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조규성 다 터졌다…5-0 대승 뒤 홍명보 감독이 꺼낸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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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조규성 멀티골, 월드컵 직전 공격진 득점 감각 회복
고지대 적응·선수 점검·중원 실험, 5-0 대승 이상의 수확
홍명보호가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둔 최종 리허설 성격의 평가전에서 확실한 성과를 챙겼다. 손흥민이 전반에만 멀티골을 터뜨렸고, 후반에는 조규성이 두 골을 보탰다. 황희찬까지 득점에 가세하면서 한국은 트리니다드토바고를 5-0으로 완파했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뒤 “우리가 오늘 얻고자 했던 것들을 다 취한 경기”라고 평가했다. 단순한 대승을 넘어 고지대 적응, 공격진 득점 감각 회복, 부상 복귀자 점검, 중원 조합 실험까지 한 경기 안에서 여러 과제를 확인했다는 의미였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 오전 미국 유타주 프로보의 브리검영대학교(BYU)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 평가전에서 5-0으로 승리했다. FIFA 랭킹 25위 한국은 102위 트리니다드토바고를 상대로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았고, 전반 막판 손흥민의 연속골을 기점으로 승부를 완전히 가져왔다.
손흥민이 먼저 터졌다, 침묵 깬 캡틴의 멀티골
이날 가장 반가운 장면은 손흥민의 득점이었다. 대표팀은 전반 중반까지 볼을 오래 소유하고도 결정적인 슈팅 찬스를 많이 만들지 못했다. 상대가 내려앉아 수비 간격을 좁힌 탓에 공격 전개가 다소 답답하게 이어졌다.

그러나 흐름은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이후 바뀌었다. 한국은 공격 템포를 끌어올렸고, 전반 막판 손흥민이 해결사로 나섰다. 손흥민은 전반 40분 선제골을 넣은 뒤 곧바로 추가골까지 터뜨리며 단숨에 경기 분위기를 바꿨다.
손흥민에게도 의미가 큰 득점이었다. 소속팀에서 득점 침묵이 길어지며 일각에서는 결정력 저하 우려가 나왔지만, 대표팀에서는 달랐다. 중요한 평가전에서 두 골을 몰아치며 자신이 여전히 한국 공격의 중심임을 증명했다.
홍명보 감독도 손흥민의 득점을 반겼다. 그는 경기 뒤 “두 선수 모두 최근 골을 넣지 못해 힘들었을 것”이라며 손흥민과 조규성을 함께 언급했다. 이어 “선수 입장에서는 상대가 강팀이든 약팀이든 골을 넣어 자신감을 챙기는 게 중요하다. 두 선수의 득점은 우리 팀에 반가운 골”이라고 말했다.
조규성도 멀티골, 공격진 자신감 회복이 최대 수확

후반에는 조규성이 주인공이었다. 손흥민이 전반 흐름을 열었다면, 조규성은 후반에 확실한 마침표를 찍었다. 조규성은 두 골을 추가하며 대표팀 공격진의 골 잔치를 완성했다.
공격수에게 득점은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경기력이나 움직임이 나쁘지 않아도 골이 나오지 않으면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월드컵을 앞둔 시점이라면 그 압박은 더 크다. 그런 점에서 손흥민과 조규성이 같은 경기에서 나란히 멀티골을 기록한 것은 대표팀 전체에 긍정적인 신호다.
황희찬의 득점도 반갑다. 황희찬은 후반 페널티킥 득점으로 5-0 대승에 힘을 보탰다. 손흥민, 조규성, 황희찬까지 주요 공격 자원이 모두 득점에 관여하면서 홍명보호는 월드컵 직전 공격 조합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경기 뒤 조규성은 중계 방송사 인터뷰에서 “다득점으로 승리하고 공격수들이 포인트를 기록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엘살바도르전이 월드컵 전 마지막 평가전”이라며 “승리로 잘 마무리하고 월드컵에 좋은 모습으로 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홍명보 감독의 평가, “얻고자 했던 것 다 취했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경기를 월드컵 체제의 출발점으로 봤다. 그는 “월드컵 체제의 시작을 알리는 경기였는데 결과도 내용도 좋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물론 상대 전력을 감안해야 한다. 트리니다드토바고는 한국보다 FIFA 랭킹이 77계단 낮고,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에도 실패했다. 그러나 평가전의 목적은 상대를 압도하는 데만 있지 않다. 본선을 앞두고 필요한 실험을 얼마나 했는지, 선수들이 어떤 컨디션을 보였는지, 팀이 준비한 방향이 실제 경기에서 얼마나 작동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홍 감독은 이 부분에서 긍정적인 답을 얻었다고 봤다. 그는 “상대 전력이 조금 약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평가전 의미는 잘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손흥민의 득점, 황인범의 복귀, 사실상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기혁 등을 언급하며 “전체적으로 좋았다”고 평가했다.

