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는 뜨거운 감자...?…사법 견제와 사법 독립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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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 논의 넘어 형법 제123조의2로 시행 중…판사·검사·수사자 법 왜곡 처벌
독일 모델 참고했지만 고소·고발 남용 우려도…쟁점은 권력 통제와 재판 독립의 균형

‘법왜곡죄’는  뜨거운 감자...?…사법 견제와 사법 독립 사이 / Ai 생성 이미지
‘법왜곡죄’는 뜨거운 감자...?…사법 견제와 사법 독립 사이 / Ai 생성 이미지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사법기관이 법을 고의로 비틀어 사건을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처리했을 때 이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자는 ‘법왜곡죄’가 한국 형사법 체계 안으로 들어왔다. 이 개념은 한동안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논쟁거리였지만, 지금은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형법 제123조의2로 공포·시행 중인 규정이다.

2026년 3월 12일 공포된 개정 형법은 ‘형사사건의 재판에 관여하는 법관, 공소를 제기하거나 유지하는 검사,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수사관 등이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법을 왜곡한 경우 10년 이하 징역과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입법 취지는 분명하다. 기존 직권남용죄만으로는 판사나 검사의 자의적 법 적용, 무리한 기소, 봐주기식 판단을 실질적으로 다루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실제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를 처벌하지만, 법률 해석과 재판·수사의 왜곡 자체를 직접 겨냥하는 조항은 아니었다. 법왜곡죄는 바로 이 빈틈을 메우겠다는 취지에서 등장했다.

이 법의 모델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독일 형법 제339조다. 독일 형법은 ‘Rechtsbeugung’이라는 이름으로, 법관이나 다른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법률사건을 지휘하거나 재판하면서 어느 한쪽 당사자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법을 왜곡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독일 의회와 법조계 설명 자료에서는 이 조항이 오랫동안 독일 형법 체계 안에 존재해 왔고, 최근에도 이른바 ‘마스크 판사’ 사건처럼 실제 적용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한다.

찬성론자들은 이 조항이 사법권과 수사권 남용을 막는 마지막 브레이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재판과 수사는 국민 기본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데, 법을 다루는 권력자가 의도적으로 법리를 왜곡해도 사실상 책임을 묻기 어려웠던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논리다. 법왜곡죄를 도입하면 ‘유전무죄 무전유죄’나 전관예우 같은 사법 불신을 줄이고, 판사와 검사도 법을 잘못 썼을 때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을 세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18년 법조계 토론에서도 사법정의에 반하는 수사·기소·판결에 형사책임을 묻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반대론은 만만치 않다. 가장 큰 우려는 ‘왜곡’의 기준이 지나치게 넓거나 모호하면 재판 결과에 불복하는 당사자들이 판사·검사를 대거 고소·고발하는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하급심과 상급심 판단이 달라진 사건마다 담당 재판부가 고소 대상이 되고, 판사와 검사가 수사기관에 불려 다니는 구조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향신문 칼럼도 독일과 달리 한국은 고발이 접수되면 원칙적으로 수사가 개시되는 구조라, 법왜곡죄가 실제 운용될 경우 사법 독립과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와 전국법원장회의 역시 위헌성과 재판 독립 침해 우려를 표명해 왔다.

현재 쟁점은 결국 균형이다. 사법과 수사는 국민 삶을 좌우할 만큼 강력한 권한인 만큼, 고의적 법 왜곡에 책임을 묻는 장치는 필요하다는 요구가 크다. 반면 그 장치가 정치적 보복이나 판결 불복의 수단으로 변질되면 사법부의 독립성과 검사의 소신 있는 수사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경고도 설득력을 갖는다. 특히 한국의 법왜곡죄는 독일식 모델을 참고했지만, 적용 대상에 범죄수사 직무 수행자까지 포함하고 형량도 10년 이하 징역으로 더 무겁게 설계됐다는 점에서 실제 운용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법왜곡죄는 “법을 집행하는 자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요구와 “재판과 수사의 독립이 흔들려선 안 된다”는 원칙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에 서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찬반의 구호만이 아니다. 어떤 경우를 법 왜곡으로 볼 것인지, 고의와 중대한 일탈을 어떻게 가려낼 것인지, 남용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한 촘촘한 해석과 운용 기준이다. 법왜곡죄의 성패도 조문 하나보다, 앞으로 이 죄가 실제로 어떤 사건에 어떻게 적용되느냐에서 판가름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