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또 사고 치나…첫방 시기 확정난 초기대작 '한국 드라마'
작성일
13년 만에 SBS 복귀하는 여배우, 천재의사로 변신한다
SBS가 하반기 드라마 라인업을 공개하는 'SBS DRAMA: NEXT EPISODE' 미디어데이를 최근 진행한 가운데, 공개된 작품 중 단연 시선을 끄는 초기대작이 등장했다. 일본 TV 아사히에서 메가 히트를 기록한 '닥터X'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는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가 바로 그 작품이다.

'닥터X' 한국판, 10월 금토 편성 확정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는 오는 10월부터 SBS 금토 드라마로 방영될 예정이다. 부정부패에 찌든 의료 권력을 오로지 실력 하나로 수술하는 천재 외과의 '닥터X' 계수정의 활약을 그린 메디컬 느와르 장르다. "하얀 가운을 입은 마피아들이 장악한 이곳에 다크히어로 천재의사가 등장한다"는 기획 의도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색깔이 감지된다.
메가폰을 잡은 이정림 감독은 SBS '악귀' 종영 이후 약 3년 만에 SBS 드라마 연출로 복귀한다. '악귀'와 '당신이 죽였다'를 통해 장르물에 강점을 입증한 감독인 만큼, 메디컬 느와르라는 낯선 조합에서도 그만의 서늘한 연출이 예상된다. 편성근 작가가 대본을 맡아 두 사람이 의기투합했다.
무려 13년 만에 SBS 복귀하는 김지원
캐스팅 면에서도 화제성이 폭발한다. 주연 김지원은 tvN '눈물의 여왕' 종영 이후 약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동시에, SBS 드라마 스페셜 '상속자들' 종영 이후 무려 13년 만에 SBS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다. '눈물의 여왕'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존재감이 아직 생생한 상황에서, 이번엔 천재 의사 캐릭터로 전혀 다른 스펙트럼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
조연진도 묵직하다. 이정은은 SBS 수목 드라마 '닥터탐정' 종영 이후 약 7년 만에 SBS에 복귀하고, 손현주는 SBS 드라마 스페셜 '쓰리 데이즈' 종영 이후 무려 12년 만에 SBS 드라마 출연을 확정했다. 여기에 김우석까지 합류해 탄탄한 앙상블을 구성했다. 베테랑 배우들의 대거 귀환이라는 점에서 제작 신뢰도가 높다.

SBS 입장에서도 이 작품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낭만닥터 김사부 3' 종영 이후 약 3년 만에 편성하는 의학 드라마라는 점에서, 메디컬 장르의 SBS 귀환 그 자체가 하나의 뉴스다.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가 쌓아올린 SBS 메디컬 브랜드의 계보를 이을 수 있을지, 시청자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의학 드라마는 왜 언제나 흥행할까
방송가에는 오래된 불문율이 있다. 의학 드라마는 성공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와 그를 살리려는 의료진의 사투, 병원이라는 거대한 조직 속 인간 욕망의 충돌은 세대를 막론하고 시청자의 감정을 건드린다. 시대가 흐르며 K-메디컬 드라마는 로맨스 위주의 병원 배경물에서 권력 암투, 현실 고발, 글로벌 히어로물 성격까지 다채롭게 진화했다.

