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대국민 사과 “투표용지 부족,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 신뢰 훼손 깊이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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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유권자 불편 사과”, 여야는 관리 부실 질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본투표일인 3일, 서울 시내 일부 투표소에서 준비된 투표용지가 조기에 바닥나 투표가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유권자들의 투표권 행사에 예기치 못한 차질과 불편을 초래하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식적으로 고개를 숙이며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앙선관위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30분을 기준으로 투표용지 부족 현상이 확인된 곳은 서울 송파구 관내 4개 동 10개 투표소와 강남구 1개 동 1개 투표소, 광진구 1개 동 1개 투표소 등 모두 12개 투표소다. 이 같은 투표용지 고갈 상황은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투표소들을 중심으로 먼저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송파구 잠실2동 제6투표소 등 일부 현장에서는 준비된 투표지가 모두 소진되면서 투표하러 온 시민들이 장시간 줄을 서서 대기해야 했고, 본부로부터 추가 용지가 도착할 때까지 투표 절차가 한때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송파구 외에 강남구와 광진구의 일부 투표소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연이어 파악됐다. 일부 현장에서는 투표를 하기 위해 오랜 시간 대기하던 유권자들이 지체되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투표를 하지 못한 채 현장을 떠났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중앙선관위는 공식 공지를 통해 이번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지난 선거에 비해 높게 나타나면서 송파구 일대 일부 투표소에서 사전에 준비해 둔 투표용지 수량이 부족해졌다고 해명했다. 선관위는 현재 송파구선관위에서 해당 투표소들로 투표용지를 긴급하게 이송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서 대기 중인 유권자들은 원래 규정된 투표 마감 시각이 지나더라도 정상적으로 표를 행사할 수 있다며, 용지 부족으로 인해 오늘 투표를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는 본투표 당일 유권자들의 높은 투표 열기가 계속되는 와중에 불거졌다. 앞서 오후 5시 기준 전국 투표율은 이미 57.4%에 달해 지난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의 최종 투표율인 50.9%와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최종 투표율인 56.8%를 모두 넘어선 상태였다. 그러나 단순히 투표율이 상승했다는 이유만으로 선관위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 선거 당일 시민들이 지정된 투표소에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거나 장시간 대기하는 파행이 빚어진 만큼, 선관위가 지역별 투표 예상 인원과 그에 따른 용지 배부 물량을 어떤 기준으로 산정했는지, 그리고 부족 상황을 최초 인지한 뒤 추가 용지를 공급하기까지 얼마나 신속하게 움직였는지 등에 대한 엄격한 점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치권도 일제히 선관위를 향해 포화를 퍼부었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선관위의 명백한 관리 부실로 규정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당 공명선거안심투표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동욱 최고위원은 이날 중앙선관위를 직접 항의 방문하여 투표용지가 부족해진 정확한 경위를 따져 묻고 유권자들의 투표권 보장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선거가 끝나는 대로 이번 사태에 대한 대대적인 진상규명을 추진하고 반드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정희용 사무총장도 투표 당일 현장에서 용지가 모자라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지 못하는 파행이 벌어진 것은 단순한 준비 소홀의 문제를 넘어 선거관리 기관의 핵심 책무와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선관위의 사전 준비 부족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신속한 사후 조치를 강력히 촉구했다. 조승래 민주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서울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 고갈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지 못하고 대기 중이라는 소식에 대해 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의 부실한 선거 준비 태세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유권자들의 투표권이 어떠한 차질도 없이 철저하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관위는 이후 추가 투표용지를 각 현장에 긴급 수송하여 투표를 다시 재개시켰으며 마감 시각이 지난 이후에도 대기 중인 유권자들은 모두 투표를 마칠 수 있도록 행정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지방선거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의 투표 참여가 이루어지는 국가적 대사에서 가장 기본적인 자재인 투표용지조차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오점은 향후 선거 관리의 공정성과 신뢰성 문제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다음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사과문이다.

선거일 투표용지 부족 관련 대국민 사과문

선거관리위원회는 6월 3일 선거일 투표 과정에서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혼란과 심려를 끼쳐 드렸습니다.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아주신 국민께 불편을 드리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사과드립니다.

선관위는 해당 사실을 인지한 즉시 투표용지가 부족한 투표소로 투표용지를 이송하였으며, 해당 투표소에서 대기 중인 유권자는 마감시각이 지나더라도 정상적으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조치 하고 안내하였습니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개표가 종료 되는 즉시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원인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미흡한 준비와 대처로 실망을 드리게 되어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2026. 6. 3.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허 철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