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봤는데, 속았다" 대구 사전투표소에서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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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 신원확인 절차, 담당자 판단에만 의존하는 허점 노출

대구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 본인 확인 과정에 오류가 발생해 다른 사람의 신분증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일이 벌어졌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후 행정 조치를 통해 실제 유권자의 투표권을 보장했지만, 사전투표 과정에서 이뤄지는 본인 확인 절차의 정확성과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3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건은 6·3 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29일 오전 대구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발생했다. 당시 A씨는 자신의 신분증이 아닌 사촌인 B씨의 신분증을 제시한 뒤 투표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B씨는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B씨는 요양보호사와 함께 투표소를 방문했으며, A씨도 동행했다. 문제는 B씨의 신분증을 A씨가 소지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A씨는 먼저 투표소 안으로 들어갔고, 이후 B씨의 신분증을 제시한 상태에서 투표를 진행했다.

약 10여 분 뒤 실제 신분증 소유자인 B씨가 투표소에 들어가 투표를 시도했지만 전산상 이미 투표를 마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결국 B씨는 현장에서 즉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선거관리위원회는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조사 결과 담당자가 A씨와 B씨를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투표 절차가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는 두 사람이 외모상 상당히 닮아 있었고 주소 역시 유사한 점이 착오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B씨가 보행 보조기구를 사용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해 A씨가 신분증을 대신 소지하고 있었던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설명했다.

대구시선관위 관계자는 "거동이 불편한 B씨를 대신해 A씨가 신분증을 챙기고 있었고, 먼저 투표소에 들어가 투표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두 사람의 생김새가 많이 닮았고 주소 또한 비슷해 현장 확인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사례는 사전투표 과정에서 실시되는 신원 확인 절차에 대한 관심도 함께 불러일으켰다. 특히 일부 유권자들은 투표소에서 진행되는 지문 인식 절차가 주민등록 정보와 연결돼 본인 여부를 검증하는 방식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종합상황실에 사전투표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6·3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은 지방선거 기준 역대 최고치인 23.51%를 기록했다. 2026.5.31/뉴스1
31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종합상황실에 사전투표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6·3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은 지방선거 기준 역대 최고치인 23.51%를 기록했다. 2026.5.31/뉴스1

선관위에 따르면 사전투표 과정에서는 신분증 확인 이후 전자 장비를 통한 지문 인식 절차가 진행된다. 그러나 이 지문 인식은 주민등록시스템이나 경찰청 데이터베이스 등과 연동돼 본인을 확인하는 기능이 아니다.

대구시선관위 관계자는 "지문 인식은 유권자가 실제로 투표에 참여했다는 기록을 남기는 용도"라며 "주민등록시스템과 연동해 지문을 대조하는 방식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즉, 사전투표소에서는 기본적으로 신분증과 얼굴을 대조해 본인을 확인한 뒤 투표 절차를 진행한다. 따라서 이번 사례처럼 현장에서 담당자가 신분증 소지자와 실제 유권자를 혼동할 경우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다만 선관위는 이번 사례가 중복 투표나 부정 투표로 이어진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실제 유권자인 B씨의 경우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행정 조치를 통해 다음 날 투표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반면 이미 투표를 마친 A씨에 대해서는 추가 투표가 불가능하도록 시스템상 제한 조치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A씨는 다른 사전투표소를 방문하거나 본투표일에 다시 투표할 수 없게 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B씨는 실제 선거권자임에도 불구하고 투표를 하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별도 확인 절차를 거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며 "A씨는 이미 한 차례 투표가 이뤄진 상태여서 추가 투표가 불가능하도록 시스템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온라인상에서도 적지 않은 관심을 모았다. 일부에서는 본인 확인 절차가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외모가 비슷한 친인척 사이에서 발생한 드문 행정 착오 사례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31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종합상황실에서 관계자가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CCTV를 확인하고 있다. 6·3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은 지방선거 기준 역대 최고치인 23.51%를 기록했다. 2026.5.31/뉴스1
31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종합상황실에서 관계자가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CCTV를 확인하고 있다. 6·3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은 지방선거 기준 역대 최고치인 23.51%를 기록했다. 2026.5.31/뉴스1

선거관리위원회는 그동안 사전투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제도를 도입해 왔다. 투표함 보관 과정의 CCTV 공개, 참관인 확대 운영, 봉인지 개선, 투표함 관리 절차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사전투표함 보관 과정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CCTV를 공개하고 있으며, 선거사무 전반을 감시하는 공정선거참관단도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례는 현장에서 이뤄지는 최종적인 본인 확인 절차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특히 고령자나 거동이 불편한 유권자가 가족이나 보호자와 함께 투표소를 찾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신분증 소지자와 실제 유권자를 보다 면밀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선관위는 이번 사례의 경위를 확인하고 있으며,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현장 운영 지침과 신원 확인 절차를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의 공정성은 물론 모든 유권자의 투표권을 온전히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보다 세심한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