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닉에서 닉삼으로…SK하이닉스, 삼성전자 제치고 시총 1위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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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호황 업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제치고 25년 만에 시총 1위

SK하이닉스가 마침내 삼성전자를 넘어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SK하이닉스가 22일 장중 삼성전자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1위에 오르면서 25년 넘게 이어진 국내 증시 왕좌의 주인이 바뀌었다. 삼성전자가 보통주 기준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사실상 2000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약 2086조 원을 기록해 삼성전자 시가총액 약 2084조 원을 넘어섰다. 장 초반부터 강세를 보인 SK하이닉스는 상승 폭을 점차 키우며 결국 삼성전자를 추월했다. 수십 년 동안 국내 증시를 대표해 온 삼성전자가 정상에서 내려온 순간이었다.

25년 넘게 이어진 삼성 왕좌

삼성전자는 1999년 처음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오른 뒤 2000년 11월 이후 단 한 번도 정상을 내준 적이 없었다. 한국전력과 KT가 시가총액 선두를 차지하던 시절을 지나 삼성전자가 왕좌를 차지한 뒤에는 사실상 독주 체제가 이어졌다.

하지만 AI 시대가 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들어 SK하이닉스 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삼성전자 역시 강한 상승 흐름을 보였지만 SK하이닉스의 상승 속도는 더욱 빨랐다. 삼성전자가 올해 들어 약 200%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한 반면 SK하이닉스는 300%를 훌쩍 넘는 상승률을 나타냈다.

지난 19일 종가 기준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이미 삼성전자 보통주 시가총액의 95% 수준까지 따라붙은 상태였다. 시장에서는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왔고 결국 장중 역전이 현실이 됐다.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삼성전자 서초사옥 게양대에 걸린 삼성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 뉴스1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삼성전자 서초사옥 게양대에 걸린 삼성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 뉴스1

AI가 바꾼 반도체 권력지도

이번 역전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이 꼽힌다. HBM은 AI 서버와 AI 가속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핵심 메모리다. 생성형 AI 확산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이어지면서 관련 수요도 폭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며 AI 반도체 시장 최대 수혜주로 평가받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이어질수록 실적 개선 기대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시장이 SK하이닉스에 높은 기업가치를 부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외에도 스마트폰과 가전,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사업을 보유하고 있다. 사업 안정성은 높지만 최근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AI 메모리 성장 효과가 기업 가치 전체에 반영되는 속도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ADR 기대감까지 더해졌다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 개장 후 시황과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주가가 나오고 있다.  / 뉴스1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 개장 후 시황과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주가가 나오고 있다. / 뉴스1

최근 SK하이닉스를 둘러싼 또 다른 호재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추진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증권가에서는 ADR 상장이 현실화될 경우 해외 투자자 접근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지수 편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해외 자금 유입 기대가 커지면서 투자 심리 역시 한층 개선되는 분위기다.

다만 삼성전자가 완전히 밀려난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우선주까지 포함하면 전체 시가총액은 여전히 SK하이닉스를 웃돈다. 이날 기준 삼성전자 우선주 시가총액은 약 180조 원 규모다.

그럼에도 시장이 이번 역전에 주목하는 이유는 상징성 때문이다. 국내 증시를 대표하던 기업이 바뀌었다는 사실 자체가 큰 의미를 갖는다. 더욱이 삼성전자 역시 사상 최고 수준의 기업가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역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AI 반도체 시장 성장세와 HBM 경쟁력이 양사의 시가총액 경쟁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한때 상상하기 어려웠던 시총 역전이 현실이 되면서 국내 증시의 새로운 경쟁 구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