역대 히트 의학 드라마 6선, 시간의 역순으로
동명의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중증외상센터'는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권 TV 시리즈 상위권에 랭크되며 K-메디컬 드라마의 무대를 세계 시장으로 확장했다. 전쟁터를 누빈 천재 외상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이 대학병원 중증외상팀에 부임해 팀을 재건하는 과정이 중심 서사다. 헬기 수술 등 영화급 스펙터클한 연출과 거침없는 캐릭터 플레이가 기존 지상파 메디컬 드라마의 문법을 완전히 벗어났다는 평을 받았다. OTT 시대의 새로운 메디컬 흥행 공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세련된 대학병원 의사들의 판타지를 정면으로 뒤집으며 등장한 작품이다. 부산의 한 종합병원을 배경으로, 촌각을 다투는 중증외상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의 날것 그대로의 사투를 담았다. 최고 시청률 15.5%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독주했다. 이성민이 연기한 '최인혁 교수' 캐릭터는 현실 의료계의 페르소나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울림을 줬다. 인력 부족, 적자 누적 등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맹점을 과감하게 들이받으며 매회 사회적 화제를 모았다.
한국 의학 드라마 역사상 가장 완성도 높은 정치·심리극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일본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권력에 대한 야망을 가진 천재 외과의사 장준혁(김명민)의 질주와 몰락을 로맨스 없이 밀도 있게 그려냈다. 최고 시청률 20.8%를 기록했고, 종영 후 각종 '최고의 의학 드라마' 설문에서 1위를 단골로 차지했다. 주연 김명민은 '장준혁 그 자체'라는 찬사와 함께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으며, 대중으로부터 '명민좌'라는 별명을 얻었다. 흔한 병원 로맨스를 걷어내고 권력의 속성만을 집중 조명했다는 점에서 지금도 장르의 기준점으로 거론된다.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가 만든 이 작품은 기존 의학 드라마의 자극적인 문법을 완전히 비틀었다. 거대한 권력 암투 대신,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를 살아가는 의대 동기 5인방 '99즈'의 이야기를 담았다. 케이블 플랫폼임에도 최고 시청률 14.1%를 기록하며 지상파 25% 이상의 파급력에 맞먹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간 방영이라는 파격적 편성 방식에도 압도적인 화제성과 팬덤을 형성했고, 드라마 속 밴드 음악이 매회 실제 음원 차트를 폭격하는 이례적인 현상을 만들어냈다. 메디컬 장르에서도 강력한 팬덤이 형성될 수 있음을 수치로 증명한 작품이다.
21세기 방영된 의학 드라마 중 가장 압도적인 흥행 스코어를 자랑한다. 지방의 초라한 '돌담병원'을 배경으로 괴짜 천재 의사 김사부(한석규)와 젊은 의사들의 성장을 그렸다. 시즌 1 최고 시청률 27.6%, 시즌 2 최고 시청률 27.1%로 연속 메가 히트를 기록하며 메디컬 드라마의 흥행 보증 시리즈로 자리매김했다. "의사는 환자에게 필요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김사부의 호통은 현실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강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탄탄한 의학적 디테일에 세대별 청춘 의사들의 성장 스토리와 로맨스가 절묘하게 얹히며 전 세대를 사로잡았다. SBS가 '닥터X' 시리즈로 다시 한번 메디컬 장르를 공략하는 배경에는 이 시리즈가 쌓아올린 브랜드 자산이 있다.

'닥터X'는 과연 이 계보를 이을 수 있을까
역대 히트 의학 드라마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명확하다. 의료라는 소재를 그 시대의 사회적 맥락과 정확하게 접합시켰다는 점이다. '골든타임'은 의료 시스템의 현실을 고발했고, '하얀거탑'은 권력 암투를 해부했으며,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번아웃 시대의 위로를 건넸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실력 대 권력의 구도로 카타르시스를 설계했다.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역시 같은 구도를 취한다. 부정부패한 의료 권력에 맞서는 천재 외과의라는 설정은 '하얀거탑'의 권력 해부와 '낭만닥터 김사부'의 실력자 서사를 동시에 소환한다. 여기에 느와르적 색채가 더해져 장르적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관건은 원작의 팬덤과 한국식 각색의 조화다. 일본 TV 아사히의 '닥터X' 시리즈는 2012년 첫 방영 이후 현재까지 시리즈가 이어질 만큼 일본 내에서 검증된 IP다. 한국판이 원작의 설정과 캐릭터를 어떻게 재해석하느냐가 흥행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캐스팅 조합도 이례적이다. 김지원이라는 현재 한국 드라마계에서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배우와, 이정은·손현주라는 베테랑 배우군이 함께 호흡을 맞춘다. 이정림 감독의 장르물 연출 역량이 이 조합을 어떻게 화학반응으로 이끌지가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할 것이다.
SBS는 올해 하반기 이 작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10월 첫방 예정인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가 K-메디컬 드라마의 새로운 챕터를 쓸지, 안방극장의 판도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