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훨씬 빨라졌는데 성과가…한국은행이 분석한 잔혹한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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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가 청년 일자리를 위협하는 이유
효율성 개선이 생산성으로 이어지지 않는 역설
인공지능 기술의 급격한 도입이 전 세계 고용 시장을 뒤흔드는 가운데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대규모 감원이 현실화하고 있으며 한국은행 연구 결과 국내에서도 개별 작업의 효율성 제고가 실제 생산성 증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생산성 단절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 데이터 취합 등 주니어급 근로자가 맡던 표준화 업무가 기술로 대체되면서 청년층의 신입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중장기적 인적자본 축적 경로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보기술 산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에이전트(특정 임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소프트웨어)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최고경영자는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회사 업무의 절반인 오십 퍼센트를 처리하고 있어 필요한 인력 규모가 줄었다며 고객 지원 담당자 사천 명을 감축한 사실을 공개했다. 아이비엠의 아르빈드 크리슈나 최고경영자 역시 인공지능 챗봇이 인사 부서 직원 수백 명의 업무를 이미 대체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비용 절감과 경영 효율화를 목적으로 정형화된 인지적 업무에 기술을 적극적으로 전면 배치하면서 고용 구조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가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변화는 노동 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층에게 치명적인 타격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들이 엑셀 정리, 데이터 취합 같은 주니어(신입 및 저연차) 근로자들의 표준화 업무를 인공지능으로 넘기면서 신입 채용 문을 닫아버리는 현상이 심화되는 까닭이다. 과거에는 신입 사원들이 상대적으로 오류 위험이 낮은 기초적인 자료 정리와 행정 업무를 수행하며 도메인 지식(특정 산업 분야의 전문 지식)과 업무 감각을 점진적으로 축적해 왔다. 현시점에서는 이 같은 전통적인 숙련 형성 경로가 통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초기 진입 장벽의 상승은 단기적인 청년 고용 침체를 넘어 장기적으로 복합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인력의 공급 기반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해진다.
국내 노동 현장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의 확산 속도는 과거 그 어떤 기술보다 압도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은행 리포트에 따르면 이천이십이 년 하반기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도입된 이후 국내 근로자의 절반 이상인 오십일 점 팔 퍼센트가 업무에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과거 internet(인터넷) 확산 속도와 비교했을 때 무려 여덟 배나 빠른 수치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의 분석 결과 인공지능 활용은 근로자들의 업무 시간을 평균 삼 점 팔 퍼센트, 주당 약 일 점 오 시간 단축시키는 명확한 효율성 개선 효과를 냈다. 기술 숙련도가 낮거나 인공지능을 고강도로 사용하는 집단에서 이러한 시간 절감 효과는 더욱 두드러지게 관찰됐다. 업무 시간 단축을 거시적 생산성 가치로 환산할 경우 약 일 점 영 퍼센트의 잠재적 생산성 향상 효과가 추정되는 수준이다.

개별 작업 수준의 시간 절감이 실제 기업의 산출량 증가나 거시적인 생산성 증대로 이어지지는 않는 기묘한 괴리가 발견됐다. 한국은행 리포트에 따르면 근로자 개인의 업무 시간 단축률과 업무 처리량 증가율 간의 상관계수는 영으로 추정됐다. 인공지능을 통해 확보한 여유 시간이 고부가가치 창출 업무로 재배치되지 못하고 대기 시간이나 조직 내 유휴 시간으로 소멸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술 도입 초기에 조직 개편, 업무 흐름 재설계, 유인 체계 구축 등의 보완적 투자가 수반되지 않아 발생하는 생산성 단절 현상이다. 경제학계에서 거론되는 범용기술 도입 초기의 전형적인 제이 커브(기술 도입 초기 생산성이 정체되다 서서히 급반등하는 현상)이자 솔로우 역설(컴퓨터 시대가 도래했으나 생산성 통계에서는 보이지 않는 현상)이 인공지능 시대에도 고스란히 재현되는 셈이다. 업무 자율성이 높고 성과가 보상과 직결되는 자영업자나 전문직 집단에서만 예외적으로 생산성 증가가 관찰된다는 점은 조직 구조적 한계를 방증한다.
인공지능의 진정한 생산성 효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업 조직 내부의 전면적인 구조 재조정이 시급한 과제로 제기된다. 한국은행 리포트에 따르면 기업의 모든 업무를 결과물과 평가 기준이 명확한 표준화 업무와 수행자의 창의성과 판단이 요구되는 열린 업무로 엄격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보고서 요약이나 데이터 정리 같은 표준화 업무는 인공지능이 수행의 중심이 되도록 데이터 표준화와 모듈화(업무를 독립된 단위로 분할하는 것)를 추진하고, 신규 사업 기획이나 전략 수립 같은 열린 업무에는 인간의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증강 도구로 인공지능을 활용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인공지능 중심으로 표준화 업무가 재편됨에 따라 밀려난 신입 사원들을 위해 관찰과 보조를 거쳐 주도로 이어지는 열린 업무 중심의 의도적인 학습 환경을 설계해야 장기적인 인적자본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제언도 덧붙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