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땅이 빚은 남도의 혼…사진작가 김옥열, 세 번째 개인전 '황;토' 담양서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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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부터 7월 9일까지 해동문화예술촌 갤러리…황토밭 풍경에 전라도 기질과 문화의 뿌리를 묻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남도 땅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안다. 발밑에 깔리는 그 붉고 질펀한 흙의 감촉을. 비가 내리면 더욱 선명해지는 붉으적적한 빛깔을.
사진작가 김옥렬 세 번째 개인전 '황;토'/김옥열 작가
사진작가 김옥렬 세 번째 개인전 '황;토'/김옥열 작가

사진작가 김옥열(다큐디자인 대표)이 바로 그 땅을 카메라에 담았다. 오는 24일부터 7월 9일까지 담양 해동문화예술촌 갤러리에서 열리는 세 번째 개인전 '황;토'가 그 결과물이다.

전시 제목의 세미콜론이 눈길을 끈다. '황토'라는 단어를 '황'과 '토'로 나누는 그 기호 하나에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단순히 흙의 색깔을 찍은 것이 아니라, 황토라는 물질이 품고 있는 남도의 역사와 문화, 사람들의 기질을 함께 들여다보겠다는 선언이다. 오는 27일 오후 2시에는 오프닝 행사도 마련된다.

◆황토, 남도 문화의 원형질을 묻다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던지는 질문은 묵직하다. '전라도적인 정신과 문화, 전라도인들의 기질과 색은 어디에서 유래하는가.' 인문학자들의 분석이 없지 않지만, 그것을 눈앞에 보이는 실체로 드러내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작업이다. 더욱이 사진이라는 매체로 물성을 가진 무언가를 통해 그 답을 찾아야 한다는 과제는 쉽지 않았다.
사진작가 김옥렬 세 번째 개인전 '황;토'/김옥열 작가
사진작가 김옥렬 세 번째 개인전 '황;토'/김옥열 작가

오랜 고민 끝에 작가가 찾아낸 답이 황토였다. 남도를 상징하는 색으로 황색을 떠올리는 것은 이미 우리 안에 깊이 새겨진 감각이다. 지역 기반 정당의 상징색도, 지역 프로구단의 색도 그랬다. 최근 한 서점이 광주를 상징하는 색을 묻는 간이조사를 실시했을 때도 황색이라는 답이 많았다고 한다. 작가는 그 뿌리가 황토에 있다고 본다.

자연환경이 인간의 생활양식과 언어, 기질은 물론 문화와 문명의 질과 크기, 모양까지 결정한다는 것은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산은 물을 가르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 땅도 그러하다. 수수천 년 한 곳에 뿌리내리고 살아온 사람들은 땅의 기운에 생명을 기대고 문명을 일궜다. 다만 날마다 보아온 그 자연환경이 자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 채 숨 쉴 뿐이다.
사진작가 김옥렬 세 번째 개인전 '황;토'/김옥열 작가
사진작가 김옥렬 세 번째 개인전 '황;토'/김옥열 작가

◆붉은 땅 위에서 살아온 사람들

유독 전라도는 황색 천지다. 드넓게 펼쳐진 서남해안 일대, 충청 이남의 기름진 밭은 모두 붉디붉은, 아니 붉으적적한, 또는 누리끼리한 색의 바다다. 일을 마친 농부의 바짓가랑이와 종아리는 붉게 물들기 일쑤였고, 남도 아이들은 붉은 황토 알갱이 가득한 고구마와 무를 베어 물고 살았다. 담장도 부엌도 장독대도 황토색 일색이었다.

사람들은 황토가 키운 식재료를 먹고 그 위에서 자고 기운을 얻었으며 액운을 물리쳤고 생명을 이어왔다. 의롭지 못한 일에 유독 분노하고, 어느 지역에서도 따라오지 못할 한과 다정함, 귄의 정서와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여유, 다층적인 희노애락을 담은 예술 장르들, 추종 불가한 식문화의 발달. 작가는 이 모든 것이 남도의 자연환경, 그중에서도 황토가 빚어낸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황토에 스민 역사와 문학

황토는 단순한 흙이 아니다. 그 위에 역사가 쌓였고 피가 스몄다. 황토현에서부터 장흥 석대들에 이르는 들녘에 뿌려진 동학농민들의 피가, 남도 들판과 산하 곳곳에서 이념의 희생자들이 물들인 붉은 피가 황토에 비유됐다.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이라던 한하운의 시가, '애비 죽은 핏자국 선연하다'던 김지하의 시가, 조정래의 소설 '한강'과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민초들이 눈물 뿌리던 황톳길이 모두 그런 땅에 어린 역사에서 기인한 문학적 성취들이다.
사진작가 김옥렬 세 번째 개인전 '황;토'/김옥열 작가
사진작가 김옥렬 세 번째 개인전 '황;토'/김옥열 작가

이 땅의 많은 화가들도 그 풍경을 화폭에 담으려 노력했다. 진하고도 진한 남도의 억양과 질펀한 문화의 틀, 형언할 수 없이 깊고도 진한 음식 맛의 상당한 뿌리 역시 황토에 기대고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카메라를 든 작가가 그 계보에 합류하려는 시도가 바로 이번 전시다.

◆다리가 짧았다는 고백, 그러나 시작은 됐다

작가는 스스로에게 엄격하다. 천변만화의 얼굴을 가진 드넓은 황토밭과 황토의 세계를 사진으로 다 담아내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고백한다.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을 담으려 쏘다녀보았고, 그 땅에 발 담그고 허리 숙인 남도인의 삶의 풍정을 찾아보려 노력했지만 다리가 짧았다고 했다. 다양하고 깊이 있는 세계를 들여다보지 못한 채 몇 가지 겉 풍경 쫓기에 그치지 않았나 하는 걱정도 앞선다고 했다.
사진작가 김옥렬 세 번째 개인전 '황;토'/김옥열 작가
사진작가 김옥렬 세 번째 개인전 '황;토'/김옥열 작가

그러나 시작은 됐다. 남도의 문화적 원형질이 무엇인지를 찾는 작업을 시작한 데 위안을 삼는다는 작가의 말에는 겸손함과 함께 다음을 향한 의지가 담겨 있다. 아쉬운 작업은 더 이어가볼 생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전시는 담양군문화재단이 공간을 제공했다. 오는 24일 개막해 7월 9일까지 담양 해동문화예술촌 갤러리에서 관람할 수 있으며, 27일 오후 2시에는 오프닝 행사가 열린다. 붉은 땅이 빚어낸 남도의 혼을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