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지역만 재선거하자”…민주당서 첫 목소리, 3분의 2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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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 부족 50곳 중 33곳이 서울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지역에 한해 재선거를 치르자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 재선거 필요성이 공개적으로 거론된 것은 선거일 이후 3일 만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재투표 요구 기자회견을 마친 후 마이크를 치우고 있다 / 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재투표 요구 기자회견을 마친 후 마이크를 치우고 있다 / 뉴스1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재선거 논의에 선을 긋고 있다. 국민의힘 일부에서 제기한 전면 재선거 요구에 대해 민주당은 “비상식”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일부 의원들은 “문제 지역만 재선거하자”는 방식으로 논점을 좁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1만 4288개 투표소 가운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곳은 50개소였다. 이 가운데 서울이 33곳으로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민주당서 나온 첫 재선거 요구…“투표용지가 문제된 지역만 재선거하자”

동아일보 등에 따르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장 대표의 전면 재선거 주장은 비상식”이라며 “투표용지가 문제 된 지역만 재선거하자”고 밝혔다.

국민의힘 일부에서 전면 재선거 요구가 나온 상황에서, 최 의원은 전면 재선거가 아니라 투표용지 부족 문제가 실제로 발생한 지역으로 범위를 한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편 것이다.

민주당 박선원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투표용지로 문제가 된 지역은 재선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사전투표를 해서 2~3일 전에 투표용지가 얼마나 더 필요할지 예상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투표용지를 부족하게 공급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책임지고 재선거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후 페이스북에 글을 다시 올려 “투표용지가 부족했다는 서울, 경남, 대구 재선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정조사(윤석열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동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보안점검 포함)를 둘 다 하자”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공개적으로 재선거 요구가 나온 점은 정치적으로 의미가 작지 않다. 선거 당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불거진 뒤 국민의힘이 개표 중단과 재선거를 요구했을 때, 민주당 지도부는 이를 강하게 일축해왔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지난 3일 국회 브리핑에서 당시 국민의힘의 개표 중단·재선거 요구에 대해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문제 지역 50곳 중 서울만 33곳…송파구에서만 14곳 발생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반발한 시민들이 전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앞에 모여 재선거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스1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반발한 시민들이 전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앞에 모여 재선거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스1

쟁점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어느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느냐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전국 1만 4288개 투표소 중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일어난 곳은 50개소였다.

지역별로는 서울 33곳, 부산 3곳, 대구 4곳, 인천 6곳, 울산 2곳, 경남 2곳 등이었다. 서울에서는 송파구에서만 14곳이 포함됐다.

전체 문제 지역 50곳 가운데 33곳이 서울이라는 점은 재선거 논의의 핵심 변수다. 단순 계산으로도 문제 지역의 3분의 2가 서울에 몰린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문제 지역만 재선거’를 꺼낸 배경에 대해 “장 대표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가장 문제가 된 곳이 서울이고,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했는데, 국민의힘이 정말 서울시장 선거를 다시 치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 대목은 정치적 파장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 당권파 일부가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 문제가 집중된 곳이 서울이라는 점에서 재선거 요구가 국민의힘에 반드시 유리한 방향으로만 작동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선 긋기…국민의힘 내부도 재선거 요구 놓고 온도차

민주당 지도부는 재선거 논의와 거리를 두고 있다.

민주당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재선거와) 관련해서 당에서 논의한 적이 없다”며 “국민의힘이 전반적인 재선거를 요구한 건가, 장 대표 혼자 한 건가. 혼자 말씀한 것이 아니겠나”라고 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이어 “장 대표의 경우 정치적 입지가 사면초가 상황에 있다 보니 여러 강력한 말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국민의힘은 사상 초유의 투표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을 촉구하는 데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장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 일부는 공개적으로 재선거를 주장했다.

장 대표는 “국민들은 재선거를 원하는데 어물쩍 국정조사로 넘어가려 하거나, 여당이 추천한 특검으로 대충 뭉개고 가려 한다면 국민 분노를 절대 잠재울 수 없다”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일어난 서울시장 선거 외에도 사실상의 전면 재선거를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어 스레드에 “오늘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올림픽공원에서 여러분과 함께 ‘재선거’를 외치겠다”고 예고한 뒤 실제 집회에 참여해 ‘재선거’ 구호를 외쳤다.

장 대표가 임명한 조광한 최고위원도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에서 ‘오염된 선거’를 거론하며 “재선거 여부까지도 심각하게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재선거 요구를 두고 온도차가 감지된다. 재선거가 법적으로 쉽지 않은 데다, 의원들과 충분한 의견 수렴이 없었다는 반론도 나온다.

김용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재투표나 재선거를 추진하겠다는 것이 당 지도부 입장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당 지도부는 무책임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책임 있는 자세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의원도 “공직선거법상 재투표 규정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때에 한해’로 추가 제한돼 있어 지금의 법 조항에서는 사법부 판결에 의한 재투표를 끌어내기 쉽지 않은 게 냉정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 논란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책임론과 재선거 가능성, 그리고 정치적 실익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사안으로 번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재선거 논의에 선을 긋고 있지만, 일부 의원들이 “문제 지역만 재선거하자”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면서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문제 지역 50곳 중 33곳이 서울에 몰렸다는 사실은 향후 여야 공방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