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 낮에도 잠든 노인들, 요양병원서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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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의 민낯 2부작 1부
수면제·항정신병 약물·간병 사각지대 조명
한국 사회는 이미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오래 사는 시대가 됐지만, 생의 마지막을 어디서 어떻게 보내는지는 여전히 무거운 질문으로 남아 있다. 많은 노인이 삶의 마지막 시기를 보내는 곳은 요양병원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가족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병실은 조용하고, 환자들은 낮에도 잠들어 있다. 그 고요함은 정말 안정된 돌봄의 결과일까, 아니면 관리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침묵일까.

26일 방송되는 KBS1 ‘추적60분’ 1462회는 ‘초고령사회의 민낯’ 2부작 1부 ‘요양병원의 잠든 노인들’ 편으로 구성된다. 방송은 요양병원 내부에서 반복되는 낙상과 추락, 욕창, 학대 의혹, 과도한 약물 처방 문제를 추적한다. 특히 노인 환자에게 수면제와 항정신병 약물이 어떤 방식으로 처방되고 있는지, 그 약물이 실제 치료 목적을 넘어 환자를 조용히 관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들여다본다.
방송이 주목한 첫 사례는 구순을 앞둔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입원시킨 한 가족의 이야기다. 정진우 씨는 어머니의 골절상 치료를 위해 요양병원을 선택했다. 입원 전 어머니는 골절상을 제외하면 비교적 건강한 상태였다. 그러나 입원 2주 만에 상황이 달라졌다. 전화 통화 속 어머니는 잠에 취한 듯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고, 평소와 다른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입원 3주 만에 체중이 10kg이나 줄었다는 점도 가족을 놀라게 했다.

가족들은 결국 퇴원을 결정했다. 이후 진료기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더 큰 의문이 생겼다. 어머니에게 여러 종류의 향정신성 의약품과 항정신병 약물이 반복적으로 처방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병원 측은 중증 치매 증상을 조절하기 위한 처방이었다고 설명했다. 불안 완화를 위해 항불안제와 수면제를 사용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가족들은 납득하지 못했다. 입원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에게 중증 치매 증상은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퇴원 후 다른 병원에서 받은 치매 검사에서도 중증 치매가 아닌 경도인지장애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며느리는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언어 저하와 의식 혼탁이 치매 악화가 아니라 약물 영향일 수 있다고 의심했다. 노인은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나 가족과의 분리로 섬망을 겪을 수 있는데, 이를 치매 증상과 구분하지 않은 채 약물이 투입된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요양병원 입원 뒤 갑자기 잠이 많아지고, 말이 어눌해지고, 치매가 급격히 심해진 것처럼 보인다면 단순한 노화나 질병 악화로만 볼 수 없다. 방송은 이 지점에서 약물 처방 기록을 확인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노인 환자는 젊은 환자보다 약물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졸림, 어지럼, 섬망, 낙상 위험 증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여러 약물이 동시에 사용될 경우 위험은 더 커진다.
또 다른 가족 역시 비슷한 의문을 품었다. 김철수 씨는 요양병원에서 어머니가 낙상 사고를 당한 뒤 진료기록을 살펴보다가, 90세가 넘은 어머니에게 벤조디아제핀 계열 수면제가 8개월 넘게 매일 처방된 사실을 알게 됐다.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은 고령 환자에게 특히 주의가 필요한 약물로 꼽힌다. 졸림과 어지럼을 유발할 수 있고, 섬망과 낙상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은 이러한 약물 사용을 ‘화학적 구속’이라는 문제와 연결한다. 화학적 구속은 물리적으로 묶지 않더라도 약물로 환자의 행동을 억제하거나 움직임을 줄이는 행위를 뜻한다. 치료 목적의 약물 사용과 관리 편의를 위한 약물 사용은 구분돼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그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 치매 환자의 배회, 불안, 소란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수면제나 항정신병 약물이 쉽게 쓰인다면, 환자는 조용해질 수는 있어도 존엄한 돌봄을 받는다고 말하기 어렵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의원이 제시한 자료도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수면제 처방량이 많은 요양병원 100곳의 환자 1인당 평균 수면제 처방 건수는 122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병원보다 20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단순히 요양병원 환자들이 고령이고 질환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치다. 일부 요양병원에서 수면제와 향정신성 약물이 돌봄 인력 부족을 보완하는 수단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약물 문제의 배경에는 요양병원 돌봄 구조의 빈틈도 자리하고 있다. 의료법상 요양병원은 일평균 입원환자 6명당 간호인력 1명을 두면 된다. 야간에는 환자 80명당 간호인력 1명으로 기준이 완화된다. 이 간호인력 중 3분의 2까지는 간호조무사로 대체할 수 있다. 병실에서 실제로 환자의 식사와 배변, 위생, 체위 변경, 이상 징후 확인 등을 맡는 핵심 인력은 간병인인 경우가 많다.

문제는 간병인의 제도적 위치다. 요양원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국가 자격과 교육 기준이 있지만, 요양병원 간병인은 별도의 국가 자격이나 표준화된 교육 기준이 없다. 상당수 간병인은 병원이 직접 고용하지 않고 민간 간병업체를 통해 공급된다. 이 구조에서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 병원은 의료기관이지만, 환자 곁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돌봄 인력은 병원 소속이 아닐 수 있는 셈이다.
간호인력은 부족하고, 간병 체계는 제도 밖에 가깝고, 환자 대부분은 고령에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환자를 재워 조용하게 만드는 방식이 돌봄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면 문제는 한 병원의 일탈로 끝나지 않는다. 이는 초고령사회 한국이 마주한 구조적 위기다. 더 많은 노인이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될수록, 약물 처방과 간병 관리, 환자 안전에 대한 기준은 더 엄격해져야 한다.
‘추적60분’은 이번 방송에서 요양병원 안에서 반복되는 사고와 의혹을 따라가며 묻는다. 노인들은 왜 낮에도 잠을 자고 있는가. 병실의 조용함은 돌봄의 안정인가, 아니면 약물로 만들어진 침묵인가. 가족이 볼 수 없는 시간 동안 누가 노인을 돌보고 있으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KBS1 ‘추적60분’ 1462회 ‘초고령사회의 민낯’ 2부작 1부 ‘요양병원의 잠든 노인들’은 26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 해당 글은 아무 대가 없이 작성됐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