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받이 거부한다” 서울 송파구 공무원, 선관위 '직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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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 부족 사태, 선관위 책임론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등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장시간 대기하거나 투표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가운데, 선거 현장 지원에 투입됐던 송파구 공무원이 공개적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여기에 공무원노조까지 가세하면서 이번 사태를 둘러싼 책임론이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4일 공무원노조 참여마당 게시판에는 송파구 소속 공무원 A씨가 작성한 '선거관리 도저히 못 한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A씨는 "긴말 안 한다"며 "우리 송파구 직원들은 더 이상 선거 업무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어떻게 이런 사태가 벌어지도록 송파구 선관위에서는 직원이 한 명도 안 올 수가 있냐"며 "더 이상 이런 모자란 집단과 일 못 한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또 "선거 사무는 선관위에서 단독으로 하시라"며 "더 이상 지자체 공무원을 총알받이로 쓰지 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퇴근시켜 달라. 내일 우리 지자체 공무원은 정상 출근해야 한다"고 적으며 현장에 투입된 공무원들의 피로감과 허탈함을 토로했다.

4일 오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함 이송이 지연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김범진 서울시선관위 사무처장이 시위대의 반발을 받고 있다. 2026.6.4/뉴스1
4일 오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함 이송이 지연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김범진 서울시선관위 사무처장이 시위대의 반발을 받고 있다. 2026.6.4/뉴스1

이번 글은 선거 현장에 직접 투입된 공무원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현행 선거관리 체계에서는 선관위가 선거를 총괄하지만 실제 투표소 운영 과정에서는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들이 대거 지원 인력으로 투입된다. 선거철마다 전국 수만 명의 공무원들이 투표소 관리와 개표 지원 업무를 맡고 있지만, 법적 책임과 의사결정 권한은 대부분 선관위에 있다는 점에서 현장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이번 사태의 경우 현장에서 유권자들의 항의와 민원을 직접 감당한 것은 상당수 지자체 공무원들이었다는 점에서 불만이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노조도 곧바로 성명을 내며 선관위를 정면 비판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 송파구지부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지금까지 누구도 현장 공무원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며 "선관위는 현장 공무원에게 사과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국민의 참정권이 침해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현장과 소통을 거부하고 수동적인 자세로 일관한 선관위의 대응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또 "전자공보물과 전자투표를 도입하고 선거관리 전반에 대한 시스템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4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고 있다. 2026.6.4/뉴스1
보수단체 회원들이 4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고 있다. 2026.6.4/뉴스1

이번 논란은 지난 3일 실시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과정에서 서울 일부 지역 투표소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서 시작됐다.

서울 송파구와 강남구, 광진구 등 총 14개 투표소에서는 준비된 투표용지가 부족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일시적으로 중단됐고, 길게 늘어선 대기 줄 속에서 유권자들이 수십 분씩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일부 시민들은 투표를 포기하고 돌아갔다는 증언도 나왔다.

가장 큰 혼란이 빚어진 곳은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였다.

이곳에서는 투표 마감 시각인 오후 6시 이전에 줄을 선 유권자들이 있었음에도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를 끝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선관위는 대기표를 받은 유권자들에 한해 밤 10시까지 투표를 진행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현장에서는 유권자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일부 시민들은 투표함 반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찰이 출동해 상황을 관리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중대한 참정권 침해"라고 규정하며 개표 중단과 재선거 실시를 요구했다. 일부 지도부는 중앙선관위를 직접 찾아 항의하기도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선관위의 관리 부실에는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개표 중단이나 재선거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논란이 커지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허철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브리핑을 통해 "투표용지 부족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혼란과 심려를 끼쳐 드렸다"며 사과했다.

선관위는 직전 지방선거 투표율 등을 참고해 투표용지를 준비했으나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이 나타나 일부 지역에서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사태가 공직선거법상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후 열린 위원회의를 통해 "현재 진행된 개표를 중단하는 것은 불가하다"며 "해당 투표소에서 행사된 유권자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투표함은 정상적으로 개표소로 이송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방문한 국민들에게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개표 종료 이후 즉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 공무원들의 공개 반발이 이어지면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투표용지 부족 문제를 넘어 선거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논란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선거관리의 최종 책임은 선관위가 지고 있지만 실제 현장 운영은 지자체 공무원들이 담당하는 구조가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오고 있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인력 동원과 책임 소재 논란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 당일의 혼란으로 끝나지 않고 있다. 선관위 책임론, 제도 개선 요구, 현장 공무원들의 집단 반발까지 이어지면서 선거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관위가 약속한 진상조사 결과에서 어떤 원인이 드러나고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