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째 이어진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현장 곳곳서 충돌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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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상징물 등장, 시위 내 정치 갈등 심화
세대 간 충돌 심화, 개표소 시위가 정치 투쟁장으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닷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른바 ‘아스팔트 보수’ 성향 참가자들의 동참이 늘면서 현장의 정치색이 한층 짙어지는 분위기다.

올림픽공원서 심야 시위 중인 시민들 / 연합뉴스
올림픽공원서 심야 시위 중인 시민들 / 연합뉴스

일부 참가자들이 성조기와 부정선거 주장 단체에서 자주 쓰는 구호를 들고 나오자, 이를 두고 청년 참가자들과 마찰이 빚어지는 등 현장 곳곳에서 크고 작은 충돌도 발생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시위 닷새째를 맞은 9일 자정께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인근에는 성조기를 든 참가자들이 적지 않게 보였다. 지난 주말 시위에서는 성조기가 이번 사태와 직접 관련이 없고, 극우의 상징물처럼 비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른바 ‘성조기 자제령’이 내려졌지만, 평일에 접어들며 분위기는 달라졌다.

현장에는 대형 성조기와 함께 ‘Stop the steal(표 도둑질을 멈추라)’이라고 적힌 피켓이 등장했다. 부정선거 주장 단체에서 자주 사용하는 구호다. 한 참가자는 ‘MAGA’(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힌 대형 피켓을 들고 시위 현장을 돌아다녔다.

고령 참가자들의 정치적 발언도 곳곳에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ROTC(학군사관) 모자를 쓰거나 단체복을 맞춰 입은 일부 고령 참가자는 주변 청년들에게 "5·18을 아느냐", "이승만 대통령이 왜 하야했는지 아느냐"고 말하는 모습도 목격됐다고 매체는 전했다.

정치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문구가 적힌 피켓도 적지 않았다. 일부 참가자는 건물 벽면이나 매표소 유리에 ‘경찰 무력진압 이재명 책임져라’, ‘윤석열이 옳았다’, ‘계엄은 정당했다’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붙였다.

정치적인 주장이 담긴 피켓들 / 연합뉴스
정치적인 주장이 담긴 피켓들 / 연합뉴스

이 같은 정치적 메시지에 반발한 청년 참가자들과 일부 중장년층 참가자 사이에서는 충돌도 벌어졌다. 오후 4시 20분께 핸드볼경기장 주차장으로 ‘범죄자 정권’, ‘검찰해체 사법장악’ 등 정부 비난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단 버스가 들어오자, 일부 참가자들은 "정치를 개입하지 말라"며 버스를 두드리고 진입을 막아섰다.

오후 6시께에는 성조기를 판매하던 좌판이 일부 참가자의 항의를 받고 철수했다. 또 스케치북에 ‘재투표’ 구호를 적던 한 여성에게 일부 중장년층 참가자들이 진보단체 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이 아니냐며 욕설을 하자, 경찰이 이를 제지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다만 현장 전체가 충돌 양상으로 흐른 것은 아니었다. 다른 참가자들은 구호를 외치거나 애국가를 부르며 시위를 이어갔다. 오후 5시께에는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들이 다수 참여했고, 휠체어를 탄 채 태극기가 그려진 피켓을 든 노인도 눈에 띄었다. 저녁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와 함께 현장을 찾은 부부들의 모습도 늘었다.

휠체어에 탄 채 시위에 참가한 노인 / 연합뉴스
휠체어에 탄 채 시위에 참가한 노인 / 연합뉴스

서울시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날이 바뀐 오전 0시 기준 올림픽공원 내 실시간 인구는 6500∼7000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공원이 가장 붐볐던 시간은 오후 9시로, 당시 1만 2000∼1만 4000명이 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현장에는 세대와 성향이 다른 참가자들이 뒤섞이고 있다. 개표소 봉쇄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정치적 구호와 결합하면서, 시위 내부에서도 정치 개입 여부를 둘러싼 긴장감이 커지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