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서 우리 딸로 다시 태어나란 말도 못 해요” 생후 9개월 아기, 3명 살리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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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속에 있을 때보다 더 짧은 시간을 살고 떠난 아기

첫 돌도 맞이하지 못한 아기가 마지막 순간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사연이 전해지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가족들은 “짧은 생이었지만 누군가에게 새로운 삶이 되길 바란다”며 눈물 속에 아이를 떠나보냈다.

지난 2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이달 1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생후 9개월 된 장소민 양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과 신장, 소장을 기증했다. 장기기증을 통해 여러 환자에게 새로운 생명의 기회를 남긴 것이다.

소민 양은 지난 4월 중순 갑작스러운 고열 증세를 보였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감기 증상으로 여겨져 동네 소아과를 찾았고 약을 처방받았지만, 열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가족들은 상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여러 병원을 오가며 진료를 받았고, 결국 세균성 뇌수막염 진단을 받았다.

하늘의 별이 된 아기 장소민 양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하늘의 별이 된 아기 장소민 양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세균성 뇌수막염은 뇌와 척수를 감싸는 뇌수막에 세균이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와 고령층에게 위험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 증상은 감기와 비슷한 경우가 많다. 고열과 두통, 구토, 식욕 저하, 무기력감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심한 경우 의식 저하와 경련, 호흡 이상, 쇼크 증세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치료 시기를 놓치면 뇌 손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영아는 성인처럼 통증이나 증상을 정확히 표현할 수 없어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계속 보채거나 축 처져 보이는 증상, 반복되는 고열, 수유 거부, 경련 등이 나타난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의료계는 설명한다.

세균성 뇌수막염은 원인균에 따라 예방접종으로 일부 예방이 가능하다.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b형(Hib), 폐렴구균, 수막구균 백신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국가예방접종 사업에도 일부 백신이 포함돼 있다. 다만 모든 유형의 세균성 뇌수막염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예방접종을 했더라도 드물게 발병하는 사례가 존재한다.

또한 세균성 뇌수막염은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른 경우가 많아 단순 감기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도 있다. 의료진은 “고열이 오래 지속되거나 평소와 다른 이상 증상이 보이면 단순 감기라고 넘기지 말고 빠르게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뜻깊은 선물을 남기고 천사가 된 아기 장소민 양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뜻깊은 선물을 남기고 천사가 된 아기 장소민 양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소민 양의 병세는 빠르게 악화했다. 의식을 잃은 소민 양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뇌사 상태에 빠졌다. 건강하게 자라날 것이라 믿었던 아이가 불과 며칠 사이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 것이다.

가족들에게 장기기증 결정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특히 어머니 박 모 씨는 처음에는 아이의 장기를 기증하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남편은 “소민이의 일부가 세상 어딘가에서 살아 숨 쉬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고, 가족들도 같은 뜻을 전했다. 긴 고민 끝에 부모는 아이의 마지막 선택으로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소민 양은 지난해 7월 2.5㎏의 작은 몸으로 태어났다. 생후 9개월이 됐을 때도 체중이 7㎏대에 머물 정도로 왜소했지만, 가족들에게는 누구보다 소중한 아이였다. 어머니는 예방접종 일정부터 이유식, 건강 관리까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챙겼다고 한다. 몸집은 작았지만 시간이 지나 면역력이 생기면 점차 건강해질 것이라 믿었다.

가족들에게는 올봄 함께 떠났던 벚꽃 나들이가 마지막 추억으로 남았다. 5월에는 가족 여행도 계획돼 있었지만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어머니 박 씨는 “배 속에 있었던 시간보다 세상에서 함께한 시간이 더 짧았다”며 “더 많이 안아주고 더 오래 함께 있어주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또 “다음 생에는 꼭 우리 딸로 태어나달라는 말도 차마 못 하겠더라”며 “누구의 딸이든 상관없으니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만 살아줬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어 장기를 기증받은 환자들에게도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오래 건강하게 살아가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