원에는 에나멜수국, 목수국, 앤드리스썸머, 핑크아나벨 등 무려 22종 1만 6000본의 수국이 식재돼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보라색과 푸른색 수국뿐만 아니라 하얀 솜사탕처럼 피어나는 아나벨 수국과 원뿔 모양의 독특한 형태를 가진 목수국까지 감상할 수 있다. 품종마다 개화 시기와 색상이 조금씩 달라 6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정원은 시시각각 달라진다.

초여름이면 모습을 보이는 수국은 범의귀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 관목으로, 이름에 물 '수(水)' 자가 들어갈 만큼 물을 몹시 좋아하는 식물이다.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잘 자라며 초여름 장마철 전후로 절정을 이룬다. 수국의 가장 큰 매력은 토양의 산성도(pH)에 따라 꽃의 색깔이 변하는 이른바 ‘안토시아닌’ 반응에 있다.

토양이 산성일 경우에는 알루미늄 성분이 흡수돼 푸른색 꽃이 피고, 알칼리성일 경우에는 붉은색이나 분홍색 꽃이 피어난다. 꽃처럼 보이는 화려한 부분은 사실 암술과 수술이 없는 '가짜 꽃(무성화)'이며, 실제 아주 작은 참꽃을 보호하기 위해 발달한 꽃받침이라는 점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수국은 '변덕'이라는 꽃말을 얻기도 했지만, 진심 어린 사랑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다.

색동수국정원 찾아가는 길

유구 색동수국정원은 수도권과 충청권 어디서든 접근하기 좋은 지리적 이점을 갖추고 있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당진영덕고속도로 유구IC에서 내려 약 5분 정도만 달리면 정원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대중교통 이용객이라면 공주 종합버스터미널이나 예산역 등지에서 유구행 시내버스가 수시로 운행된다. 유구 공용버스터미널에서 정원까지는 도보로 10분 이내의 거리에 있어 뚜벅이 여행자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정원 관람을 마친 뒤에는 인근의 유구 전통시장을 방문해 지역 먹거리를 맛보거나, 벽화 거리로 꾸며진 섬유 역사의 거리를 걷는 코스를 추천한다. 수국정원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상시 개방돼 있다.

구글지도, 색동수국정원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유산, 태화산의 보물 ‘마곡사’

마곡사. / 공주시 공식 블로그, AI
마곡사. / 공주시 공식 블로그, AI

수국정원에서 차로 약 15분을 달리면 천년 고찰 마곡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 중 하나로 등재된 마곡사는 수국 정원이 선사하는 현대적인 활기과는 또 다른 정취를 선사한다.

마곡사는 서기 640년 자장율사가 창건한 이래 1400년 가까운 세월을 버티며 충남 불교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특히 현재의 가람 배치는 임진왜란 당시 소실됐던 것을 조선 중기에 재건한 것으로, 자연 지형을 거스르지 않는 한국 전통 건축의 미학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예부터 ‘봄에는 마곡사, 가을에는 갑사’라는 뜻의 ‘춘마곡 추갑사’라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마곡사의 여름철 경관은 빼어나다. 사찰의 중심을 태극 모양으로 휘감아 흐르는 마곡천은 배산임수의 전형적인 평화로움을 자아낸다.

사찰 내부로 들어서면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보물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마곡사의 중심 법당인 대광보전(보물 제802호)은 화려한 단청 대신 나무 본연의 결이 살아있는 소박한 외관이 특징이다. 내부에는 정교한 불단과 벽화가 보존돼 있다. 대광보전 뒤편 가파른 계단 위로는 흔치 않은 2층 구조의 대웅보전(보물 제801호)이 당당한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다.

대광보전 앞마당에 세워진 오층석탑(보물 제799호)은 마곡사에서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유물이다. 고려 말 원나라의 영향을 받아 탑의 꼭대기에 라마교 양식의 풍마동 장식이 올라가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석탑 중 유일무이한 사례로 꼽힌다. 마곡사는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구글지도, 마곡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