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20년 경력 축구기자가 홍명보에게 분노한다면서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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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에서 물러나 유소년으로 가서 속죄하라” 직격
20년 경력의 축구전문기자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남아프리카공화국전 졸전을 두고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한국 축구계 일선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조성룡 축구전문기자는 26일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 출연해 전날 남아공전 패배를 두고 "비난을 하지 말고 비판을 하자는 게 신조인데 오늘은 비판만 해도 방송 시간을 넘기는 것 아닌가 걱정"이라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한국은 전날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A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남아공에 0-1로 졌다.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로 32강에 직행할 수 있었지만 패하면서 조 3위로 내려앉아 자력 진출에 실패했다.
조 기자는 경기를 본 소감에 대해 "분노"라고 했다. 그는 "축구를 오래 취재하고 많이 봤지만 이렇게 납득이 안 가는 경기는 월드컵을 보면서 처음이었다"며 "스포츠의 기본 가치는 공정성과 최선을 다해 뛰는 것인데, 우리 대표팀이 정말 최선을 다해 뛰었고 최선을 다해 전술과 전략을 짰느냐고 물으면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말 열심히 노력했는데 패했다면 멕시코전처럼 국민들이 아쉬워하며 박수라도 쳐줬을 텐데 그런 모습조차 나오지 않았다"며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무엇을 하는 건지 근본적인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한판이었다"고 평가했다.
전술에 대해서는 '플랜 B'의 부재를 핵심 문제로 꼽았다. 조 기자는 "홍명보 감독이 울산 HD 감독을 할 때부터 불거진 문제가 플랜 B가 없다는 것"이라며 "남아공전에서 3-4-3, 3-4-1-2 같은 고정된 전술을 들고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반 15분까지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 이후부터 밀리는 상황이 계속됐고, 그렇다면 임기응변과 대응 능력이 중요한데 그것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경기 막판 상황을 두고 "남아공 선수들은 모두 수비 진영으로 내려와 있었는데, 우리 최종 수비수 3명은 계속 수비진에 고정돼 있었다"며 "해설위원들도 올라가야 한다고 거듭 말했는데 끝까지 고정돼 있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그는 선발과 교체에 대해서는 일부 이해할 여지를 뒀다. 조 기자는 "선수 라인업 자체는 감독의 권한이기 때문에 존중하는 편"이라며 "손흥민이 교체 명단에 있다가 후반 투입된 것은 체력적인 부분을 고려하고 남아공이 힘 빠졌을 때를 대비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경기장 안에서는 많은 변수가 일어나고 선수들은 시야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데, 밖에서 보는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빨리 조정을 해줬어야 했다"며 "해당 포지션에 해당 역할만 고집하고 별다른 대응이 없었던 점에서 비판이 나온다"고 말했다.
조 기자는 김민재 교체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선 "김민재가 '오른쪽 종아리에 문제가 생겨 더 뛰면 다음 경기도 뛰지 못할 것 같아 스스로 신호를 보냈다'고 밝혔다"며 "다만 김민재 자리를 메우는 용도로만 교체했기에 좀 더 공격적인 교체를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조 기자는 경기 직후 제기된 '고의 패배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외신에서는 ‘일부러 그러는 것 아니냐’, ‘0-1 상황에서 32강은 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것 아니냐’는 일종의 패배 작전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며 "정말 부끄러웠다"고 했다. 그는 "내가 봤을 때는 전술이 유연하지 못하고 너무 굳어져 있어서 선수들도 자신의 역할 이상을 수행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며 "완벽한 전략 실패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체코전, 멕시코전과 남아공전이 상반된 이유로는 상대의 분석을 들었다. 조 기자는 "체코전은 플랜 A가 잘 먹힌 것이고, 멕시코전은 최소 무승부를 위한 작전이 단 한순간의 실수로 변수가 생긴 것이라 플랜 A 자체의 문제는 없었다"며 "남아공전에서는 플랜 A가 완벽하게 틀어막혔다"고 했다. 