“우리가 오늘 얻고자 했던 것들을 다 취한 경기”라는 홍 감독의 말은 이날 경기의 성격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스코어는 5-0이었지만, 대표팀이 실제로 챙긴 것은 결과 이상의 점검표였다.
황인범 복귀·이재성 실험, 중원 점검도 의미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는 공격진뿐 아니라 중원 조합도 중요한 확인 대상이었다. 부상에서 돌아온 황인범은 후반 교체로 들어가 복귀전을 치렀다. 홍 감독은 출전 시간을 조절하면서 황인범의 몸 상태와 경기 감각을 확인했다.
홍 감독은 황인범에 대해 “부상 복귀 후 첫 경기였는데 일부러 출전 시간은 조정했다”며 “역시 중원에서의 지배력은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수준이다. 아주 좋았다. 다음 경기에는 출전 시간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팀 중원 운영에서 황인범이 차지하는 비중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이재성의 중앙 미드필더 기용도 눈에 띄었다. 홍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이재성을 투입해 중앙에서 활용했다. 이재성은 공격형 미드필더, 측면, 중앙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다. 홍 감독은 “이재성은 어느 포지션이든 다 소화할 수 있는 선수”라며 “중앙 미드필더에 대한 고민이 많기에 이재성을 황인범과 짝지어 조합을 실험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측면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이동경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홍 감독은 “전반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으나 경기가 진행될수록 자신의 위치와 역할에 적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이강인이 곧 합류하는 만큼, 이동경의 활용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 풀타임을 맡겼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고지대 적응까지 챙긴 대승, 마지막 점검은 엘살바도르전
이번 평가전은 고지대 적응이라는 분명한 목적도 있었다. 한국은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서 고지대 경기장을 경험해야 한다. 트리니다드토바고전이 열린 미국 유타주 프로보도 고지대 환경이라는 점에서 대표팀에는 실전 테스트의 의미가 컸다.

고지대에서는 선수들의 호흡과 체력 회복, 경기 템포 유지가 평지와 다르게 작용한다. 대표팀은 경기 초반 다소 답답한 흐름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적응력을 끌어올렸고 후반에는 여유 있게 경기를 운영했다. 대량 득점과 함께 환경 적응까지 챙긴 셈이다.
상대 사령탑도 한국의 전력을 인정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리니다드토바고의 킹 감독은 경기 뒤 “미국에 도착해서 이틀 정도를 보내고 대한민국이라는 강팀을 상대했다”며 “패배하기는 했지만 상당히 긍정적인 모습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반 25분까지는 좋은 모습을 보였고 약속했던 수비를 펼쳤지만, 강팀을 상대로는 작은 실수도 실점으로 직결되는 경우가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표팀은 다음 달 4일 엘살바도르를 상대로 월드컵 전 마지막 평가전에 나선다. 트리니다드토바고전 5-0 대승은 분명 좋은 신호다. 다만 본선 경쟁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평가전에서도 경기 완성도와 선수 조합을 더 세밀하게 끌어올려야 한다.
손흥민과 조규성이 동시에 터졌고, 황희찬도 득점했다. 황인범은 돌아왔고, 이재성 실험도 소득을 남겼다. 월드컵을 코앞에 둔 홍명보호가 5-0 대승 뒤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자신감이었다. 홍 감독의 말처럼, 이날 경기는 대표팀이 “얻고자 했던 것들을 다 취한 경기”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