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법인카드 사용 중단... JTBC와 그 계열사들의 현재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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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그룹 유동성 위기 심화

JTBC를 둘러싼 중앙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그룹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15일 오전 삼성카드와 현대카드가 JTBC 법인카드 사용을 중단하면서 임직원들이 회사 카드를 쓰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같은 날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은 임직원에게 그룹 차원의 회생절차 신청 사실을 알리고 고개를 숙였다. 회생을 신청한 계열사는 앞서 알려진 콘텐트리중앙과 메가박스중앙뿐 아니라 JTBC와 중앙홀딩스, 중앙피앤아이까지 다섯 곳으로 확인됐다.

JTBC 본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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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자금팀이 사내 게시판에 올린 공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삼성카드와 현대카드가 JTBC 법인카드 사용을 중단했다. 자금팀은 삼성·현대 법인카드를 소지한 임직원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면서 추후 대안 안내 전까지 개인카드를 사용한 뒤 행정팀과 각 지원팀에 증빙을 제출하면 비용 처리를 하겠다고 안내했다. 자금팀은 또 삼성·현대카드 외에 하나카드와 신한카드 등 모든 법인카드의 사용도 정지될 예정이라며 참고해 달라고 했고, 변동 사항이 생기면 다시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회장은 임직원 메시지에서 그룹 최고경영진으로서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뜻을 밝히며 "그동안 경영진은 자금 경색과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그룹의 경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모색해 왔으나, 누적된 재무 부담에 자본시장 경색이 장기화하면서 부득이하게 오늘 JTBC,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홀딩스, 중앙피앤아이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했다.

홍 부회장은 회생절차가 회사를 정리하는 절차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회생절차는 법원의 감독 아래 채무를 조정하고 영업을 계속하면서 회사를 정상화하는 제도이며, 기존 경영진이 관리인으로서 경영을 이어가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번 결정은 중앙그룹의 본질적인 경쟁력과 미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고뇌 어린 선택이자, 대한민국 미디어·콘텐트 산업 생태계와 여러분의 일터를 지키기 위한 투명하고 질서 있는 과정"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은 중앙그룹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이지만, 임직원의 저력과 경영진의 책임 있는 노력이 하나로 모인다면 반드시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며 "최고경영진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그룹의 정상화와 재도약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홍 부회장은 임직원에게 동요하지 말 것도 당부했다. 그는 "모든 그룹 임직원이 각자의 자리에서 본연의 업무와 고객 서비스에 흔들림 없이 임해 주기를 간곡히 당부한다"며 "앞으로 경영진은 법원 및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재무구조를 조속히 개선하고, 상장사 거래 정상화를 포함한 경영 안정화를 이루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JTBC 본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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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 신청에 따라 콘텐트리중앙 주식은 이날부터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됐다. 거래 정지는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이어진다. 콘텐트리중앙과 핵심 자회사인 메가박스중앙은 전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와 보전처분, 포괄적 금지명령을 신청했고, 회사 측은 신청 사유를 "경영 정상화 및 향후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 보존"이라고 공시했다.

JTBC는 지난 12일 미르제이차 56억원, 제일티비씨제이차 150억원 등 총 206억원 규모의 유동화 차입금 원리금을 만기일에 상환하지 못했다. JTBC는 디지털 플랫폼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중심으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TV 광고 시장이 크게 위축된 점을 디폴트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중앙그룹은 국내 미디어 기업 집단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곳으로 꼽힌다. 1964년 동양방송과 1965년 중앙일보를 모태로 출발해 1999년 삼성에서 계열 분리됐고, 이후 방송과 출판, 멀티플렉스, 레저 등으로 사업을 넓혀 왔다.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그룹 회장은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지만 실질적인 경영은 그의 아들인 홍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지주회사인 중앙홀딩스의 최대 주주도 홍 부회장이다.

중앙그룹은 중앙일보를 축으로 한 뉴스브랜드군, JTBC를 축으로 한 스테이션군, 드라마 제작사 SLL을 축으로 한 스튜디오군, 스포츠 중계권을 다루는 스포츠비즈니스군, 메가박스를 축으로 한 공간사업군, 잡지·라이프스타일 사업을 맡는 럭셔리&라이프스타일군, 휘닉스 파크를 축으로 한 레저군 등으로 짜여 있다. 지배구조는 중앙홀딩스를 정점으로 중간지주 격인 중앙피앤아이를 거쳐 콘텐트리중앙과 메가박스중앙, SLL중앙 등으로 이어진다.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는 이번에 회생을 신청한 콘텐트리중앙이다.

그룹이 떠안은 재무 부담은 적지 않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앙홀딩스와 JTBC, 콘텐트리중앙 등을 합친 그룹 총차입금은 약 2조8000억원에 달한다. 중앙일보 역시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 2887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계열사에 제공한 지급보증 규모도 22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그룹이 비용관리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그룹 안팎에서는 중앙일보가 비상경영 강화 차원에서 이달부터 대표이사 급여 30%, 그룹 임원 급여 20%를 반납하고 부서장 특별취재비를 30%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사측은 이 조치가 평기자와는 무관하다고 노조 측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같은 내용은 회사 차원에서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JTBC 사옥 매각설도 나온다. JTBC 사옥이 코람코자산신탁에 매각됐으며 JTBC가 10년간 임대하는 조건이라는 이야기다. 사옥 매각과 함께 사내 워크숍 등을 중단하며 비용 관리에 들어갔고, 연말 인원 조정을 포함한 폭넓은 구조조정이 뒤따를 수 있다는 관측도 그룹 안팎에서 거론된다. 이 역시 회사 차원에서 공식 확인된 사안은 아니다.

신용평가사들은 즉각 반응했다. NICE신용평가는 JTBC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CCC로, 단기신용등급을 A3에서 C로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도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B로 내렸다. NICE신용평가는 같은 날 중앙일보의 장기신용등급도 BBB에서 BB-로, 단기신용등급을 A3에서 B-로 하향 조정했다. JTBC의 유동성 문제가 그룹 전체의 재무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회생을 신청한 콘텐트리중앙은 드라마 제작사 SLL을 중심으로 방송·영상 콘텐츠 사업을 펴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업계에 따르면 SLL중앙 전환우선주 매입과 관련한 1700억원 규모의 부담을 안고 있으며, 이매지너스 지분 매입 관련 자금 부담과 전환사채 상환 부담도 남아 있다. 함께 회생을 신청한 메가박스중앙은 전국 메가박스 극장을 운영하는 법인으로, 영화 투자·배급과 키즈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함께 운영한다. 코로나19 이후 극장 산업이 구조적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OTT 시장 성장에 따른 관객 감소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회생절차는 파산과 다르다. 파산이 기업을 청산하는 절차라면 회생은 기업을 살리는 절차다. 기업이 회생을 신청하면 법원은 자산과 부채, 영업 현황 등을 조사한 뒤 채무 일부를 감면하거나 상환 기간을 연장하는 회생계획안을 마련한다. 채권자 동의와 법원 인가를 거치면 기업은 계획에 따라 채무를 갚으면서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 함께 신청된 보전처분은 회사 자산이 임의로 처분되는 것을 막고, 포괄적 금지명령은 채권자들이 개별적으로 가압류나 강제집행에 나서는 것을 제한한다. 다만 회생 신청이 곧 회생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법원이 회생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면 신청이 기각될 수 있고, 절차가 개시되더라도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신규 투자 유치 등 여러 과제를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