이어 "두 경기에서 고정된 전술을 쓰니 남아공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두 경기 다 똑같은 전술이니 막을 수 있겠다'고 판단해 나왔고 실제로 막혔다"며 "그렇다면 빠르게 변화를 줬어야 하는데 같은 포지션에 선수만 바꾸는 정도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승부사 기질'의 부재를 짚었다. 조 기자는 "올해 유병훈 FC안양 감독이 전북 현대와 무승부 상황에서 중앙 수비수를 최전방에 올려 공중 볼로 과감하게 승부를 봤고 비기고 끝났지만 박수를 많이 받았다"며 "남아공전 막판 홍 감독이 이런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면 국민들이 패배하더라도 '해볼 것 다 하고 졌다'며 박수를 보냈을 것"이라고 했다. 휴고 브로스 남아공 감독이 경기 후 한국 전술이 예상대로였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앞의 두 경기와 다를 게 없고 선수만 바뀌니 그런 얘기를 한 것"이라며 "브로스 감독은 올해 76세로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이라 모를 수가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책임 소재를 묻자 조 기자는 감독을 지목했다. 그는 "범인 찾기나 마녀사냥은 좋아하지 않지만 이런 경기는 감독의 책임"이라며 "선수들이 뛰지 않았다면 그것도 감독 책임이다. 동기를 부여하고 더 뛰게 만드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홍 감독은 매니지먼트를 잘한다는 평가를 받던 감독이라 더욱 문제가 된다"고 했다. 그는 이강인이 고립된 장면을 거론하며 "이강인이 공을 잡았을 때 침투하는 선수가 별로 보이지 않았다"며 "누가 뛰어나가고 누가 견제하며 나가는 것이 전술인데 위치 조정과 전술 구성이 전혀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체스에 빗대 "남아공전에서 우리 선수들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퀸에 해당하는 말이 많았는데, 이런 좋은 말들을 가지고 이런 선택을 한 것은 결국 감독의 책임"이라고도 했다.
선수들이 경기 중 스스로 흐름을 바꿀 수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쉽지 않다"고 답했다. 조 기자는 "선수들은 그라운드 안에서 뛰기 때문에 수비수가 시야를 가리면 상황 판단이 어렵다"며 "그래서 미리 약속된 플레이를 많이 만들어 둬야 하는데 남아공전에서는 그런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리오넬 메시도 전술 없이 혼자 알아서 뛰라고 하면 골을 넣기 힘든 것이 현대 축구"라며 "축구는 감독 놀음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홍 감독이 밝힌 '책임'의 의미에 대해서는 거취 문제로 연결했다. 조 기자는 "보통 감독이 말하는 책임은 대회가 끝나면 사퇴하겠다는 의미"라며 "이제는 책임을 좀 크게 져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설령 극적으로 32강에 올라 4강까지 가더라도 한국 축구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까지 들게 한 이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홍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 때 이미 한 번 실패했고 두 번째로 기회를 받은 감독인데, 그 기회를 받은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는 정부 조사의 판단도 있었다"며 "공정하지 않은 기회를 받았다면 성과라도 냈어야 하는데 본인의 고집으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홍 감독이 이번 대회를 마무리한 뒤에는 한국 축구계 메인스트림에서 활동하지 않고 낮은 자세로 유소년 단계부터 속죄하면서 일하는 마무리를 했으면 한다"고 했다. 무리하게 기회를 준 대한축구협회 책임론도 함께 거론했다.
조 기자는 한국의 32강 진출 가능성에 대해선 "1차전이 끝났을 때 진출 확률이 94%였고, 멕시코와 남아공에 연달아 진 뒤에도 87%였는데 지금은 69%까지 내려갔다"며 "문제는 더 내려갈 것 같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경우의 수가 수학이 아니라 빙고가 됐다"고 표현했다.
이번 대회는 12개 조 3위 가운데 상위 8개 팀이 32강에 오른다. 조 기자는 "남아공전이 끝난 시점 기준으로 9가지 시나리오가 있고 그중 3개 이상만 맞으면 진출하는데, 에콰도르가 독일을 꺾고 일본이 스웨덴을 두 골 차로 이기지 못하면서 일부 시나리오가 이미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D조 호주-파라과이 경기에서 호주가 이기거나 파라과이가 2점 차 이상으로 이겨야 하며, 비기면 시나리오가 또 날아간다"고 했다. 조 기자 인터뷰 후 32강 진출 확률은 55.1%로 더 내려갔다.
그는 나머지 시나리오로는 "G조에서 이집트가 이기고, H조에서 스페인이 이기며, I조에서 세네갈이나 이라크가 2-0 정도로 적당히 이기고, J조에서 오스트리아가 이기거나 알제리가 2점 차 이상으로 이기며, K조에서 콩고민주공화국이 우즈베키스탄과 비기거나 지고, L조에서 가나가 크로아티아를 이기는 경우"를 꼽았다.
조 기자는 "9개 시나리오 가운데 3개가 무산될 위기에 놓여 있어 조별리그 막판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