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 피해자’ 아닌 이채원…유족이 이름·얼굴 공개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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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세상에 안 나왔으면” 가해자 강력 처벌 호소
‘피해자 A 양’ 아닌 ‘이채원’으로 기억해달라
광주에서 귀가하던 17살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던 남성에게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유족이 피해자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했다.

지난달 31일 MBC와 광주일보 등 보도에 따르면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 피해자 고(故) 이채원 양의 유족은 딸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했다. 유족은 딸이 ‘피해자 A 양’으로만 기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채원 양은 응급구조학과 진학을 준비하던 학생이었다. 사람을 구하는 일을 하고 싶어 입시 상담까지 직접 알아볼 만큼 꿈이 뚜렷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MBC가 공개한 영상에는 채원 양이 평소 입던 교복과 쓰던 교재, 학용품 등이 놓인 방의 모습도 담겼다.
채원 양의 아버지는 MBC에 “사춘기도 없을 정도로 정말 착한 아이였다”며 “단 한 번도 엄마 아빠한테 화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외칠 수 있는 사람은 부모밖에 없더라”며 “딸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잊히지 않게 해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장윤기, 스토킹 신고 뒤 일면식 없는 여고생 살해
이번 사건은 지난달 5일 0시 11분쯤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보행로에서 발생했다. 장윤기(23)는 밤늦게 공부를 마치고 귀가하던 채원 양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채원 양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다른 학교 남학생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힌 혐의도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장윤기는 앞서 아르바이트 동료였던 외국인 여성에게 교제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뒤 스토킹 신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해당 여성이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으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자 장윤기는 여성을 찾기 위해 광주 첨단지구 일대를 배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윤기는 끝내 해당 여성을 찾지 못하자 아무 관련 없는 채원 양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장윤기가 분노를 일면식 없는 10대 학생에게 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장윤기의 우발적 범행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봤다. 장윤기가 위치 추적을 피하려고 휴대전화와 흉기를 버린 점, 범행 뒤 무인 세탁소에서 혈흔이 묻은 옷을 세탁한 점 등을 근거로 계획범죄 가능성을 판단했다.
장윤기는 검찰 송치 전 포토라인에서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반성문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우발적 범행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나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유족 “이름을 기억해달라”…추모식 예정
유족은 장윤기가 다시 사회로 나오지 못하도록 강력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채원 양 아버지는 MBC에 “절대 이 세상에 안 나왔으면 좋겠다”며 “아직도 응급실에 있는 모습이 떠오르면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채원 양의 부모는 장례를 마친 뒤 딸의 영정을 들고 사건 현장을 찾기도 했다. 이들은 “저희 딸 좀 기억해달라”며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큰 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윤기는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송치된 데 이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도 추가 송치됐다. 경찰은 장윤기가 외국인 여성 A 씨를 성폭행하고 여러 차례 스토킹한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광주전남추모연대는 채원 양의 49재에 맞춰 추모식을 열 계획이다. 유족은 채원 양의 이름이 사건 속 익명으로만 남지 않길 바란다고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