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 '세계 최대 과징금' 부과 파장... 5억3300만명 유출한 곳보다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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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 한 방으로 연간 영업이익 통째로 날아갈 위기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 뉴스1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 뉴스1

과징금 한 방이 쿠팡의 1년 치 이익을 통째로 지우게 생겼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11일 쿠팡에 부과한 과징금은 6246억8100만원. 단일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매겨진 과징금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액수다. 충격은 실적에 그치지 않는다. 투자, 고용, 제재 형평성 논란, 한미 통상 갈등 등 여러 이슈가 한꺼번에 얽히게 됐다.

이번 과징금은 개인정보 유출에 4236억원, 법적 근거 없는 온라인 활동기록 무단 수집 등에 2011억원이 매겨진 결과다. 과태료 1680만원도 함께 부과됐다. 쿠팡 회원 3322만명과 비회원 최소 434만명 등 약 3750만명의 정보가 빠져나갔다는 게 위원회의 판단이다.

액수는 쿠팡의 한 해 벌이에 맞먹는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모회사 쿠팡Inc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790억원. 이번 과징금이 사실상 1년 치 이익을 통째로 가져가는 셈이다. 과징금은 부과된 분기 실적에 손실로 반영되는 만큼 2분기 적자는 피하기 어렵다. 쿠팡은 이미 1분기에도 고객 보상 구매이용권 지급(1조6850억원) 등의 여파로 354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22년 3분기 첫 흑자 이후 분기마다 1000억~2000억원대 이익을 쌓아온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 전국 30개 지역 100개 물류센터에 9만명가량을 고용하고 부산·제천 등에 물류센터를 짓는 '전국민 로켓배송' 투자, 대만 신사업 확장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해외 선례와 견주면 이번 제재의 무게가 더 두드러진다. 종전까지 개인정보 유출 관련 세계 최대 과징금은 2022년 11월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DPC)가 메타에 부과한 2억6500만유로였다. 2019년 페이스북 이용자 약 5억3300만명의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 생년월일 등이 해킹 포럼에 올라온 사건에 대한 제재다. DPC는 메타가 유럽연합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의 '설계·기본설정 단계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메타는 해당 정보가 해킹이 아니라 자동수집(스크래핑)으로 빠져나갔다고 주장하며 이 과징금에 대해 "형사 처벌에 준할 만큼 가혹한 제재"라며 법원에 불복했다. 쿠팡 과징금은 이를 웃돈다. 유출 규모(3750만명)는 메타는 물론 메리어트(3억2700만명)·에퀴팩스(1억4700만명)보다 작다.

유출 정보의 민감도에서도 차이가 거론된다. 쿠팡에서 빠져나간 정보는 이름·이메일·주소·전화번호 등이었고, 가장 민감한 공동현관 비밀번호 유출은 2600여건이었다. 반면 에퀴팩스 사건에서는 사회보장번호(SSN)와 운전면허, 일부 신용카드 번호가, 결혼정보업체 듀오 사건에서는 혈액형·혼인 여부·재산·원천징수 내역 등 24종이 유출됐다. SK텔레콤 사건에서도 유심 인증키와 가입자 식별번호 등 25종이 새어 나갔다. 쿠팡이 사고를 인지한 시점은 발생 5개월 뒤로, SK텔레콤(3년 8개월)이나 신한카드(3년 9개월), KT(11개월)보다 빨랐다.

형평성 논란의 뿌리에는 매출 연동형 과징금 체계가 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위반과 관련된 매출을 기준으로 중대성에 따라 '매우 중대한 위반'에는 매출의 최대 3%까지 과징금을 매긴다. 매출이 큰 대기업일수록 액수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는 구조다. 민감 정보가 대거 유출된 듀오는 중기업이어서 매출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과징금이 12억원에 그쳤다. 더 큰 변수는 오는 9월부터 유출 과징금 상한이 매출의 최대 10%로 오른다는 점이다.

자유경제원은 이날 논평에서 "행정 제재는 여론의 강도나 기업 규모가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하며, 실제 피해와 위반 행위의 성격을 넘어선 과도한 제재는 보안 투자 확대보다 규제 회피와 법적 불확실성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은 국경을 넘는다. 미 온라인 매체 세마포는 10일 쿠팡을 둘러싼 갈등에 트럼프 진영의 인맥이 가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J 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공개적으로 쿠팡 지원을 약속했고,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는 쿠팡의 우려를 풀 방안을 직접 모색하고 있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 사법위원회는 한국 정부와 쿠팡 간 소통 내역을 확보하기 위한 소환장을 발부했고, 지난 4월에는 50여명의 공화당 의원이 쿠팡 옹호 서한에 이름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은 쿠팡 문제가 풀리기 전까지 한미 무역 합의의 진전이 막힐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 전선의 균열이 안보 현안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미국 측의 통상 불만이 쌓이면서 한미 간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위한 원자력 협력 협의가 수개월간 표류하다 최근에야 재개됐다. 최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선 한국 정부가 미국 기술기업을 겨냥해 차별적 규제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이런 조치가 국내 시장을 빠르게 파고드는 중국계 플랫폼 기업에 반사이익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쿠팡은 이번 처분이 과도하다며 즉각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와 명확한 사실관계에 근거한 설명이 위원회 결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 쿠팡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