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이면 다 걷는다... 6년 만에 ‘노천 미술관’으로 변신한 밀양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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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됐던 달동네에서 노천 미술관으로 변신한 '이곳'

경남 밀양시 내일5통의 가파른 언덕길을 따라 걷다 보면 소박한 골목길이 이어진다. 화려한 대형 관광지 대신 세월의 때가 묻은 담벼락이 고즈넉한 정취를 자아낸다. 단순한 산책로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노천 미술관으로 변신한 이곳은 오늘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밀양 별달굽이길./ 밀양시 공식 블로그, AI
밀양 별달굽이길./ 밀양시 공식 블로그, AI

밀양 내일5통 테마길 중 하나인 별달굽이길은 도심 속 낙후됐던 달동네가 문화예술을 통해 어떻게 재탄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모범적인 현장이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골목길마다 밀양의 아름다운 자연과 전통문화가 시각적 조형물로 구현돼 있어 걸음마다.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별달굽이길이 위치한 내일5통은 조선 시대 관아가 자리했던 역사적 중심지이자,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이다. 아북산 남쪽 자락에 위치한 이 마을은 일제강점기 당시 광산 개발의 흔적이 남아 있던 거친 구릉지였다. 이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밀양으로 쏟아져 들어온 피란민들이 비탈길에 판잣집을 짓고 정착하면서 지금의 마을 형태가 굳어졌다.

이곳은 수십 년 동안 도심 속 개발 소외 지역으로 분류되며 노후 주택과 정비되지 않은 옹벽들로 낙후됐다. 그러나 2014년부터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밀양시가 구도심을 활성화하고 낙후된 경관을 개선하기 위해 '밀양관아 주변 공공디자인 개선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6년에 걸친 도시 재생 노력을 통해 주민들의 주거 환경을 안전하게 다듬고, 골목 구석구석에 공공 미술을 융합하면서 어둡던 달동네는 밀양을 대표하는 걷기 좋은 길로 다시 태어났다.

밀양 별달굽이길.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밀양 별달굽이길.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별달굽이길은 총 길이 1.06km에 달하며, 약 15분이면 가볍게 돌아볼 수 있는 아담한 순환형 코스다. 이 길의 핵심 테마는 '두 발로 맛보는 작품 탐험'으로, 밀양이 가진 수려한 자연환경을 지역 청년 작가들의 독창적인 시선으로 재해석해 골목 전반에 녹여냈다.

길의 구조는 아북산 자락의 가파른 지형을 그대로 살려 입체적인 시각 효과를 극대화했다. 낡은 시멘트 옹벽은 거대한 캔버스가 돼 화사한 색감의 벽화타일로 채워졌고, 주택의 대문과 창문, 가스 계량기 등 일상적인 생활 시설물들까지 조형물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정교하게 디자인됐다.

밀양 별달굽이길. / 밀양시 공식 블로그, AI
밀양 별달굽이길. / 밀양시 공식 블로그, AI

별달굽이길의 가장 높은 곳에는 방치된 배수지를 활용해 조성한 달빛쌈지공원이 자리해 있다. 이곳에 설치된 투명한 스카이로드는 전국 일몰 명소 중 한 곳으로 꼽힐만큼 압도적인 경관을 자랑한다. 해가 질 무렵 이곳에 서면 붉게 물드는 밀양강의 낙조와 화려하게 불을 밝히는 밀양 시내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와 감탄을 자아낸다. 또 국가무형유산인 밀양백중놀이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백중놀이길과도 인접해 있어 전통 춤사위를 형상화한 독특한 벽화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국가무형유산인 백중놀이길은 지역 고유의 대표 민속 문화를 벽화와 조형물로 녹여낸 구간으로, 길 전체가 하나의 야외 박물관처럼 다가온다. 양반들의 가식을 비웃는 '양반춤', 풍년을 기원하는 힘찬 '오북춤'의 동작들이 벽면 가득 그려져 있다.

밀양 별달굽이길은 밀양역을 이용하면 가장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KTX 기준으로 약 2시간 20분, 부산역에서는 무궁화호나 ITX-새마을호를 이용해 약 40분이면 밀양역에 도착한다.

밀양역에서 내린 후에는 광장 앞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해 별달굽이길 초입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밀양 시내 중심으로 향하는 대다수의 버스(1·2·6번)가 밀양관아 또는 밀양아리랑시장 정류장을 경유한다.

구글지도, 달빛쌈지공원

영남루에서 조망하는 밀양강의 사계

영남루. / 밀양시 공식 블로그, AI
영남루. / 밀양시 공식 블로그, AI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와 함께 조선 시대 3대 명루로 손꼽히는 영남루(嶺南樓)는 별달굽이길에서 도보로 가볍게 이동할 수 있는 도심 속 핵심 유적이다. 밀양강 변의 가파른 절벽 위에 서 있는 보물은 고려시대에 창건된 작은 누각에서 출발해 조선 시대를 거치며 지금의 웅장한 규모로 중건됐다.

건물의 기둥과 들보마다 정교하게 새겨진 조선 후기의 목조 건축 양식은 당대 최고의 장인정신을 보여주며, 누각 내부에 걸린 수많은 명필의 현판들은 과거 영남 지역 문인들의 학문적 교류 장소였음을 증명한다.

영남루 마루에 올라 탁 트인 밀양강을 바라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시원하게 흐르는 물줄기와 맞은편 삼문동의 울창한 솔숲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사계절마다 옷을 갈아입으며 매번 새로운 동을 선사한다. 특히 해가 지고 주변 가로등과 누각에 조명이 켜지는 야간에는 밀양강 수면에 은은한 빛이 반사돼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구글지도, 영남루

빛의 테마파크로 변신한 트윈터널

트윈터널. / 밀양시 공식 블로그, AI
트윈터널. / 밀양시 공식 블로그, AI

역사를 창의적인 현대적 콘텐츠로 재창조해 낸 삼랑진 트윈터널은 밀양의 대표적인 실내 관광 명소로, 조선 시대 고종 황제가 대한제국의 식산흥업 정책의 일환으로 직접 명령해 개통한 철도 터널이었다. 1940년대 부산항으로의 물자 수송량이 급증하면서 바로 옆에 또 하나의 터널이 뚫렸고, 두 터널이 나란히 이어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트윈터널’이라는 명칭을 얻게 됐다. 한여름에는 에어컨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서늘하고 겨울에는 매서운 바람을 막아줘 사계절 내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국내 명소로 꼽힌다.

복선 KTX의 개통으로 철길로서 생명은 다했지만, 밀양시는 폐선된 터널을 과감하게 재생해 화려한 빛의 테마파크로 전환했다.

터널 내부로 들어서면 약 1억 개의 화려한 LED 전구와 다양한 캐릭터 조형물들이 빚어내는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총 길이 약 1km의 터널은 10가지의 독창적인 테마 존으로 구성돼 있다.

트윈터널은 매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주말에는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입장료는 성인 1만 원, 청소년·어린이 7000원, 경로·복지·유공자·밀양시민 7000원이다.


구글지도, 트윈터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