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한 방울로 5대 암을 동시에 잡는다…엑소피아, 국제학술지 게재로 기술력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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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폐암·유방암·간암·대장암 동시 선별 정확도 94%
엑소좀 분리 없이 혈청 그대로 분석, 12종 암 진단 플랫폼도 완성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암 진단을 위해 내시경을 삼키고, CT 촬영대에 눕고, 조직 검사를 받아야 했던 시대가 바뀌고 있다. 혈액 한 방울로 주요 암 다섯 가지를 동시에 선별할 수 있는 기술이 국제학술지에 이름을 올렸다.
윤택림 창업자( 전 전남대학교병원장)
윤택림 창업자( 전 전남대학교병원장)

암 조기진단 전문 바이오기업 ㈜엑소피아가 일본 도쿄의과대학 오치야 다카히로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개발한 '혈액 기반 다중암 조기진단 기술'이 의약학 분야 국제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에 2026년 5월 26일 게재 승인됐다고 밝혔다. 췌장암, 폐암, 유방암, 간암, 대장암 등 5대 암을 혈액 한 번으로 동시에 선별하는 기술이다. 전체 정확도는 약 94% 수준으로 확인됐다.

◆엑소좀이란 무엇인가…암세포가 흘리는 '단서'

이 기술의 핵심에는 '엑소좀'이 있다. 엑소좀은 세포가 분비하는 30~150나노미터 크기의 미세 입자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지만 그 안에는 세포의 정보가 담겨 있다. 암세포도 마찬가지다. 암이 발생하는 초기 단계부터 암세포는 엑소좀을 혈액 속으로 내보내며, 그 안에는 암의 특성을 반영하는 단백질과 유전정보가 포함돼 있다.

혈액 속 엑소좀을 분석하면 CT나 MRI 영상에서 확인되기 전 단계의 초기 암 신호도 포착할 수 있다. 이것이 전 세계 연구자들이 엑소좀 기반 액체생검에 주목하는 이유다. 문제는 혈액에서 엑소좀만을 따로 분리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높으며, 분리 과정에서 정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분리 공정 없애고 정확도 94%…기존 한계를 뛰어넘다

엑소피아와 오치야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은 바로 이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복잡한 엑소좀 분리·농축 공정을 대폭 줄이고, 혈청 상태의 샘플을 근접확장분석법(PEA) 기술에 적용해 엑소좀 관련 표적 단백질을 고감도로 정량 분석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5개 암종 환자와 정상 대조군 혈청 샘플에 적용하고 인공지능 기반 머신러닝 분석을 결합했다. 결과는 인상적이었다. 암 유무를 선별하는 진단 성능에서 민감도 92.9%, 특이도 95.7%를 기록했으며 전체 정확도는 약 94% 수준으로 확인됐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암이 어느 장기에서 시작됐는지를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도 확인했다. 암의 존재 여부를 넘어 발생 부위까지 혈액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상 철학과 세계적 연구 역량의 만남…2022년부터 이어온 국제 협력

이번 성과는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다. ㈜엑소피아는 2022년 오치야 교수팀과 엑소좀 기반 조기 암진단 기술 공동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국제 협력을 시작했다. 2023년에는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등 국내 바이오 전시회에 참가해 관련 기술을 소개했고, 2025년에는 오치야 다카히로 교수와 윤택림 창업자를 공동 발명자로 하는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이번 논문 게재는 그 여정의 결실이다.

기술의 뿌리는 창업자들의 임상 경험에서 나왔다. 윤택림 창업자는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진료처장, 전남대학교병원장을 역임한 정형외과 전문의로 오랜 임상 경험을 통해 암 조기진단의 중요성을 절감해 왔다. 박혜은 대표이사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예방의학과 환자 중심 건강관리에 주목하며 일본 연구진과의 협력 및 검진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이끌어 왔다.

박혜은 대표이사는 "이번 연구는 혈액 한 방울 수준의 소량 샘플로 주요 암을 동시에 선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성과"라며 "복잡한 엑소좀 분리 공정을 줄이면서도 암 관련 엑소좀 단백질 신호를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대중적인 암 조기검진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5대 암에서 12종 암으로…글로벌 액체생검 시장을 겨냥한다

엑소피아의 목표는 5대 암 진단에서 멈추지 않는다.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임상 검증을 확대하고, 향후 정기 건강검진에 적용 가능한 12개 암을 동시에 진단하는 암 조기 스크리닝 플랫폼으로 완성시킨다는 계획이다. 12종 암 진단 플랫폼은 이미 개발이 완성된 상태다.

다중암 조기진단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고령화와 암 발생 증가로 조기 발견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혈액 기반 검사는 접근성과 반복성, 환자 편의성 측면에서 기존 검사법과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을 가진다.

박 대표는 "국내외 임상시험과 인허가, 상용화 절차를 차질 없이 준비해 국민들이 보다 쉽고 빠르게 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검사 서비스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연구가 가능하도록 도움을 준 화순전남대학교병원, 한국인체자원거점은행 관계자들과 진단검사의학과 신명근 교수님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혈액 한 방울이 암을 찾아내는 시대. 엑소피아가 그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