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은 세일 기간?…단 이틀 만에 개미들이 보인 뜻밖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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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급락한 5일·8일 마이너스통장 잔액 6085억원 급증
43조원 육박해 3년 7개월 만 최대…반등 기대한 개미들 저가매수

코스피가 8000선을 내주며 급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가 흔들릴 때마다 저가매수에 나서는 이른바 '개미군단'이 다시 움직이면서 시중은행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3조원에 육박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이 동반 하락 출발한 지난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장초반 시황이 나타나고 있다. / 뉴스1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이 동반 하락 출발한 지난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장초반 시황이 나타나고 있다. / 뉴스1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개인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지난 8일 기준 42조 951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대출 한도가 아닌 실제 사용 중인 금액이다.

현재 규모는 2022년 11월 말 기록한 43조1063억원 이후 약 3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최근 증시 상승세와 함께 꾸준히 늘어난 데 이어 이달 들어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실제로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월 말 39조 7877억원에서 5월 말 41조 5324억원으로 1조 7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이어 6월 들어서는 불과 5영업일 만에 1조 4191억원이 더 늘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코스피가 급락했던 지난 5일과 8일이다. 이틀 동안에만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6085억원 증가했다. 5일에는 1367억원 늘었고 8일에는 하루 만에 4719억원이 증가했다.

서킷브레이커에도 매수 베팅

당시 국내 증시는 극심한 변동성을 겪었다.

코스피는 지난달 15일 사상 처음으로 장중 8000선을 돌파한 뒤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미국발 악재와 반도체주 약세, 원·달러 환율 급등 등이 겹치면서 급격한 조정을 받았다.

지난 5일 코스피는 5.54% 하락했고 8일에는 장중 7442선까지 밀렸다. 종가 기준으로도 8.29% 급락했다. 장 초반에는 프로그램 매매가 쏟아지면서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코스피 지수가 하락 출발한 지난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장초반 시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개장과 함께 8% 폭락해 8000선이 붕괴되며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 뉴스1
코스피 지수가 하락 출발한 지난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장초반 시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개장과 함께 8% 폭락해 8000선이 붕괴되며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 뉴스1

서킷브레이커는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급락할 경우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제도다.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을 때 발동되는 만큼 시장에서는 당시 상황을 '검은 월요일' 수준의 충격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달랐다. 급락장을 위험 신호가 아닌 매수 기회로 받아들인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반등을 노린 개인들의 저가매수 수요가 마이너스통장 증가로 직결됐다고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울경제TV에 "국내 증시가 단기 조정을 받을 때마다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에도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판단한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신한은행 게시판에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홍보영상이 나오고 있다. / 뉴스1
서울 중구 신한은행 게시판에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홍보영상이 나오고 있다. / 뉴스1

금리 5% 넘는데도 빚투 확대

더 주목되는 점은 대출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빚투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시중은행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연 5% 안팎 수준까지 올라온 상태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대출 이자 부담보다 주가 반등에 따른 수익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너스통장은 사용한 금액에 대해서만 이자가 부과되고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 필요한 시점에 자금을 끌어다 쓰고 수익이 나면 곧바로 상환할 수 있어 단기 투자 자금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까지 이어진 증시 상승 랠리로 투자자들의 낙관론이 강해진 상태"라며 "하락 이후 급등을 노리는 투자 수요가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민성장펀드 기대감도 자극

시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투자 심리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출범한 국민성장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정부 역시 자본시장 활성화 의지를 지속적으로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국민성장펀드 운용과 관련해 정책적 인센티브 지원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향후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추가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서울 중구 신한은행 게시판에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홍보영상이 나오고 있다. / 뉴스1
서울 중구 신한은행 게시판에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홍보영상이 나오고 있다. / 뉴스1

실제 급락 직후 시장은 빠르게 반등했다. 지난 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12.52포인트(8.18%) 오른 8096.93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상승 폭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이다. 하루 전 7400선까지 밀렸던 지수가 다시 8000선을 회복하면서 급락장에서 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반등 흐름을 고려하면 추가 투자 자금이 증시로 유입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높은 변동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빚을 내 투자하는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경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