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투표용지 부족 때 선거무효 판결…나경원 “개표 중단, 재선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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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정권 침해 논란, 재선거 요구까지 번져
과거 독일 헌법재판소가 투표용지가 부족하게 공급된 선거를 전체 무효로 판단하고 재선거를 지시한 선례가 확인됐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이러한 선진국의 법적 판결 사례를 근거로 제시하며, 투표용지 고갈로 유권자의 참정권이 침해당한 이번 6·3 지방선거 역시 당장 개표를 멈추고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3일 저녁 긴급하게 발표한 입장문에서 지난 2022년 독일 베를린 지방선거 당시 헌법재판소가 투표용지 부족과 허술한 행정 관리를 문제 삼아 선거 자체를 무효화하고 재선거를 명령했던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행정적인 과오가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했다면 최종 득표수와 관계없이 선거가 지녀야 할 정당성 자체가 소멸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엄중한 경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독일 베를린에서 치러진 9·26 선거 당시 베를린주 선거관리위원회가 유권자 수보다 투표용지를 임의로 적게 배정하는 일이 있었다. 이로 인해 각 투표소마다 용지가 바닥나면서 운영이 일시적으로 중단됐고, 결국 법정 종료 시각인 오후 6시를 넘겨서까지 투표를 진행하는 파행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임의로 복사한 종이에 기표를 한 유권자들의 표가 무효로 처리되기도 했다.
당시 독일 헌법재판소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소 가동이 멈춘 상황에 대해, 줄을 서서 기다리던 유권자들은 문이 언제 다시 열릴지 전혀 알 수 없는 처지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긴 대기 행렬과 투표 중단 사태를 보고 투표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집으로 발길을 돌린 유권자가 정확히 몇 명인지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시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같은 독일의 판결 이유가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사태 및 핵심 문제점과 완벽히 일치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 본투표 현장에서 투표용지가 고갈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다수 일어났다며 서울 동작구를 비롯해 송파구, 강남구 등 수도권 지역 17개 이상의 투표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유권자의 참정권이 박탈당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부족한 투표용지를 뒤늦게 조달하기 위해 일부 지역의 투표 시간을 밤 10시까지 연장하는 조치를 두고, 이는 또 다른 위법이자 임기응변식 꼼수에 불과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는 개표가 시작되어 결과가 흘러나오는 상황인데, 이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투표를 계속하는 것은 선거의 기본 원칙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비판이다.
나 의원은 다른 투표구에서 용지를 빌려오거나 법적 절차도 거치지 않고 급하게 새로 인쇄해서 공급하겠다는 발상이냐고 따져 물으며, 그렇게 급조된 투표용지로 치러지는 선거 역시 정당성을 상실한 심각한 하자가 있는 투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행정적 착오나 일부 당선 무효 수준으로 치부할 단계를 넘어섰으며, 유권자의 주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한 명백한 선거 무효 사유라고 규탄했다.
이어 부실한 관리와 각종 의혹으로 얼룩진 투표함을 그대로 열어본들 그 개표 결과를 납득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며, 공정함과 신뢰를 잃어버린 선거는 결국 극심한 혼란과 국론 분열만 부추길 뿐이라고 경고했다. 나 의원은 진행 중인 개표를 즉각 중단하고 독일의 판례처럼 조건 없이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동시에, 철저한 진상 조사를 거쳐 무능과 방조로 일관한 이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