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수용자 24명이 국가에 4000만원 규모 손배 소송 제기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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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정신적 고통 겪었다며 국가에 배상 책임 물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사진 / Yeongsik Im-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사진 / Yeongsik Im-shutterstock.com

1인당 2㎡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좁은 공간에 수용돼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교정시설 입소자들이 결국 패소했다.

인천지법 민사28단독 김양호 부장판사는 A 씨 등 24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395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 역시 원고 측이 부담하라고 26일 판결했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A 씨 등 24명은 수감 기간 1인당 2㎡에 미달하는 비좁은 공간에 과밀 수용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인간으로서 기본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게 돼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국가에 배상 책임을 물었다.

수용자 인권과 과밀수용의 위법성 기준

재판을 맡은 김 부장판사는 관련 법령에 따라 국가가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필수적이면서 기본적인 시설조차 갖추지 않은 교정시설에 수용자를 수용하는 행위는 수용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법한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전제했다.

특히 1인당 수용 면적이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욕구에 따른 일상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협소하다면 그 자체로 수용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판사는 앞선 관련 판례들을 짚어보며 "수면은 인간의 생명 유지를 위한 필수적 행위 중 하나"라며 "관계 법령상 수용자에게 제공되는 일반 매트리스 면적인 약 1.4㎡는 1인당 수면에 필요한 최소한의 면적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는 "수용자 1인당 수감시설 도면상 수용 면적이 2㎡ 미만인 경우 수인한도를 초과해 위법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법리적으로는 1인당 2㎡ 미만의 과밀수용이 위법하다는 기준을 명확히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최종적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김 부장판사는 "원고가 주장하는 과밀수용에 관해 법원이 각 교도소장 등에게 사실조회를 해 나온 증거들이 모두 부족하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위법성의 기준은 충족될 여지가 있으나 원고들이 실제로 그 기준 미만의 공간에서 생활했음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부족했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법원 판례의 흐름

교정시설의 과밀수용 문제가 법적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앞서 2016년 헌법재판소는 교정시설 내 과밀수용 행위가 수용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후 대법원 역시 2022년 교정시설의 1인당 수용 면적이 2㎡ 미만일 경우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위법 행위로 간주해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확정 판결을 내렸다.

이러한 사법부의 판단 흐름에 따라 전국 각지의 교도소와 구치소 수용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유사한 손해배상 소송을 연이어 제기하는 상황이다.

일부 소송에서는 수용자들이 실제 배상을 받아내기도 했으나 이번 인천지법 사례처럼 구체적인 입증 책임의 문턱을 넘지 못해 기각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법원은 개별 수용자가 특정 기간 구체적으로 어떤 거실에 수용됐고 해당 거실의 실제 면적과 동거 수용자 수가 어떠했는지를 엄격한 증거를 통해 확인하기 때문이다.

교정시설 현실과 국가적 개선 과제

이러한 소송전의 배경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교정시설의 만성적인 과밀화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법무부 통계 등에 따르면 전국 상당수 교정시설의 평균 수용률은 여전히 정원을 초과한 상태다.

일부 대도시 인근의 노후화된 구치소는 수용률이 110%에서 120%를 넘나드는 실정이다. 비좁은 공간은 수용자들의 스트레스를 극도로 높여 각종 교정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국가와 법무부는 교정시설 과밀화 해소를 위해 신규 교도소 건립과 기존 시설의 증축 및 현대화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교정시설을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님비 현상에 부딪혀 부지 선정과 공사 진행에 번번이 난항을 겪는다.

이에 따라 가석방 제도를 확대 운영하고 불구속 수사 원칙을 정착시켜 전체 수용 인원 자체를 줄이려는 정책적 노력을 병행한다.

과밀수용으로 인한 잇따른 국가 상대 소송을 막기 위해서는 단순한 사법적 판단을 넘어 교정 인프라 확충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예산 지원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