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투표용지 부족 방지법’ 발의…선관위 지침 변경도 공식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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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인 수 70% 이상 투표용지 확보·예비분 추가 의무화 추진
중대한 선거 장애 발생 때 선관위·국회 보고와 재발방지대책 공표
6·3 지방선거서 시민 장시간 대기·투표 포기 논란…참정권 보호가 핵심

황운하, ‘투표용지 부족 방지법’ 발의 / 의원실, 뉴스1
황운하, ‘투표용지 부족 방지법’ 발의 / 의원실, 뉴스1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6·3 지방선거 당시 전국 곳곳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시민들이 장시간 기다리거나 투표를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투표용지 확보 기준과 선거관리 책임을 법률로 명시하는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국회의원은 선거 행정의 부실로 인한 참정권 침해를 막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고 16일 밝혔다.

두 법안은 투표용지 수급과 선거관리 지침을 실무진의 내부 판단에만 맡기지 않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심의와 국회 보고 체계 안에 두는 것이 핵심이다. 선거 당일 문제가 발생한 뒤 임시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전 확보와 사후 책임을 함께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법안 발의의 직접적인 배경은 지난 6월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다. 당시 서울을 비롯한 전국 여러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바닥나 투표가 일시 중단됐다. 초기에는 서울 14곳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앙선관위의 1차 조사에서는 전국 50개 투표소로 늘었다. 이후 확인된 부족 투표용지는 4726장에 달했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수백 장이 부족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들이 겪은 불편은 단순한 대기 지연에 그치지 않았다. 서울 송파구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를 기다리는 주민 100여 명이 무더위 속에서 장시간 대기했고, 일부 유권자는 투표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표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된 투표소도 나왔다. 투표함 반출과 개표 진행을 둘러싼 항의가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투표소에 남아 밤새 상황을 지켜보는 일도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선거관리 지침 변경 절차도 논란이 됐다. 중앙선관위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투표용지 최소 인쇄 기준을 선거인 수의 60%에서 50%로 낮췄다. 이 결정은 중앙선관위원회의 공식 회의나 심의·의결 없이 사무총장과 선거정책실장 전결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투표용지가 부족할 경우 추가 인쇄와 수송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현장 매뉴얼도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혼선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해를 돕기위한 <자료사진> / 뉴스1
이해를 돕기위한 <자료사진> / 뉴스1

중앙선관위는 잔여 투표용지 검수와 보관 부담, 과도한 인쇄에 따른 부정선거 의혹 등을 고려해 기준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송파구에는 투표용지 4만2000장이 남아 있었지만 필요한 투표소에 제때 배분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물량만 계산하고 투표소별 수요와 긴급 수송 체계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황 의원이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구·시·군선관위가 선거인 수와 과거 투표율 등을 고려해 원칙적으로 선거인 수의 70% 이상에 해당하는 투표용지를 확보하도록 했다. 여기에 예비 투표용지를 추가로 준비하도록 의무화했다.

예상보다 투표 참여가 늘어 용지 부족이 우려되거나 실제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 선거 당일에도 관할 선관위 의결을 거쳐 투표용지를 추가 작성해 투표소로 보낼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현장에서 책임 소재를 따지느라 대응이 늦어지는 일을 막고, 투표 중단 시간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법 개정안은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의 관리책임을 구체화했다. 선거 물품과 장비의 확보·운영 과정에서 중대한 장애가 발생하면 사무총장이 지체 없이 중앙선관위에 보고하도록 했다. 원인 조사와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 공개하고, 30일 안에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도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투표용지 수급 기준과 선거관리 매뉴얼 등 핵심 지침을 만들거나 바꿀 때는 중앙선관위원회의 심의·의결을 반드시 거치도록 했다. 선거 결과와 유권자 권리에 직접 영향을 주는 기준이 사무처 내부 전결만으로 변경되지 않도록 통제장치를 두겠다는 취지다.

이번 사태 이후 시민사회의 비판도 이어졌다. 참여연대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시민들이 장시간 기다리거나 투표를 포기했다며 선관위의 안이한 사무관리가 참정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시민 약 100명도 선관위 개혁과 정부 차원의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시민의 참여는 선거 당일 투표에만 머물지 않았다. 현장에서 투표용지 공급을 기다리고, 투표시간 연장을 요구하며, 투표함 이동과 후속조치를 지켜보는 과정 자체가 선거관리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시민 감시로 이어졌다. 다만 투표소 현장의 항의와 감시가 충돌이나 선거 불신 확산으로 번지지 않도록 선관위가 실시간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선거인 수의 70% 이상을 인쇄하는 기준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사전투표율과 지역별 본투표 참여율을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투표소별 예비분 배치, 긴급 수송 차량과 인력, 추가 인쇄 승인 절차, 유권자 안내 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보관과 폐기 과정의 투명성도 강화해야 과잉 인쇄에 대한 불신을 줄일 수 있다.

국회의 사후 보고가 실질적인 통제로 이어질지도 지켜봐야 한다. 장애 발생 사실과 원인, 피해 규모, 책임자, 개선 일정이 구체적으로 공개돼야 한다. 선관위가 자체 조사 결과만 발표하고 징계나 제도 개선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 책임성 강화라는 입법 취지가 약해질 수 있다.

황 의원은 “행정적 수요 예측 실패나 밀실 지침 변경으로 국민의 참정권이 침해되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며 “선관위 사무처의 독단적 운영을 개선하고 선거 행정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투표용지는 유권자가 주권을 행사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다. 한 장의 용지가 부족해 시민이 투표하지 못하거나 장시간 기다리는 일은 단순한 행정 착오로 끝날 수 없다. 이번 개정안이 투표용지 확보 기준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이 선거관리 과정을 확인하고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제도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