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0년대 이후 역사상 가장 뜨겁다… 올여름 한반도 덮칠 습도 90% '사우나 열돔'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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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 만의 슈퍼 엘니뇨, 한반도 찜통더위 경고
엘니뇨와 지구 온난화의 결합, 올해 폭염 얼마나 심할까
세계기상기구(WMO)는 향후 수개월 동안 엘니뇨 현상이 한층 더 심해질 것이라는 예측에 여러 기후 모델들의 전망이 일치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학계에서도 미국 뉴욕주립대 대기과학과 폴 라운디 교수의 분석을 인용해 이번 엘니뇨가 높은 신뢰도로 1870년대 이후 가장 거대한 규모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반도는 지리적 위치상 엘니뇨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위치는 아니지만, 올해는 지구 온난화 추세에 강력한 엘니뇨가 겹치면서 극심한 복합 찜통더위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와 별개로 우리나라 여름철 무더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북태평양의 해수온 또한 이미 예년보다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적도 인근의 동태평양 바다에서 출발하는 엘니뇨는 전 지구적인 대기 흐름을 뒤흔들며 세계 곳곳에 극단적인 홍수와 가뭄을 유발한다. 엘니뇨는 적도 태평양의 중부와 동부 지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 기준보다 0.5도 이상 높아지는 상태를 뜻한다. 수온 상승 폭에 따라 1도 이상이면 중간, 1.5도 이상은 강함, 2도 이상일 때는 매우 강함 단계로 세분화되는데, 일부 기후 연구자들은 매우 강함 수준의 엘니뇨를 슈퍼 엘니뇨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자료를 보면 다양한 기후 예측 모델들이 올해 적도 태평양 바다의 수온이 평년보다 3도 이상 치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약 3.5도의 상승폭을 기록했던 187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원래 적도 하층 대기에서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무역풍이 일정하게 불어 따뜻한 바닷물을 서태평양 쪽으로 밀어낸다. 하지만 지난 4월 중순 열대 서태평양 상공에서 갑작스러운 서풍 돌풍이 발생하면서 이 해역에 모여 있던 막대한 양의 온수가 중동태평양 방향으로 빠르게 유입됐다.
따뜻해진 열대 중동태평양에서 공기가 위로 솟구치는 대류 활동이 활발해지자 필리핀해 동쪽에는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고기압성 흐름이 강하게 발달했다. 이로 인해 고온 다습한 남서풍이 북서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한반도로 지속해서 흘러들었다. 이 여파로 지난 5월 낮 최고기온이 35도에 육박하는 때 이른 불볕더위가 관측되기도 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초여름부터 한반도 대기 하층에 습도가 80에서 90%에 달하는 가마솥 같은 사우나 열돔이 형성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기후학계 분석에 따르면 엘니뇨의 영향으로 필리핀 인근의 북서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빠르게 세력을 확장했으며, 이 고기압의 회전을 따라 초여름부터 고온다습한 바람이 우리나라로 불어 들고 있다.
대개 한국의 여름 기온은 북쪽의 북태평양고기압과 남서쪽의 티베트고기압의 확장에 좌우된다. 이 두 거대한 기압계가 상공에서 포개지면 이중 열돔이 형성되어 극심한 폭염이 발생하는데, 북서태평양고기압은 이 중 동아시아 지역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서쪽 자락을 의미한다.
