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간판 오상욱, '봉쇄 시위' 악재 속 남의 칼 빌려 제대로 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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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욱, 장비 부족 악재 딛고 2년 만에 아시아 정상 탈환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간판스타 오상욱(대전시청)이 2년 만에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인전 정상을 탈환하며 명실상부 아시아 최강자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특히 이번 우승은 대회 직전 발생한 예상치 못한 행정적 악재와 장비 부족이라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거둔 값진 성과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크다.

2024 파리올림픽 출전을 마친 오상욱 펜싱 국가대표팀 선수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 펜싱은 파리 올림픽에서 오상욱이 남자 사브르 개인전과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은메달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수확했다.  / 뉴스1
2024 파리올림픽 출전을 마친 오상욱 펜싱 국가대표팀 선수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 펜싱은 파리 올림픽에서 오상욱이 남자 사브르 개인전과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은메달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수확했다. / 뉴스1

오상욱은 지난 19일 인도 델리에서 열린 2026 아시아선수권대회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중국의 강호 뤄샤오퉁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인 끝에 15대 8 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오상욱은 2024년 대회 우승 이후 2년 만에 아시아선수권 개인전 타이틀을 다시 되찾으며 세계 최정상급 검객으로서의 위용을 아시아 무대에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 펜싱 대표팀이 출전을 준비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대회 출국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대한펜싱협회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이 대규모 시위대에 의해 전면 봉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해당 시위는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인해 촉발된 것으로 경기장 주변이 완전히 가로막히면서 협회의 행정 업무는 사실상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선수단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오상욱을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의 개인 맞춤형 필수 장비들이 경기장 내에 그대로 묶여버린 것이다. 펜싱 종목의 특성상 선수의 손에 맞게 미세하게 조정된 칼과 신체를 보호하는 맞춤형 보호구 등은 경기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그러나 행정 기능이 완전히 마비되면서 선수들은 출국 전까지 장비들을 제때 반출하지 못했다.

국제대회를 코앞에 두고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대표팀 선수들은 결국 각자 소속팀의 협조를 급하게 구해 대체 장비를 대여하거나 급조된 장비를 손에 쥔 채 인도행 비행기에 올랐다. 손에 익지 않은 장비로 세계 무대에 나선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었다. 현지 적응에도 큰 애로 사항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었지만 오상욱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극복해 냈다.

대회 초반부터 오상욱의 집중력은 매서웠다. 32강전에서 개최국 인도의 카란 싱을 만난 오상욱은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공세를 차분하게 뚫어내며 15대 11로 승리,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기세를 올린 오상욱은 이어진 16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베크 아브다조프를 상대로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이며 15대 6으로 가볍게 제압, 완벽한 컨디션을 과시했다.

최대 고비로 여겨졌던 8강전에서는 까다로운 검객인 일본의 고쿠보 마오를 만났다. 오상욱은 경기 초반부터 이어진 치열한 공방전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15대 12로 승리, 준결승 무대에 안착했다.

4강 준결승전에서는 지난해 대회 개인전 우승자이자 대표팀 동료인 '디펜딩 챔피언' 도경동(대구시청)과 외나무다리 맞대결을 펼쳤다. 전 대회 우승자와의 피할 수 없는 진검승부에서 오상욱은 특유의 노련한 경기 운영을 앞세워 15대 9로 승리를 거두고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오상욱에게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된 도경동은 동메달을 획득하며 2년 연속 아시아선수권 개인전 메달 획득이라는 준수한 성과를 남겼다.

결승전에서 오상욱은 중국의 뤄샤오퉁을 강하게 몰아붙이며 큰 점수 차로 승부를 결정지으며 마침내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