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투표용지 없는 3선, 김병내 광주 남구청장이 짊어진 ‘무투표’의 무거운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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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의 무대 사라진 만큼 더 엄중한 잣대… 오만 경계하고 ‘남구 르네상스’ 완벽하게 마무리해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광주광역시 남구는 여타 지역과는 사뭇 다른 고요함 속에서 선거를 매듭지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내 광주시 남구청장이 일찌감치 단독 입후보하며 ‘무투표 당선’으로 3선 고지에 올랐기 때문이다. 투표함의 뚜껑을 열어볼 필요도 없이 당선증을 거머쥔 것은 후보 개인에게는 더없는 영광이자 큰 축복일 수 있다. 그만큼 지난 8년간 구정을 무난하게 이끌어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축배를 들기 전, 투표용지가 아예 인쇄조차 되지 않은 이 기형적인 상황이 던지는 서늘한 경고를 먼저 읽어내야 한다. 22만 남구민은 지지를 보낸 것이 아니라, 평가할 기회 자체를 유보당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3선이라는 최고참 단체장의 반열에 오른 김병내 청장에게 남겨진 과제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 엄중하다.
■ 투표함 열지 않고 쥔 당선증, 축배보다 무거운 ‘책임감’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자, 선출직 공직자가 지난 임기 동안의 공과를 구민들에게 낱낱이 평가받는 가장 냉혹한 검증의 무대다. 그러나 이번 남구청장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후보의 정책을 저울질하고, 지난 8년의 구정에 대해 찬반을 표시할 헌법적 권리가 본의 아니게 박탈당했다. 상대 후보가 없었다는 것은 곧 매서운 비판과 견제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마주할 기회조차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김병내 청장의 이번 무투표 당선은 결코 ‘100%의 절대적 지지’로 착각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만큼, 당선증의 무게는 천근만근 무거워야 마땅하다. 단 한 표의 반대표도 확인하지 못한 상황일수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침묵하고 있는 구민들의 싸늘한 시선과 다양한 요구를 스스로 찾아내고 짊어지려는 뼈를 깎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 남구 발전의 청사진, 이제는 결실을 맺어야 할 ‘완성의 3기’
지방자치법상 단체장의 3선은 사실상 마지막 임기를 의미한다. 초선이 밭을 일구고 재선이 씨앗을 뿌리는 시기였다면, 3선은 핑계 없이 풍성한 열매를 수확해 구민들의 식탁에 올려놓아야 하는 ‘결실과 완성’의 시간이다.
김 청장은 지난 임기 동안 백운광장 뉴딜사업, 대촌동 에너지밸리 조성,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관광 활성화 등 굵직한 현안들을 추진해 왔다. 특히 백운고가도로 철거 이후 새롭게 변모하고 있는 백운광장 일대의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남구의 랜드마크이자 구도심 부활의 상징적인 사업이다. 이제는 새로운 청사진을 남발하며 일을 벌이기보다는, 기획했던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도록 마침표를 완벽하게 찍는 데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3기 임기가 끝나는 날, 남구민들이 뚜렷하게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인프라와 경제적 성과를 남기는 것이 3선 구청장의 가장 큰 숙제다.
■ ‘민주당 깃발=당선’의 그늘, 소통 부재와 안일함 철저히 경계해야
호남 지역에서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무투표 당선이라는 결과는 이 공식의 가장 극단적인 부작용을 낳을 위험이 있다. 경쟁자가 없다는 안도감은 자칫 행정의 경직성과 관료주의적 안일함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선거라는 긴장감이 사라진 자리에 행정 편의주의나 일방통행식 소통이 자리 잡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22만 남구민에게 돌아간다. 김병내 청장은 구청장실의 문턱을 더욱 낮추고, 쓴소리를 하는 구민들을 찾아가 직접 마주 앉아야 한다. 경쟁 후보의 입을 통해 들어야만 했던 매서운 지적들을 이제는 청장 스스로가 참모들에게 요구하고, 반대 여론을 시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다. 민주당 깃발 뒤에 숨어 현실에 안주하는 순간, 3선의 영광은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22만 남구민의 조용한 지켜봄, 진정한 ‘행정 달인’으로 기억되길
투표소가 차려지지 않은 조용한 선거일, 남구민들은 저마다의 일상을 보내며 속으로 깊은 생각에 잠겼을 것이다. 비록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지는 못했지만, 22만 남구민의 두 눈은 앞으로 4년간 김병내 청장의 일거수일투족을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지켜볼 것이다. 초대형 국책 사업의 유치도 중요하지만, 당장 내 집 앞의 쓰레기 문제, 낡은 골목길의 가로등, 턱없이 부족한 주차장 등 구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생활 밀착형 행정에서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 거창한 정치적 수사보다는 따뜻한 행정의 손길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김병내 청장이 4년 뒤 구청을 떠나는 날, 선거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임기를 연장한 단체장이 아니라, 남구의 지도를 바꾼 진정한 ‘행정의 달인’이자 따뜻한 동네 아저씨로 구민들의 가슴 속에 깊이 기억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것만이 투표권 행사를 유보하며 묵묵히 지켜봐 준 구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