기상청 역시 올여름 기온이 예년 수준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분석 결과 6월과 7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60%에 달했고, 8월 역시 평년보다 더울 확률이 50%로 나타났다. 반면 평년과 비슷하거나 낮을 확률은 각각 40%와 10%에 그쳤다. 이는 북인도양과 북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이미 상승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엘니뇨가 발생했다고 해서 무조건 한국의 여름 기온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 열대 서태평양의 온수가 동쪽으로 빠져나가면서 이 지역 수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인데, 이 구도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면 7월과 8월이 생각보다 덥지 않게 지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이미 평균 기온 자체가 높은 기저 효과가 작용하고 있어, 강한 엘니뇨가 결합하면 폭우와 폭염이 번갈아 몰아치는 고습도 폭염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대기 순환 구조의 변화가 시작되는 길목의 국가들은 벌써 재난 대비에 비상이 걸렸다. 엘니뇨는 각 지역의 지형과 기후 특성에 따라 폭우나 가뭄, 대형 산불 등 전혀 다른 양상의 재해를 몰고 온다. 페루와 에콰도르는 엘니뇨의 타격이 가장 큰 국가들로, 엘니뇨라는 명칭 자체도 이 지역 어부들이 크리스마스 무렵 해안 수온이 따뜻해지는 현상을 목격하고 아기 예수를 뜻하는 스페인어에서 따온 단어다. 원래 페루 앞바다는 남극의 차가운 해류와 심해 온수가 섞여 서늘하지만, 엘니뇨 시기에는 바다가 뜨거워지며 강력한 비구름을 만든다.
이 비구름이 안데스산맥과 충돌하면서 내륙과 해안가에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붓게 된다. 남반구의 페루는 5월 기준으로 계절상 늦가을에 해당하지만 벌써 폭염특보가 내리는 등 이상 고온에 시달리고 있다. 페루 기상청은 수도 리마 등지에 특보를 발령하며 엘니뇨의 영향으로 가을은 더 덥고 겨울은 온화해질 것이라 발표했다. 보통 5월 최고기온이 22에서 24도 수준에 머무는 페루 해안 도시들은 올해 38도를 넘나드는 기현상을 겪었다.
반면 강수량이 원래 2000에서 3000mm 수준으로 많은 인도네시아는 가뭄과 화재라는 정반대의 재앙을 맞이한다. 상승 기류의 중심이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비가 내리지 않아 극심한 가뭄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밀림 지하에는 식물 잔해가 쌓여 생성된 이탄지가 넓게 분포하는데, 가뭄으로 이 땅이 바짝 마르면 지하 전체가 숯처럼 타들어 가는 대형 화재로 이어진다. 현지 국가연구혁신청은 건기 화재에 엘니뇨가 겹쳐 기록적인 피해가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영국 레딩대의 리즈 스티븐스 교수의 연구 분석에 따르면 국제적 긴장 상황 속에서 엘니뇨발 가뭄이나 홍수로 식량 수확이 줄면 전 세계 물가가 도미노처럼 치솟아 심각한 인도주의적 재앙이 닥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내 기후 전문가들은 이상 고온과 기습적인 폭우, 돌발적인 가뭄 등에 대해 전방위적인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상 기상 현상이 발생하면 온열질환 등 인명 피해는 물론 농작물 피해를 비롯한 경제적 타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의 통계를 보면 일 최고기온이 33.3도를 넘서어서는 시점부터는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온열질환자가 하루에 51명씩 급증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해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는 4460명으로 응급실 감시체계 가동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초여름부터 푹푹 찌는 날씨가 시작되면 올해 환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더욱이 엘니뇨는 여름을 지나 가을과 겨울철까지 기온을 높이고 강수량을 늘리는 특성이 있다. 실제로 강력한 엘니뇨가 발달했던 2015년 11월에는 이례적인 집중호우로 배추와 배 등 농작물 수확량이 급감했다.
당시 곶감 농가는 고온다습한 겨울 날씨로 인해 전체 생산량의 45%가 곰팡이 피해를 보기도 했다. 겨울철 고온 현상은 사과를 비롯한 과수류의 상품성과 수확량을 떨어뜨리는 주범이기도 하다. 학계에서는 정부가 폭염 경보 체계를 개선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날씨 변화로 인한 정신질환 유발 등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과학계에서는 재난이 터진 후 예산을 들여 복구하는 사후 약방문식 방식보다는 기후 변화 적응 차원에서 사전에 안전 인프라를 보강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도 훨씬 효율적이라는 제언이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