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장 “잠실시위 불법행위 동조하면 패가망신”…이례적 강경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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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 부족에서 시작된 소지품 수색…경찰 강경 수사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이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 현장에서 잇따르는 불법 행위에 형사 처벌 가능성을 직접 거론하며 강도 높은 대응을 예고했다. 일반 시민의 소지품을 법적 근거 없이 뒤지는 행위까지 벌어지자, 경찰 수장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표현을 동원해 경고에 나섰다.

박 청장은 15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아무 생각 없이 옆에서 불법 행위에 동조했다가 공범으로 적용될 경우에는 패가망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핸드볼 여성 유소년 국가대표팀에 대한 시위대의 소지품 수색 사건을 언급하며 "다중의 위력을 과시했기 때문에 일반 강요 혐의가 아닌 특수 강요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굉장히 형량이 높다", "10년 이하의 징역이 가능하다"며 단순 가담자도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경찰 수장이 정례 간담회 자리에서 '패가망신'까지 입에 올린 것은, 일부 참가자의 행위가 평화적 시위의 선을 넘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왜 '특수강요'인가…일반 강요와 뭐가 다른가
특수강요라는 혐의란 무엇일까. 강요죄는 폭행이나 협박으로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키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할 때 성립한다. 여기에 한 명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무리를 이뤄 위세를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정황이 더해지면, 죄질이 더 무거운 '특수강요'로 가중된다. 경찰이 일반 강요가 아닌 특수강요 카드를 꺼낸 것은, 시위 참가자 다수가 한꺼번에 대표팀 선수들을 에워싸고 소지품을 뒤진 정황을 '다중의 위력'으로 봤다는 의미다.
박 청장이 강조한 '패가망신'의 무게도 여기에 있다. 직접 소지품을 뒤진 적극 가담자뿐 아니라, 곁에서 분위기에 휩쓸려 동조한 사람까지 공범으로 묶일 수 있다는 경고이기 때문이다. 형사법상 공범은 직접 실행하지 않았더라도 범행을 함께 모의하거나 거들었다고 인정되면 처벌 대상이 된다. 현장 영상과 사진이 채증 자료로 쌓이는 만큼, '나는 구경만 했다'는 해명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경찰이 분명히 한 셈이다.

대통령까지 "사적 검문 엄정 대처"…수사 어디까지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 유럽 순방 중 화상으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사적 검문 및 위력을 동원한 업무방해 행위는 엄정 대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참정권 침해 문제 제기 자체는 받아들이되, 유소년 대표팀의 소지품을 무단으로 수색한 위법 행위까지 용납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대통령은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꾸려져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고를 받은 뒤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와 경찰 수뇌부가 한목소리로 강경 신호를 보낸 만큼, 입건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송파경찰서는 유소년 대표팀의 소지품을 수색한 적극 가담자 3명을 특정하고, 이 가운데 1명에게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현재 경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사건은 한두 건이 아니다. 소지품 수색을 비롯해 언론사 기자를 향한 폭행, 현장 경찰관에 대한 모욕, 참가자들 사이의 폭행 등 모두 15건의 수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기자 폭행엔 '감금' 적용…"특정 체포는 한국 경찰이 최고"
박 청장은 언론인 폭행 사건을 두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단 감금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금죄는 사람을 일정한 장소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해 신체 활동의 자유를 제한할 때 성립하는 범죄로, 물리적 구속뿐 아니라 위세로 길을 막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 사건 역시 적극 가담자 3명을 추려 추적하고 있다.
그는 "한국 경찰이 사람을 특정해서 체포하는 건 최고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모욕에 참여한 사람들도 조만간 검거될 것"이라고 했다. 현장 채증 자료가 누적되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입건 대상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발언이다.
10일째 막힌 체육단체…"업무방해 채증 중"
시위가 길어지면서 애꿎은 피해도 커지고 있다. 개표소로 쓰인 핸드볼경기장이 봉쇄되면서, 이곳에 입주한 대한체육회 산하 체육 단체들이 10일째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박 청장은 이를 두고 "분명한 불법 행위이고 채증하고 있다"며 업무방해 혐의 적용을 예고했다. 다만 이날 오후 예정된 대한체육회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향후 조치 수위를 정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도 함께 내비쳤다.

그동안 경찰은 시위대와의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현장에서 일단 철수하는 방식으로 상황을 관리해 왔다. 박 청장은 이런 대응 기조를 설명하면서도 "분명한 것은 업무방해 불법 행위가 확인되면 엄정 처리할 것이다. 사후에 사법 처리를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현장에서 맞부딪치기보다, 채증을 마친 뒤 책임을 묻는 사후 처리 방식으로 방향을 잡은 셈이다.
"평화적 표현은 헌법상 권리"…강경과 보장 사이
경찰의 강경 기조가 시위 자체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박 청장은 "기본적으로 참정권 침해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자기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공론의 장으로 보고 있다"며 "평화적 의사 표현에 대해서는 헌법상 보장되는 국민 권리이기 때문에 적극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기본권은 최대한 지키되, 그 선을 넘는 개별 위법 행위만 끊어내겠다는 '투 트랙'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선거 당일부터 112 신고 306건…발단은 '투표용지 부족'
이번 사태의 출발점은 6·3 지방선거 당일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문제였다. 서울청에 따르면 투표일부터 현재까지 투표용지 부족과 소란 등과 관련해 접수된 112 신고는 모두 306건에 이른다. 투표가 진행된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들어온 신고만 145건이었고, 이 가운데 투표용지 부족과 직접 관련된 신고는 15건이었다. 첫 신고는 오후 4시 10분에 접수됐다. 투표 마감을 한 시간 50분 남긴 시점에 현장에서 용지가 모자라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의미로, 이 장면이 '재선거' 요구와 개표소 봉쇄 시위로 번지는 도화선이 됐다. 단순한 행정 착오로 넘길 문제였는지, 참정권 훼손으로 볼 사안인지를 두고 시민들의 반발과 경찰의 수사가 한 현장에서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