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맞아?… 연못 위 정자까지 있는 도심 속 '숨은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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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최초의 공공 한옥 도서관
인공폭포가 자리한 이색 명소

서울시 자하문로의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 콘크리트 빌딩 숲 대신 고즈넉한 기와지붕이 손님을 맞이한다. 인왕산과 북악산이 아늑하게 품고 있는 청운산 자락에 위치한 서울 최초의 공공 한옥 도서관이 그 주인공이다. 한옥의 운치를 즐기며 여유로운 독서를 즐길 수 있는 도심 속 숨은 명소를 소개한다.

청운문학도서관.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청운문학도서관.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바로 청운문학도서관이다. 이곳은 2014년 11월 처음 문을 열었다. 종로구에서는 16번째로 건립된 공공도서관으로, 건물 외관은 물론 내부에도 한옥과 어울리는 좌식 의자가 놓여 있다.

과거 이 지역은 윤동주, 이상, 노천명 등 수많은 문인과 예술가들이 모여 살며 창작 활동을 펼쳤던 문화예술의 중심지였다. 종로구청과 종로문화재단은 지역의 역사적 가치를 살려 이곳을 '문학 전문 도서관'으로 특화했다. 인근에 위치한 윤동주문학관, 시인의 언덕 등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서울을 대표하는 핵심 문학 인프라의 거점으로 굳건하게 자리를 잡았다.

수제 기와와 현대적 공간의 조화

청운문학도서관.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청운문학도서관.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청운문학도서관은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과 현대적 기능이 어우러진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도서관은 지상 1층의 한옥 공간과 지하 1층의 현대식 철근콘크리트 공간으로 분리된 독특한 층상 구조를 보여준다. 지상에 노출된 한옥 채는 우리나라 전통 건축 양식을 엄격하게 고수해 지어졌으며, 주변 인왕산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지붕을 덮고 있는 기와에도 숨겨진 사연이 있다. 도서관 건립 당시 문화재 복원 전문가들의 철저한 고증을 거쳐 숭례문 복원에 사용됐던 지붕 기와와 동일한 방식으로 제작된 고품질의 수제 기와를 전량 도입했다. 또 돈의문 뉴타운 지역에서 철거된 한옥기와 3000여 장을 수거해 재사용했다.

지상 1층 한옥 공간은 창호가 돋보이는 한옥 열람실과 연못 위에 자리잡은 정자로 꾸며져 있다. 내부로 들어서면 은은하게 풍기는 목재 향과 창호를 통해 비추는 자연 채광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뽐낸다. 특히 사방으로 난 들어열개문(위로 들어 올려 여는 문)을 모두 개방되면 청운공원 숲길과 인왕산의 수려한 풍광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청운문학도서관.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청운문학도서관.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한옥 옆 공간에 조성된 작은 연못과 그 위에 세워진 정자는 도서관의 대표적인 사진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맑은 날 정자 안치마루에 앉아 천장을 바라보면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자연의 요소를 건축 내부로 끌어들이는 차경(借景)이 고스란히 구현된 공간이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한옥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지하에 자리한 현대식 열람실은 외부에서 보면 경사지를 활용한 썬큰(Sunken) 구조로 설계돼 있다. 썬큰 구조는 바닥 일부를 한 단계 내려 만든 공간을 뜻한다. 구조 덕분에 답답함 없이 풍부한 채광과 환기가 확보된다. 이곳에는 시, 소설, 평론 등 일반 도서관에서 쉽게 찾기 힘든 국내외 다양한 문학 도서들이 소장돼 있다.

진행 중인 프로그램

개관 이후 도서관은 주민을 위해 시 창작 교실, 고전 문학 읽기 모임, 시민 북클럽 등 다채로운 독서·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오는 27일 오후 2시 청운문학도서관 한옥세미나실에서는 아동·청소년문학 작가 '마리 오드 뮈라이유' 초청 북토크가 개최된다. 참가인원은 30명이며, 무료로 참가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종로문화재단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도서관 찾아가는 길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버스를 타면 된다. 출구에서 도보로 약 50m 정도 직진하면 나타나는 버스 정류장에서 지선버스(1020번, 7022번, 7212번)로 환승한 뒤 자하문터널 방향으로 이동하면 된다. 이후 '자하문 고개, 윤동주문학관'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도서관 입구에 다다르게 된다.

차량을 이용해 방문할 경우 청운공원 공중화장실 좌측에 마련된 내리막길을 통해 도서관 전용 주차장으로 진입할 수 있다. 다만 주차 가능 대수가 매우 협소하므로 주말 방문객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구글지도, 청운문학도서관

수도 가압장에서 문학관으로 재탄생

한양도성.  / 서울시 제공, AI
한양도성. / 서울시 제공, AI

인왕산 자락 고개 중턱에는 콘크리트의 거친 질감을 고스란히 드러낸 작은 건물이 세워져 있다. 이곳은 시인 윤동주의 삶과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문학관으로, 2012년 7월 문을 열었다. 종로구청은 청운수도가압장이었던 이곳을 문학관으로 탈바꿈했다. 이후 도시재생의 혁신성을 인정 받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을 수상했다.

문학관 내부로 들어서면 시인의 대표작인 '자화상'에 등장하는 '우물'을 모티브로 삼아 꾸며진 총 3개의 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옛 가압장 기계실을 리모델링해 조성한 제1전시실은 시인의 친필 원고 영인본과 생애 사진, 친필 서명이 담긴 서적 등 소장품 총 133점이 시간 순서대로 전시돼 있다.

이어지는 제3전시실은 어두컴컴하고 축축한 분위기가 공간을 감싼다. 이 공간 안에서는 철저하게 절제된 조명 아래 시인의 짧았던 생애와 치열했던 문학적 궤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상이 주기적으로 상영된다.

윤동주문학관 위치. / 유튜브 '책쓰는 미식가' 캡쳐
윤동주문학관 위치. / 유튜브 '책쓰는 미식가' 캡쳐

윤동주문학관 뒤편으로는 청운공원이 이어진다. 공원의 정상부에는 푸른 잔디와 노송이 어우러진 시인의 언덕이 펼쳐진다. 이곳은 인왕산 줄기의 마지막 끝자락이자 서울 한양도성 성곽길이 인왕스카이웨이와 만나는 지점으로, 서울 시내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조망을 자랑한다.

해 질 무렵 풍경은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인왕산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한양도성 성곽 돌벽마다 은은한 야간 조명이 켜지면서 낭만적인 야경이 펼쳐진다. 멀리 보이는 남산서울타워와 빌딩 숲이 뿜어내는 오색 불빛이 어우러져 도심 속 야간 출사 기지로도 각광을 받는다.

구글지도, 윤동주문학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