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초 기록 달성... 커리어 전체에서 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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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무덤 쿠어스필드서 이정후가 쓴 한국인 최초 5안타
부상 복귀 사흘 만에 추신수도 못 한 기록 달성한 이정후
쿠어스필드(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위치한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는 투수들의 무덤이다. 해발 1600m 고지에 자리한 이 구장에서 공은 더 멀리, 더 빠르게 날아간다. 1일 이 투수 지옥에서 이정후(산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말 그대로 펄펄 날았다.

이정후가 로키스를 상대로 한 경기 5안타를 때려냈다. 이정후 커리어 전체에서 한 경기 최다 안타는 4안타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초의 기록이자 한국에서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추신수도 밟지 못한 경지를 이정후가 허리 부상 복귀 사흘 만에 써냈다. 자이언츠는 이날 19-6으로 쾌승하며 6연패의 수렁에서 빠져나왔다.
MLB.com은 이날 경기를 "아다메스의 그랜드슬램과 이정후의 5안타가 자이언츠의 난타전을 이끌었다"는 제목으로 전했다. AP통신은 이정후가 5회에서만 커리어 하이 5안타 중 2개를 몰아쳤다고 보도했다. NBC 스포츠 베이 에어리어는 경기 후 포스트게임 방송을 통해 이정후의 활약을 집중 조명하며 "부상자 명단 복귀 이후에도 전혀 식지 않았다"고 평했다.
돌이켜보면 이정후의 올 시즌은 순탄치 않았다. 전직 골드글러브 수상자인 해리슨 베이더가 영입되면서 이정후는 중견수 자리를 내주고 우익수로 밀렸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 수비를 더 잘했다면 구단이 나를 중견수로 유지했을 것"이라고 했다. "팀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 나는 항상 팀을 위해 뛴다."
시즌 초반 그 각오는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슬럼프가 이어졌고, 허리 근육 경직까지 찾아왔다. 이정후는 지난달 19일 경기를 끝으로 10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토니 바이텔로 감독은 당시 "확실히 조심스러운 상황이었고, 경기 중에 살펴봤더니 완전히 다른 상황이 돼 있었다"며 상태를 예의 주시했다.

부상자 명단에서 돌아온 이정후의 방망이는 달라져 있었다. 지난달 30일 복귀 첫날 5타수 4안타 2득점을 기록했고, 31일에도 멀티히트를 보탰다. 그리고 이날 6타수 5안타 2타점 1득점. 복귀 후 3경기에서 15타수 11안타, 타율은 0.304까지 올라갔다. 3할 복귀는 지난 4월 28일 이후 처음이다.
비텔로 감독이 지난 4월 말린스전 4안타 직후 한 말이 있다. "나는 계속 같은 말을 해왔다. 이정후가 이정후답게 하면 된다고.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그런데 이날 이정후는 쿠어스필드에서 무려 5안타를 날렸다.
이정후는 1회부터 날카로웠다. 1사 1, 3루 상황에서 로키스 선발 태너 고든의 시속 92마일(148.1km/h) 포심 패스트볼을 좌중간으로 솎아내 선제 적시타를 뽑아냈다. 3회엔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그것이 이날 유일한 범타였다.
하이라이트는 5회였다. 자이언츠가 4-3으로 앞선 상황에서 선두타자로 타석에 선 이정후는 구원투수 잭 아그노스의 시속 94마일(151.3km/h) 포심 패스트볼을 정타로 받아쳤다. 타구 속도 102.5마일, 발사 각도 26도, 비거리 429피트. 메이저리그 30개 구장 중 28곳에서 홈런이 되는 타구였지만 쿠어스필드 담장 가장 높은 곳에 맞고 떨어졌다. 이정후는 더그아웃을 향해 가볍게 손짓하며 1루로 달렸다.
그 5회는 자이언츠의 빅이닝으로 이어졌다. 2아웃 이후 6타자가 연속 출루했고, 윌리 아다메스의 그랜드슬램이 터지며 5회에만 7점이 났다. MLB.com은 자이언츠가 그 한 이닝에서만 로키스의 하루 전체 득점보다 많은 점수를 냈다고 전했다. 아다메스의 이날 그랜드슬램은 통산 여섯 번째였다. 자이언츠는 이로써 5월에만 그랜드슬램 4개를 기록했는데, 한 달에 4개는 1970년 이후 구단 최다다.
이정후는 5회 빅이닝에서 두 번째 타석까지 돌아와 중견수 앞 안타를 추가했다. 한 이닝에 두 차례 출루한 셈이다. 7회엔 1사 2루에서 중견수 앞 적시타로 루이스 아라에즈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4안타를 완성하는 동시에 타율 3할도 되찾았다. 8회엔 브레트 설리반을 상대로 다섯 번째 안타를 보태며 개인 통산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출루 직후 곧바로 대주자로 교체되며 이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정후 외에도 자이언츠 타선이 총출동했다. 라파엘 데버스가 6타수 4안타 3루타 3개 4득점을 올렸고, 브라이스 엘드리지도 6타수 4안타 홈런을 기록했다. AP통신은 이날 자이언츠가 시즌 최다 안타(25개), 최다 득점(19점), 최다 장타(13개)를 동시에 갈아치웠다고 전했다. 3안타 이상을 기록한 선수만 5명이었다. 더블A에서 승격해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른 조나 콕스도 9회에 2루타를 쳤다.
선발 로비 레이는 96구를 던지며 4이닝을 간신히 버텼다. 5월 8일 이후 첫 승을 노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 팀 승리는 1이닝을 소화한 칼렙 킬리안이 챙겼다.
이번 쿠어스필드 3연전에서 이정후는 3경기 15타수 11안타를 쓸어담았다. 자이언츠는 시리즈 1승 2패로 콜로라도를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