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직원들 선거 제도 연구한다고 몰디브 방문해 '세금'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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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지 출장 의혹, 선관위 신뢰도 추락의 신호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의 해외출장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선관위 관계자들이 재외선거 점검과 선거제도 연구 등을 명목으로 몰디브와 코타키나발루 등 휴양지를 방문했다며 업무상 횡령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와 미디어법률단은 16일 "선관위 관계자들이 재외선거 점검과 선거제도 연구를 이유로 세계적인 휴양지로 알려진 몰디브와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태국 방콕 등을 방문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혈세가 본래 목적과 무관하게 사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특히 코타키나발루 출장 사례를 문제 삼았다. 특위는 언론 보도를 인용해 "선거인 수가 약 120명 수준인 지역을 점검하기 위해 3박 4일 일정을 잡았고, 실제 업무는 반나절 만에 끝났음에도 나머지 일정은 구체적인 업무 내용이 기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무 출장이라면 목적과 일정, 성과가 명확하게 기록돼야 하지만 일부 일정은 사실상 공란 상태로 남아 있었다"며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출장의 적정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은 선관위의 재외선거관 제도에 대한 비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재외선거관은 해외 공관에 파견돼 재외국민 선거 업무를 담당하는 제도로, 선거가 없는 기간에도 장기간 해외에서 근무한다. 국민의힘은 "불과 며칠간 진행되는 재외선거를 위해 1년 가까이 해외에 체류하며 상당한 수준의 급여와 주거비를 지원받는 제도가 과연 적절한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위는 "최근 선관위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직 내부의 자정 능력만으로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어렵다"며 "수사기관이 철저하게 사실관계를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17일 관련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번 논란은 최근 선관위를 둘러싸고 불거진 채용 비리 의혹, 선거 관리 부실 논란 등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선관위는 그동안 독립기관으로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강조해 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각종 논란이 잇따르며 신뢰도 하락 문제에 직면한 상태다.
실제로 이날 TV조선은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를 인용해 2022년부터 올해 6월까지 선관위 직원 461명이 총 107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왔으며, 여기에 투입된 예산은 약 24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23년 9월 몰디브 대통령 선거 참관을 위해 5명이 출장을 떠났고, 이 과정에서 약 1470만원의 예산이 사용됐다. 같은 해 11월에는 태국과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지역의 재외선거 준비 상황을 점검한다는 목적으로 5명이 출장을 다녀왔으며 약 1920만원의 예산이 집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외 선거 참관 자체는 국제 선거관리 기관들 사이에서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업무 중 하나다. 세계 각국의 선거 제도와 운영 방식을 비교·연구하고, 재외국민 선거가 실시되는 국가의 환경을 점검하기 위한 목적에서 진행된다. 문제는 출장의 필요성과 일정 운영, 예산 집행의 적절성이 충분히 입증됐는지 여부다.

공무원 해외출장은 일반적으로 사전에 출장 목적과 일정, 방문 기관, 예상 성과 등을 명시한 계획서를 작성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출장 이후에는 결과보고서를 제출해 업무 성과를 입증하는 절차를 거친다. 따라서 향후 수사나 감사가 진행될 경우 실제 출장 목적과 수행 내용, 일정표 공란의 배경, 출장 결과 보고서의 충실성 등이 주요 검증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무상 횡령 혐의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해외출장을 다녀왔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급된 예산이 개인적 용도로 사용됐거나, 업무 목적이 아닌 사적 목적으로 집행됐다는 점이 객관적 자료를 통해 입증돼야 한다. 실제 혐의 성립 여부는 수사기관의 사실관계 확인 과정을 거쳐 판단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논란이 선관위 조직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선관위는 선거 관리라는 민주주의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인 만큼 일반 행정기관보다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향후 수사기관이 고발장을 접수할 경우 출장 계획서, 집행 내역, 결과 보고서, 현지 활동 기록 등을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관위 역시 관련 자료를 통해 출장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