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명동은 이제 옛말… 요즘 외국인 관광객들이 매일 밤 모여드는 '이곳'

작성일

도시 한복판의 숨은 보석, 청계천이 외국인 필수 관광지로

서울 종로구와 중구를 가로지르는 청계천이 한국을 찾는 해외 여행객들 사이에서 새로운 필수 관광 코스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청계천 자료사진. / Roaming Pictures-shutterstock.com
청계천 자료사진. / Roaming Pictures-shutterstock.com

과거에는 경복궁이나 명동, 동대문처럼 물건을 사거나 오래된 건물을 구경하는 일정 중심의 여행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한국 사람들의 일상을 가까이서 느끼고 도심 속에서 여유를 즐기려는 외국인들이 청계천으로 대거 몰리는 추세다. 평일 낮과 주말 저녁을 가리지 않고 청계천 산책로를 걷다 보면 한국어보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비롯해 다양한 나라의 언어가 더 많이 들릴 정도로 외국인 방문객의 비율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처럼 청계천이 외국인 손님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 첫 번째 이유는 여행의 성격이 이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단체로 버스를 타고 지정된 장소만 돌아다니는 여행 대신 혼자 혹은 친구와 함께 찾아오는 개별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서울 사람들이 퇴근길이나 주말에 어디서 시간을 보내고 쉬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외국인 여행객들은 청계천 냇가 뒤편의 돌계단에 앉아 발을 담그거나,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보고 이를 그대로 따라 하며 여행의 재미를 느낀다. 빌딩이 빽빽하게 들어선 서울 한복판에서 맑은 물이 흐르고 바람을 맞으며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점 자체가 이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온다.

지리적으로 주변 관광지와 곧바로 연결된다는 점도 청계천이 인기를 끄는 큰 요인이다. 청계천은 시작점인 광화문 앞 광장에서부터 동대문까지 길게 이어져 있어 걸어서 다른 명소로 이동하기에 매우 편리하다. 많은 외국인들이 오전에 경복궁과 인사동을 둘러본 뒤 청계천을 따라 걸으며 주변을 구경한다. 특히 근처에 있는 광장시장에서 떡볶이나 빈대떡 같은 한국 음식을 배부르게 먹은 뒤, 소화를 시킬 겸 청계천 산책로로 내려와 동대문 방향으로 걷는 코스가 외국인 여행객들의 인터넷 소통망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길을 헤매지 않고 물길만 따라 걸으면 서울의 중심부를 고스란히 구경할 수 있어 한국 지리가 서툰 외국인들도 안심하고 찾는 길이다.

청계천 자료사진. / Johnathan21-shutterstock.com
청계천 자료사진. / Johnathan21-shutterstock.com

최근 전 세계 젊은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영상 매체도 청계천의 인기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인터넷에 서울 여행을 검색하면 청계천의 징검다리를 건너는 영상이나 물가에 앉아 밤하늘을 보는 짧은 영상들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퍼져 나가고 있다. 낮에는 푸른 나무와 물줄기가 어우러진 깨끗한 모습을 보여주고, 밤에는 주변 고층 건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려한 불빛과 은은한 조명이 물에 비쳐 아름다운 밤 풍경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사진을 찍기 좋아하는 젊은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사계절마다 열리는 다채로운 등불 행사나 밤시장 같은 볼거리도 외국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요소다.

실제로 미국에서 친구와 함께 한국을 방문한 한 여행객은 인터넷 글을 통해 서울은 어디를 가나 사람이 많고 복잡해서 쉽게 지치는데, 청계천에 들어오면 물소리 덕분에 도시의 소음도 덜 들리고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방문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한국의 높은 빌딩들 사이에 이런 자연 친화적인 공간이 숨겨져 있을 줄은 몰랐다며, 징검다리를 건너며 장난을 치는 동영상을 찍어 가족들에게 보냈더니 다들 부러워했다는 일화도 덧붙였다.

청계천을 찾는 외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주변 상권과 관청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청계천 주변의 음식점과 찻집들은 외국어 메뉴판을 눈에 잘 띄는 곳에 걸어두기 시작했고, 간단한 영어로 길을 안내하는 안내판도 곳곳에 새로 설치됐다. 서울시 역시 청계천의 수질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산책로 주변의 쓰레기를 주기적으로 치우는 등 손님 맞이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물에 발을 담그는 이들이 많아진 만큼, 냇가로 내려가는 계단 주변의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안내 요원을 배치하는 등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청계천은 이제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길이 아니라, 서울이 가진 매력을 가장 가까이서 편안하게 누릴 수 있는 만남의 광장이 되었다. 여행 도중 다리가 아프거나 조용히 쉬고 싶을 때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청계천은 앞으로도 한국의 따뜻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그 자리를 더욱 단단히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