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어마어마... 이제 동해 북부에서까지 잡힌다는 '오징어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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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크기가 가장 크다는 이 어종

낚시인들 사이에서 '오징어의 왕'으로 불리는 무늬오징어. 산란철인 요즘엔 실력만으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어종이다. 종일 낚싯대를 흔들어도 입질 한 번 받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고, 어렵게 걸더라도 중간에 놓치기 일쑤다. 그럼에도 요즘 전국의 낚시인들이 기록급 대물을 노리며 남해와 제주 바다로 몰려든다.

유튜버 마초가 낚은 무늬오징어. / '마초TV' 유튜브
유튜버 마초가 낚은 무늬오징어. / '마초TV' 유튜브

유튜브 채널 ‘마초TV’가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산란기 무늬오징어를 노리는 과정을 담은 출조 영상을 공개했다. 진행자 마초는 출항 전부터 "오늘도 못 잡을 확률이 더 높다"며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마초에 따르면 산란철 무늬오징어는 낚기 어렵다. 공격성이 강한 시기가 아니라 알을 낳기 위해 연안의 잘피밭으로 들어오는 시기여서 화려한 액션보다 자연스러운 미끼 운용이 중요하다. 작은 실수 하나로도 입질 기회를 놓치기 때문에 경험 많은 낚시인들조차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마초 일행이 탑승한 낚싯배는 여수항을 출발해 약 두 시간 동안 남해 바다를 달린 끝에 거문도 포인트에 도착했다. 이들이 노린 곳은 무늬오징어가 산란을 위해 모여드는 얕은 잘피밭이었다.

잘피는 바닷속 해초의 일종으로 산란기 무늬오징어가 알을 붙이는 대표적인 장소다. 하지만 낚시인 입장에서는 채비가 걸리기 쉬운 장애물이기도 하다. 마초는 잘피에 채비가 걸리는 것을 줄이기 위해 가장 천천히 가라앉는 에기를 선택했다.

현장 분위기는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입질이 좀처럼 들어오지 않았다. 마초는 "한 마리를 만나기 위해 서너 시간씩 캐스팅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설명했다. 산란철 무늬오징어 낚시가 흔히 '기다림의 낚시'로 불리는 이유다.

긴 침묵 끝에 올라온 무늬오징어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2.4㎏급 대형 개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큰 녀석은 3㎏에 육박했다. 성인 팔뚝만 한 굵기의 몸통과 묵직한 무게감은 왜 산란철 시즌이 낚시인들의 로망으로 불리는지를 보여줬다.

무늬오징어 회. / '마초TV' 유튜브
무늬오징어 회. / '마초TV' 유튜브

이날 배 전체에서 낚아 올린 무늬오징어는 약 18마리였다. 마릿수만 놓고 보면 많지 않지만 대부분 씨알이 굵은 개체들이었다.

낮 낚시가 끝난 뒤에는 야간 낚시도 이어졌다. 용치놀래기를 미끼로 사용하는 생미끼 채비가 투입됐다. 무늬오징어는 먹잇감을 발견하면 곧바로 삼키지 않는다. 먼저 머리 부분을 공격해 맛을 본 뒤 연골을 부러뜨리고 몸통 쪽을 먹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입질이 왔다고 즉시 챔질하면 오히려 놓치는 일이 잦다. 낚시인들이 무늬오징어 입질에 유독 신중하게 대응하는 이유다.

야간 낚시에서는 한치도 여러 마리 모습을 드러냈다. 남해권에서는 초여름이 되면 무늬오징어와 한치를 동시에 만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무늬오징어의 정식 명칭은 '흰꼴뚜기'다. 오징어가 아니라 꼴뚜기다. 일본에서는 '아오리이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현재 널리 쓰이는 '무늬오징어'라는 이름은 살아 있을 때 몸 표면에 나타나는 독특한 무늬에서 유래했다. 살아 있는 개체는 몸 색깔과 무늬가 계속 변하는데, 수컷은 가로 줄무늬가 비교적 선명하게 나타나고 암컷은 점무늬 형태가 두드러진다. 그러나 죽으면 이런 무늬가 사라지고 몸 전체가 희게 변한다.

무늬오징어가 특별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맛 때문이다. 수산업계와 낚시계에서는 무늬오징어를 최고급 오징어류 가운데 하나로 평가한다. 일반 살오징어보다 단맛이 강하고 육질이 두꺼우며 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갖고 있다. 회로 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올라오고, 익혀 먹으면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살아 있다.

가격 역시 높은 편이다. 어획량과 시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형 개체는 산지 수산시장에서 10만원을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물량이 적은 해에는 가격이 더욱 뛰는 경우도 있다.

무늬오징어는 원래 제주와 남해를 대표하는 난류성 어종이었다. 따뜻한 물을 선호하기 때문에 과거에는 동해 북부에서 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한반도 주변 해역의 표층 수온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동해의 수온 상승 폭이 두드러지면서 난류성 어종들의 북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실제로 방어와 삼치, 참다랑어 같은 어종이 과거보다 훨씬 북쪽까지 올라오고 있으며 무늬오징어 역시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강릉과 삼척, 고성 등 동해 북부 연안에서도 무늬오징어 조황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반면 동해를 대표하던 한류성 어종들은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명태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고, 오징어 어획량 역시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기후변화가 우리 바다의 어종 지도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마초는 직접 잡은 무늬오징어를 활용한 요리도 소개했다. 싱싱한 개체는 회로 썰어 먹고, 대형 개체의 다리는 튀김으로 조리했다. 먹물은 라면 육수에 활용됐다.

산란철 무늬오징어 시즌은 이제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수온이 더 오르면 무늬오징어는 산란을 마친 뒤 점차 깊은 수심대로 이동한다. 이후 낚시인들의 관심은 배 위에서 수직으로 에기를 운용하는 '팁런(Tip Run)' 낚시로 옮겨간다.

서너 시간을 던져도 입질 한 번 받기 어려운 낚시. 하지만 한 번의 입질로 3㎏짜리 대물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 덕분에 올해도 낚시인들은 무늬오징어를 찾아 바다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