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힘 지지율이 이렇게 높은데 내가 왜 사퇴해야 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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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와 가위바위보라도 할 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뉴스1

6·3 지방선거 패배 이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향한 사퇴 압박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친한동훈계와 소장파, 오세훈계 인사들까지 퇴진 요구에 가세하고 있지만 장 대표는 물러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정면 돌파에 나서는 모습이다.

12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장 대표는 이날 별도의 공개 일정을 잡지 않았다.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지도부 책임론 속에서 향후 대응 방향을 숙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일정이 없다고 해서 장 대표를 둘러싼 정치적 압박이 잦아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방선거 이후 당내 갈등은 갈수록 격화하는 양상이다.

전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선 장 대표 면전에서 지도부 총사퇴 요구가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친한계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우리 지도부는 지금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와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 모두 사퇴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를 향해 "(사퇴 후) 다시 전당대회를 열어 출마해서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권파는 즉각 반발했다. 조광한 최고위원은 우 최고위원 발언을 두고 "철없는 소리"라고 맞받았고, 김민수 최고위원도 "당원들은 장 대표의 2년 임기를 알고 투표했다"고 엄호했다. 비공개 회의에서는 고성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개혁 성향 의원들의 집단행동도 이어졌다. 초·재선 의원 중심 모임인 '대안과미래' 소속 의원 25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은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 교체를 주문했다"며 "장 대표가 진정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한다면 이제 그만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당내 중진들도 가세했다. 김재섭 의원은 장 대표가 중도 확장에 실패했다고 비판하며 사퇴 필요성을 주장했고, 조경태 의원 역시 즉각적인 결단을 요구했다.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도 방송 인터뷰에서 장 대표를 향해 "사퇴해야 한다"고 공개 압박했다.

장 대표는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투표용지 부족 사태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며 지도부 거취 논란보다 선거 관련 현안 대응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 지도부에 어떤 선택을 요구하거나 그 길을 열려면 110명의 의원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답을 먼저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장 대표가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선거 관리 문제를 핵심 정치 의제로 삼아 당 대표직을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장 대표는 최근 연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거론하며 전국 재선거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관련 문제를 둘러싼 특검 도입도 촉구하고 있다. 다만 당내에서는 이를 두고 선거 패배 책임론을 희석하려는 시도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장 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내 사퇴 요구에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참 요상한 일이다"라며 "더불어민주당은 민주당이 패배했다며 정청래 대표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힘이 패배했다며 장동혁 '사퇴'를 외치고 있다. 양당 대표들이 '가위바위보'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적었다.

장 대표는 "청년들과 시민들은 거리에서 '재선거'를 외치며 싸우고 있는데, '대표 사퇴' 주장하기 바빠서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며 "오히려 그들을 '극우', '부정선거론자'로 몰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을 '극혐'하는 청년들조차 국민의힘에 마음을 열지 못하게 만든다. 당 지지율 골든크로스도 소용없고 국민의힘이 더 선전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당 지지율이 높은데 왜 사퇴해야 하느냐는 얘기다.

장 대표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최근 언급한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하다"는 발언도 거론했다. 그는 해당 발언에 대해 "백번 맞는 말"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그러니 당장 약속했던 특검부터 출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짧은 정권' 이재명의 눈치를 볼 게 아니라, '영원한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며 "지금이야말로 국민만 보고 갈 때"라고 밝혔다.

장 대표의 버티기가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우재준 최고위원은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 의원들의 70~80% 이상이 장 대표 사퇴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퇴를 요구하는 이유는 의원마다 다르지만 대표 책임론 자체엔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