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몰랐다... 고양이들이 한겨울보다 6월에 엔진룸에 숨어드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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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이 고양이들에게 훨씬 위험한 이유

새벽 아파트 주차장. 출근을 위해 시동 버튼을 누르려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가느다란 울음소리. 보닛을 열자 손바닥만 한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엔진룸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있다. 매년 초여름이면 전국 곳곳에서 반복되는 풍경이다. 많은 사람은 겨울철 추위를 피해 길고양이가 자동차 엔진룸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5, 6월에 관련 사고와 구조 사례가 더 자주 발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진룸에 들어가 있는 고양이들. 부산동물사랑길고양이보호연대 가 제공한 사진을 AI 툴로 업스케일링했다.
엔진룸에 들어가 있는 고양이들. 부산동물사랑길고양이보호연대 가 제공한 사진을 AI 툴로 업스케일링했다.

일본자동차연맹(JAF)에 따르면 이달에만 차량 내부에 고양이가 들어갔다는 구조 요청은 400건을 넘어섰다. 일본 언론들은 "고양이에게 가장 위험한 계절은 한겨울이 아니라 초여름"이라고 보도했다.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고양이 습성 때문이다.

고양이는 보통 봄에 새끼를 낳는다. 그렇게 태어난 새끼들이 세상 탐험에 나서는 시기가 바로 초여름이다. 생후 두세 달 정도 된 새끼 고양이는 사람 어린아이와 비슷하다. 겁도 많지만 호기심은 더 많다. 좁은 틈이 보이면 들어가 보고, 움직이는 물건이 있으면 따라가 보고, 어두운 공간이 있으면 숨어본다.

자동차는 그런 새끼 고양이들에게 거대한 놀이동산과 비슷하다.

타이어 뒤 공간은 비를 피하기 좋고, 차 밑은 사람 눈을 피하기 쉽다. 엔진룸은 복잡한 배선과 기계 장치가 얽혀 있어 천적으로부터 몸을 숨기기에 적합한 공간으로 인식된다. 특히 야외 주차 차량은 밤사이 고양이들의 은신처가 되기 쉽다.

고양이의 습성을 이해하면 이런 행동이 낯설지 않다.

고양이는 원래 개방된 공간보다 몸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을 선호한다. 집에서 키우는 반려묘도 비싼 캣타워보다 종이상자 안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흔하다. 옷장 안이나 침대 밑을 좋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야생에서 살아가던 시절의 본능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넓은 공간은 포식자의 공격에 노출될 위험이 있지만 좁은 공간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고양이에게 좁은 틈은 답답한 공간이 아니라 안전지대다.

문제는 엔진룸이 고양이에게 매우 위험한 공간이라는 데 있다. 운전자가 시동을 걸면 팬벨트와 회전 장치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면 고양이들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죽을 수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매년 수십 건의 구조 사례를 공개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엔진룸에서 구조된 새끼 고양이 사진이 꾸준히 올라온다. 대부분 아파트 지상 주차장이나 골목길 노상주차장에서 발견된다.

한국에서 길고양이 문제는 이미 오래된 논쟁거리다. 일부 주민은 울음소리와 배설물, 쓰레기봉투 훼손 등을 문제로 지적한다. 반면 동물보호단체와 애묘인들은 길고양이 보호와 중성화 사업 확대를 주장한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개체 수 조절을 위해 TNR(포획·중성화·방사)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길고양이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자동차 관련 사고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다. 자동차 밑에서 잠을 자거나 엔진룸에 들어가는 사례뿐 아니라 도로를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길고양이 문제를 단순히 동물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의 문제로 볼 수 없다고 말한다. 도시 생태계와 시민 안전, 동물복지가 모두 얽혀 있는 복합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운전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의외로 간단하다.

차량에 탑승하기 전 보닛이나 차체를 가볍게 두드린다. 일본에서는 이를 '캣 체크(Cat Check)'라고 부른다. 강하게 내리치는 것이 아니라 몇 차례 가볍게 두드리는 정도면 충분하다.

잠시 기다린 뒤 차량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새끼 고양이는 불안하면 울음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아 귀를 기울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