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묻지 않고 생필품 쓱" 전남 '그냥드림' 9월 전역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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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시범운영으로 7천 명 구출 효과 입증… 사각지대 없애는 전남형 밀착 복지 '호평'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질병, 사업 실패 등으로 당장 오늘 저녁거리를 걱정해야 하는 절대 빈곤의 위기 앞에서도, 우리 사회의 견고한 행정 문턱은 때론 너무나 높기만 하다.
전라남도가 야심 차게 빼어든 '그냥드림' 사업이 놀라운 성과를 거두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 전남도
전라남도가 야심 차게 빼어든 '그냥드림' 사업이 놀라운 성과를 거두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 전남도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으로 인정받기 위해 수많은 소득 증빙 서류를 떼야 하고, 심사를 기다리는 동안 겪어야 하는 배고픔과 절망감은 온전히 빈곤층 개인의 몫으로 남겨지곤 했다. 이러한 복지 사각지대의 고질적인 병폐를 끊어내기 위해 전라남도가 야심 차게 빼어든 '그냥드림' 사업이 놀라운 성과를 거두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까다로운 증빙 절차 없이 당장 필요한 생필품을 즉시 내어주는 이른바 '선지급 후조치' 방식의 밀착형 복지가 도입 7개월 만에 톡톡한 효과를 입증하면서, 전라남도는 다가오는 9월부터 이 사업을 도내 22개 전 시·군으로 전면 확대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 복잡한 증빙 서류는 가라…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긴급 처방

전라남도가 선제적으로 도입한 ‘그냥드림’ 사업의 핵심 철학은 명확하다. 당장 굶주림에 처한 도민에게 복잡한 행정 절차나 자격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도민이라면 누구나 지정된 장소를 방문해 먹거리와 필수 생필품 3~5개(1인당 약 2만 원 상당)를 즉석에서 신속하게 무상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용 절차는 철저하게 수요자의 입장을 배려해 간소화되었다. 첫 방문 시에는 복잡한 서류 없이 신분증을 통한 간단한 본인 확인과 현재의 상황을 체크하는 자가진단표 작성만으로 즉시 물품을 수령할 수 있다. 두 번째 방문부터는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의 맞춤형 복지팀과 연계된 기본 상담을 거치게 되며, 이를 통해 물품 지원을 넘어 신청자가 처한 근본적인 위기 상황을 진단한다. 세 번째 지원부터는 심층 상담을 통해 지속적인 공적 개입과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행정 당국이 판단하고 인정한 경우에 한해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여, 복지의 남용을 막으면서도 꼭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 시범운영 7개월의 괄목할 성과, 7천 명의 이웃을 보듬다

그렇다면 이 파격적인 정책의 실제 성적표는 어떨까. 전라남도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5월 17일까지 약 7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도내 7개 시·군에 선제적으로 58개의 ‘그냥드림’ 시범 사업장을 설치하고 조심스러운 첫발을 내디뎠다. 결과는 행정 당국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성공이었다.

시범운영 기간 동안 총 7천13명에 달하는 위기 도민들이 생계의 벼랑 끝에서 이 사업의 문을 두드렸고, 따뜻한 먹거리와 생필품을 양손에 쥐고 돌아갈 수 있었다. 더욱 고무적인 성과는 이 사업이 단순한 물품 퍼주기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행정망에 포착되지 않았던 '숨은 위기가구'를 발굴하는 강력한 레이더 역할을 해냈다는 점이다. 지원 과정에서 총 1천541건의 심도 있는 기본 상담이 이뤄졌으며, 이 중 단순 물품 지원을 넘어 긴급 생계비나 의료비 등 심층적인 공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판단된 279명의 도민을 일선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의 정식 복지서비스로 적극 연계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냥드림'이 복지 사각지대를 밝히는 가장 확실한 마중물 역할을 해낸 셈이다.

■ 푸드마켓부터 읍면동 센터까지… 촘촘해진 지역 사회 '안전망'

이러한 눈부신 시범사업 성과에 고무된 전라남도는 곧바로 사업의 덩치를 키우는 작업에 착수했다. 당초 7개 시·군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던 본사업 참여 지자체를 14개로 대폭 두 배 늘렸으며, 도민들이 언제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물품을 제공하는 사업장 역시 58개소에서 109개소로 촘촘하게 확충했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지역 사회가 보유하고 있는 기존의 복지 인프라를 십분 활용하는 영리한 전략이다. 전라남도는 막대한 추가 예산을 투입해 새로운 센터를 짓는 대신, 각 지역에서 이미 활발하게 운영 중인 광역 및 기초 단위의 푸드마켓과 푸드뱅크, 그리고 주민 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일선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그냥드림’의 전진 기지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는 지역 내 민관 복지 자원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중복 투자를 막고 지속 가능한 형태의 선진국형 복지 안전망을 튼튼하게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 지자체의 훌륭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 9월부터 22개 전 시·군 전면 시행… "단 한 명의 소외도 없도록"

기존의 성공적인 안착을 바탕으로, 전라남도는 다가오는 9월부터 ‘그냥드림’ 사업을 도내 22개 모든 시·군으로 전면 확대 시행한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제 전남 지역 어디에 거주하든, 갑작스러운 위기로 밥을 굶는 도민이라면 누구나 가장 가까운 사업장을 방문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긴급 구호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도는 외형적인 확대와 더불어, 물품을 수령하러 온 도민들이 자연스럽게 제도권 복지서비스로 편입될 수 있도록 연계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하고 각 사업장의 운영 및 재고 관리를 철저히 감독하여 정책의 실효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정광선 전라남도 보건복지국장은 이번 전면 확대 조치에 대해 깊은 의미를 부여했다. 정 국장은 “전라남도의 ‘그냥드림’은 예기치 못한 절망적 위기 상황에 내몰린 도민들이, 자신들의 가난을 증명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복잡한 절차 없이 당장 오늘 닥친 생존의 위협에서 신속하게 벗어날 수 있도록 설계된 가장 인간적이고 능동적인 복지안전망 사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정 국장은 “앞으로도 행정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어두운 곳에 방치된 복지사각지대 도민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어 먼저 손을 내밀고, 200만 전남 도민 누구나 일상에서 피부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따뜻하고 촘촘한 복지 전남을 완성하는 데 모든 행정력을 쏟아붓겠다”고 굳은 결의를 밝혔다. 탁상행정을 벗어나 현장과 사람을 중심에 둔 전남형 밀착 복지가 대한민국 복지 정책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