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역대 최대 적자... 결국 '이런 대책'까지 논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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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지급 규모 비약적으로 증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시민들이 실업급여 상담을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시민들이 실업급여 상담을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지난해 실업급여 계정 지급액이 역대 최대치인 17조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고용보험 사업비 총지출액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기금 전체 수지는 592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정부의 외부 차입금을 뺀 실질 적립금은 796억원에 그치며 국가 고용 안전망의 재정건전성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지난해 회계연도 고용보험기금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보험 사업비 지출액은 총 20조 9405억원으로, 2024년 18조 6456억원 대비 12.3% 증가했다.

지출액이 20조원을 넘어선 것은 감염병 사태로 고용 시장 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2021년 21조 577억원 이후 4년 만에 발생한 일이다. 2022~2024년 기간에는 해당 지출액이 17조~18조원 수준을 꾸준히 유지했다.

고용보험 기금은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실업급여 등의 막대한 재원 충당을 위해 설치됐으며 주로 노사가 매월 납부하는 보험료와 징수금 적립금 운용수익 등으로 조성된다.

실업급여 역대 최대치 기록 배경

고용보험 사업비 지출이 단기간에 폭증한 가장 큰 원인은 실업급여 지급 규모가 비약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 실업급여 계정 지급액은 지난해 17조 4833억원으로 집계돼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출이 급증한 주된 이유로는 실업급여 계정에서 공통으로 빠져나가는 모성보호 급여의 가파른 증가세가 지목된다. 육아휴직 급여와 출산전후휴가 급여 등으로 구성된 모성보호 급여는 저출산 극복을 위한 국가지원 확대 정책과 맞물려 매년 수급자와 지급액이 팽창한다. 본래 모성보호 관련 비용은 국가의 일반회계 예산으로 일정 부분 분담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으나 여전히 고용보험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가 유지돼 기금의 부담을 가중한다.

더불어 제조와 건설업 등 주요 산업의 오랜 경기 불황에 따른 실직자 증가 현상과 법정 최저임금 인상에 연동된 실업급여 하한액 상향 조치 등도 지출을 끌어올린 복합적 원인이 됐다. 실업급여 하한액은 퇴직 전 임금 수준과 무관하게 법정 최저임금의 80%를 일괄 보장하도록 규정돼 최저임금이 오를수록 지출이 기계적으로 증가한다.

실질 적립금 마이너스 사태

지출 급증의 직격탄을 맞아 기금 적립금은 사실상 마이너스 늪에 빠졌다. 지난해 기준 실업급여 연말 적립금의 장부상 규모는 1조 7275억원이지만,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임시로 빌려온 예수금을 모두 제외한 실질 적립금은 5조 993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막대한 빚을 내어 실업급여 계정의 곳간을 간신히 채워 넣은 위태로운 상황이다.

현행 고용보험법은 대량 실업 사태나 예기치 못한 고용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당해 연도 지출액의 1.5~2배 규모를 실업급여 계정의 여유 자금으로 쌓아두도록 엄격히 규정한다.

하지만 지난해 실업급여 적립 배율은 법정 기준치에 턱없이 못 미치는 0.1배에 불과했다. 2024년 기록했던 0.2배 수준에서 더욱 하락한 수치로 경제적 충격을 흡수할 완충 능력이 심각하게 훼손됐음을 보여준다.

전체 고용보험 기금 역시 거둬들인 수입보다 사업비 지출이 훌쩍 커지며 5920억원 규모의 당기 수지 적자를 냈다. 총지출액이 수입액인 20조 3485억원을 웃돌면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고용보험 기금 연말 적립금 총액은 7조 8003억원으로 계산됐지만 외부 차입금을 덜어낸 순수 실질 적립금은 796억원에 불과해 말 그대로 바닥을 드러냈다.

감사원은 앞서 발표한 고용보험 기금 감사보고서에서 "대규모 고용위기 발생 시 대응 여력이 낮아 기금의 지속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꼬집으며 재정건전성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고용 한파 속 불투명한 건전성 확보

최근 산업계 전반에 불어닥친 고용 한파는 기금의 재정건전성 우려를 눈덩이처럼 증폭시킨다.

국가데이터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912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4만명이나 감소했다. 17개월 만에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가 뼈아픈 감소세로 돌아선 결과다.

취업자 수의 지속적 감소는 기금의 핵심 수입원인 고용보험료 납부액 축소로 곧장 직결된다.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가 늘어나면 실업급여 지출은 팽창하므로 재정 악화의 악순환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기금 고갈 우려가 전방위적으로 지속되고 있지만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의 대책 논의는 진척이 매우 더디다. 노동부는 지난해 11월 고용보험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장기적인 기금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 마련에 착수했으나 아직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학계와 전문가들은 기금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모성보호급여 재원의 일반회계 분리를 최우선 과제로 강력히 제시한다. 더불어 무분별한 지출 구조조정과 실업급여 하한액의 합리적 하향 조정, 그리고 보험료율 인상 등 뼈를 깎는 구조적 개혁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노동부 관계자는 "TF에서 고용보험 제도 개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논의 결과가 나오면 관련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