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한 방울 없이 45헥타르…함평 유기농 명인이 키운 '혈당 잡는 보리'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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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베타헬스, 일반보리 2배 기능성으로 2억 소득 달성
30년 농부의 미생물 재배법, 화학비료 없이 당뇨 예방 식품 성공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전남 함평 들녘에서 심상치 않은 보리가 자라고 있다.
함평의 오가닉팜(주) 오관수 대표 부부가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기능성 보리 품종 '베타헬스'를 45ha 규모로 2024년부터 2년 연속 유기농 재배에 성공했다. / 전남도
함평의 오가닉팜(주) 오관수 대표 부부가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기능성 보리 품종 '베타헬스'를 45ha 규모로 2024년부터 2년 연속 유기농 재배에 성공했다. / 전남도

농약도 화학비료도 없이, 오직 미생물과 천연 퇴비만으로 키워낸 이 보리는 혈당을 잡는 기능성 품종 '베타헬스'다. 30년 유기농 외길을 걸어온 명인의 손에서 탄생한 이 보리가 건강과 소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며 주목받고 있다.

전라남도는 함평의 오가닉팜(주) 오관수 대표가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기능성 보리 품종 '베타헬스'를 45ha 규모로 2024년부터 2년 연속 유기농 재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단순한 재배 성공을 넘어 약 2억 7,500만 원의 소득 창출까지 이뤄내며 '돈 버는 유기농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 베타글루칸 일반 보리의 2배…'혈당 잡는 보리'의 과학

베타헬스가 주목받는 핵심은 탁월한 기능성에 있다. 농촌진흥청 연구결과에 따르면 베타헬스의 베타글루칸 함량은 14%로 일반 보리(6%)의 2배를 훌쩍 넘는다. 베타글루칸은 식이섬유의 일종으로 식후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억제하고 혈당을 안정화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저항전분 함량도 55.7%에 달해 당뇨 예방과 혈당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들에게 맞춤형 기능성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당뇨와 대사증후군이 국민 건강의 최대 위협으로 떠오른 시대에 밥상 위의 보리 한 그릇이 혈당 관리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베타헬스-비교 그래프(농촌진흥청)
베타헬스-비교 그래프(농촌진흥청)

재배 안전성도 뛰어나다. 쓰러짐과 병해에 강한 특성을 지닌 베타헬스는 1월 최저 평균기온이 영하 6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지역에서 생육이 양호해 전남 지역 재배에 최적화된 품종이다. 기능성과 재배 안정성을 동시에 갖춘 셈이다.

■ 30년 유기농 외길…미생물과 천연 퇴비로 일군 45헥타르

오관수 오가닉팜 대표는 전남을 대표하는 유기농 명인이다. 30여 년간 유기농 쌀과 보리를 재배하며 쌓아온 그의 내공은 남다르다. 재배 과정에서 농약과 화학비료는 단 한 방울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직접 만든 미생물과 친환경 숙성 퇴비 등 천연자재만을 활용해 땅의 힘으로 작물을 키워낸다.

45ha라는 광활한 면적에서 이 원칙을 2년 연속 지켜내며 유기농 베타헬스 재배에 성공했다는 것은 단순한 농업 기술의 승리가 아니다. 수십 년간 땅과 대화하며 쌓아온 농부의 철학과 경험이 만들어낸 결실이다. 올해 생산한 물량은 약 200톤으로 '명인드림' 브랜드를 달고 '자연드림 아이쿱'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전량 판매될 예정이다.

■ 일반 보리보다 1.6배 비싸도 완판…억대 소득의 비결

기능성이 뛰어난 만큼 가격도 다르다. 오 대표가 생산한 베타헬스는 40kg당 5만 5,000원으로 일반 보리(3만 5,000원/40kg)보다 1.6배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 그 결과 올해 예상 소득은 약 2억 7,500만 원에 달한다. 유기농이라는 프리미엄에 기능성이라는 가치가 더해지면서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한 것이다.

오 대표는 "앞으로 기능성을 갖춘 다양한 유기농산물 생산을 확대해 돈 버는 유기농업 확산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유기농업이 환경을 위한 희생이 아니라 농가 소득을 높이는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하겠다는 의지다.

■ 당뇨 시대의 맞춤형 해법…전남도, 기능성 친환경농산물 확대 지원

1,000만 명을 넘어선 당뇨 인구, 혈당 관리에 비상이 걸린 대한민국에서 베타헬스의 등장은 시의적절하다. 약이 아닌 밥상에서 혈당을 관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구매 동기를 제공한다.

김영석 전남도 친환경농업과장은 "당뇨 등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 맞춤형 기능성 친환경농산물 생산 확대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남도 차원에서 기능성 유기농산물 생산 농가를 체계적으로 지원해 오 대표의 성공 모델을 전남 전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농약 한 방울 없이 45헥타르 들녘을 가득 채운 베타헬스 보리. 30년 유기농 명인의 손끝에서 탄생한 이 황금빛 보리가 농부의 지갑과 소비자의 건강을 동시에 채우는 새로운 농업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